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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reach Jeju Dec 18. 2020

새로운 만남, 새로운 확장

생태랩의 2020년 연수·직접 보급 과정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에 속한 생태랩, 인문랩, 과학기술랩은 지난해 연구·개발한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실제 교육 현장에 소개하고 확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을 올해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사실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생태랩, 인문랩, 과학기술랩 순으로 소개한다. 


생태랩은 <생태로운 예술생활>의 연수 과정을 두 차례, 직접 보급 과정을 두 차례 진행했으며, 세 랩 중 가장 먼저 출발했다. 생태랩도 올해 코로나19로 여러모로 난관에 부딪혔지만, 근본적인 숙제는 따로 있었다. 생태랩 뿐만 아니라 모든 랩이 올해 짊어진 가장 무거운 질문은 ‘우리가 연구·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이 과연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될까’였다. ‘누가 만들어 놓은 교육 프로그램을 그대로 실행한다고 예술교육이 될까요’라는 회의적 시선도 공공연히 제시되었다. 그래서 더욱 연수 과정이 중요했다. <생태로운 예술생활>에 담긴 핵심 가치에 공감하고 자신의 현장에서 녹여낼 이들이 필요했다. 어쩌면 새로운 프로그램만큼이나 새로운 전달자의 탄생이 시급했다. 생태랩는 물론이고 인문랩과 과학기술랩도 새로운 만남을 발판으로 새로운 확장을 꾀했다. 코로나19로 그 접점이 계획만큼은 성사되지 못했으나, 가능성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을 향한 애정 어린 시도가 창의랩 프로그램에 공감한 이들에 의해 어떤 모습으로라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1차 연수


■ 일시: 2020년 8월 10일(월) 10:00~15:00, 8월 12일(수) 10:00~15:30

■ 장소: 제주돌문화공원(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 대상: 생태자연 해설사 15명



생태랩은 <생태로운 예술생활>의 1차 연수로 2020년 연수·직접 보급 사업의 문을 열었다. 2019년에는 교육 대상인 청소년에 다가가는 생태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기 위해 청소년 연구원을 연구·개발 과정에 참여시켰다. 그만큼 교육 대상에 부합하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천착했다. 생태랩은 그 과제를 완료하고 올해는 청소년에게 영향을 주는 성인에까지 교육 대상을 넓히기 원했다. 여기에는 청소년을 교육하는 예술 강사와 생태 관련 교육자까지 포함된다.


후자에게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작 생태에 관해서는 그들이 더 전문가에 가깝다. 어쩌면 예술 영역에서 생태를 접목해 접근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다소 성기게 보일 수도 있다. 그들보다 생태라는 과제에 진지하게 천착하는 이들도 없을 테니 말이다. 과연 그런 이들에게 <생태로운 예술생활>은 어떻게 비쳤을까?

1차 연수는 이러한 맥락에서 다소 모험적인 경로다. 어쩌면 정면 승부와도 같다. 자연해설사가 외면하는 생태 교육 프로그램이란 있을 수 없으니까. 다행히 <생태로운 예술생활>의 다소 낯설고 과감한 접근은 1차 연수에 참여한 자연해설사에게 상당히 중요한 인상을 남겼다. 그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생태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 접목하면 좋을 요소들을 <생태로운 예술생활>에서 다수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물론 그들은 생태랩이 풀면 더 좋아질 숙제들도 남기고 떠났다. 이제 <생태로운 예술생활>은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내디뎠다. 생태 교육의 한복판으로 들어선 셈이다.



참여자 인터뷰 01

“클래식 음악을 실내에서 들었는데요, 가사가 없어서 오로지 음악에 따라서, 듣는 사람에 따라서 굉장히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어요. 저희가 클래식 음악을 듣고 소감을 나눴는데, 제가 들으면서 이미지로 연상했던 모습과 그 느낌들이 있었는데, 다른 분들은 굉장히 다르게 느끼셨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색다르게 다가왔고, 클래식 음악이 감각을 일깨울 때 활용하기에 좋은 요소 같아요 저는 숲해설가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자연에서 일할 때 자연의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음악을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여자 인터뷰 02

“소리를 녹음하는 과정에서, 저는 잔디밭을 조용히 걷다가 빨리 걷다가 하는 걸 녹음해봤거든요. 그런데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저 자신에게 명상의 시간이 됐어요. 그래서 제 치유 프로그램에 ‘걸음 명상’, ‘집중 명상’ 이런 것들이 있는데 꼭 도인처럼 앉아서 하지 않아도, 복잡한 세상에서 뇌를 쉬게 하고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성인에게는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중고등학생 아이들은 자기밖에 몰라요. 그런데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는 만지고 싶어 해요. 그래서 오늘 한 것처럼 각각의 소리를 자연에서 녹음해 와서 함께 나누는 작업을 하면 그 속에서 아이들이 협동을 배울 수 있고 창의적인 생각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을 거 같아요. 협동하는 작업 과정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2차 연수


■ 일시: 2020년 9월 23일(수) 14:30~16:30, 9월 24일(목) 15:00~17:00

■ 장소: 어도초등학교(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 대상: 초등교사 10명



2차 연수 과정은 1차 연수 때와 달리, 참여자가 찾아오는 방식이 아니라 참여자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건강생태학교로 지정된 어도초등학교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이틀간 진행했다. 연수 형태도 활동 중심이 아니라 보통의 초등교사 연수가 그러하듯이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전달하는 강의 형태를 띠었다.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의 생태랩을 초청한 어도초의 고민은 분명했다. 생태가 무엇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정의 내리는 방식의 교육’으로는 한계가 너무나 뚜렷했다. 나름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으나 일반적 생태 교육 콘텐츠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생태라는 주제를 예술에 접목해 아동·청소년에게 친근하게 제시하는 <생태로운 예술생활>을 접했고, 생태랩에 연수를 제안해왔다.


연수 이후 자신의 교육과정에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특히 초등 고학년 이상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참여자에게 질문하고 참여자의 감상이 중요한 교육과정이라서 자기 생각과 감각을 표현하는 활동이 많고, 따라서 그런 언어가 발달하기 시작하는 고학년 쪽에 더 어울린다는 분석이 따랐다. 


<생태로운 예술생활>의 접근이 창의예술교육발전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참신하고 어떤 면에서는 다소 낯설 수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풀기 어려운 과제들이 현실에는 분명 존재한다. 어도초의 고민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문제에는 새로운 해결이 필요하다. 부디 공교육이 맞닥뜨린 난제에 창의예술교육발전소의 시도들이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참여자 인터뷰 

“저희 학교가 건강생태학교를 하고 있는데, 처음에 아이들과 생태 수업을 하려니까 사실 저희도 되게 막막하더라고요. ‘자연환경’ 이런 게 아닌 ‘생태’라는 단어를 아이들이 낯설게 느끼기도 했어요. 그래서 수업하다가 “선생님, 생태가 뭐예요? 생태는 뭘 하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그때 저도 사실 ‘생태가 뭘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서 단순히 ‘자연’,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라고 설명을 했었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아이들이 조금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까 생태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니고, 빛, 물,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는 음악이나 미술에도 다 녹여져 있는 부분이라는 걸 알고, 수업할 때 그런 것들을 조금 더 활용해서 아이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그리고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관계 맺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상황이 이래서 밖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 방법들도 많이 알게 됐고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함께 조금 더 생태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수업을 많이 진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1차 직접 보급


■ 일시: 2020년 9월 17일(목) 10:00~16:00

■ 장소: 파파빌레(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 대상: 학부모 12명



1차 직접 보급은 교육 대상을 실질적으로 확대한다는 의미가 크다. 1·2차 연수 과정은 교·강사군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엄밀히 말해 최종 교육 대상은 여전히 아동·청소년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로운 예술생활>의 장단점이나 적용 가능성도 당연히 그 연장선에서 파악되었다. 하지만 1차 직접 보급은 이와 달랐다. 누군가를 가르칠 목적으로 배우는 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배움을 우선으로 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1차 직접 보급의 참여자 다수가 학부모라서 자녀에게 의미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탐색하고 추천하려는 의도는 내포하고 있었다. 그럴지라도 수혜자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평가하고 추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은 크다. <생태로운 예술생활>이 과연 아이들도 보낼 만하고 부모와 같이 들어도 좋을 만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으나 실행은 간단치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주돌문화공원을 교육 장소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2019년 연구·개발 때부터 2020년 1차 연수까지 <생태로운 예술생활>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교육 장소를 떠나야만 하는 점은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었다. 교육 기간마저 단축되어 하루 일정에 프로그램의 정수를 담아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육 당일 종일 비가 내려서 야외 활동도 원활치 않았다.


새로운 교육 장소로 선택한 파파빌레는 거대한 현무암층을 발굴해 노지에 조성한 일종의 생태 공원이었다.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 파파빌레를 10여 년간 일군 한 사람의 이야기를 교육 과정에 포함하면서, 생태 자원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또 중요한지를 피부에 와닿게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생태 환경을 코앞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거닐면서 <생태로운 예술생활>이 애초에 표방했던 ‘자연의 현존성’이 크게 강화되었다.


여러 변수가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교육 장소 변화와 교육 대상 확대를 통해 <생태로운 예술생활>의 유연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생태 자원을 품은 곳이라면, 그리고 생태에 관심 있는 이들과 함께라면, <생태로운 예술생활>은 언제든 더 다채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





2차 직접 보급


■ 일시: 2020년 9월 20일(일) 10:00~16:00, 9월 27일(일) 10:00~16:00

■ 장소: 파파빌레(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 대상: 중학생 14명



2차 직접 보급은 <생태로운 예술생활>의 주 교육 대상인 청소년에 집중해 실행되었다. 2차 직접 보급도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기간은 4일(4주간 매주 하루씩)에서 2일로 축소되었으며, 교육 장소 역시 새롭게 터를 잡은 파파빌레로 옮겨졌다. 중학생은 <생태로운 예술생활>이 가장 주목하는 참여자군으로 2020년 직접 보급 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만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그 계획은 아쉽게도 접히고 말았다.


2차 직접 보급은 그만큼 귀한 기회였다. 처음 계획이 무산되면서 참여자들에게도 일정 변경을 알려야 했고, 그렇게 해서 다시 모이기 전까지도 연일 ‘가능할까?’를 되뇌며 불안하게 성사 여부를 기다려야 했다. 2020년 단 한 번 청소년 참여자들을 만나는 기회를 최대한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했다. 다행히 1차 직접 보급 때와는 달리 날씨가 좋아 햇빛판화(감광지) 활동도 야외에서 할 수 있었고, 새로운 숲에서 빛합성 활동도 처음 실행했다.

바농오름의 편백나무 숲은 ‘감성 탐구’ 단계를 실행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빛이 나무 사이로 떨어지면서 양지와 음지가 선명하게 나뉘었고, 참여자들은 마이크로비트에 다채로운 빛을 담아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냈다. 1차 직접 보급 때 극적으로 다가왔던 ‘자연의 현존성’에 ‘예술의 즉흥성’과 ‘디지털의 실시간’까지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자연에서 멀어지는 아이들을 다시 생태적 환경으로 초대하기 위해 <생태로운 예술생활>이 부단히 노력했으나, 코로나19로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서도 더 흥미로운 교육 장소를 발굴하고, 그에 맞춰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 올해 직접 보급 사업이 이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과였다.



* 각 랩의 연수·직접 보급 과정과 2020년도 사업 결과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곧 발간될 <2020년 제주창의예술교육랩 결과보고서: 변화, 실행, 확산, 공유>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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