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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재 Aug 21. 2019

학부 기계공학을 마치며

에너지와 힘의 공학, 기계공학

 이번 기회에 근 한달간 석사 입학시험을 준비한 지식을 바탕으로 학부 기계공학 전반을 리뷰해보고자 한다. 공학계열 학부생을 타깃으로 쓰여진 글이므로 약간의 공학 베이스가 필요할 수 있다. 


0. What is ME?

 기계공학을 일컫는 말로 흔히 에너지와 힘의 공학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융합의 시대에서 기계공학을 명쾌하게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역학적인 시스템을 다룬다는 점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역학적인 시스템이라는 말은 너무나도 방대하다. 주위를 둘러보라. 역학적인 시스템을 제외한다면 어떤 것이 남겠는가? 사실상 컴퓨터 내부의 연산을 제외한다면 모든 것들은 기구(Mechanism)적인 설계가 가미되어 있으며 곧 최소한 기초적인 수준의 dynamics와 Structural mechanics를 다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세상의 거의 모든 구성물에선 기계공학적 해석이 유효하다.


 이렇게 방대한 기계공학을 쉽게 다루기 위해 편의에 따라 크게 4가지의 카테고리가 통용되고 있다. 정적 시스템과 변형(Deformation)을 다루는 고체역학, 동적 시스템과 대체로 강체의 움직임을 다루는 동역학(Dynamics), 에너지의 흐름을 다루는 열역학(Thermodynamics), 연속적으로 변형하는 성질을 가진 유체와 유동을 다루는 유체역학(Fluid dynamics)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이 분류가 기계공학을 모두 설명하기엔 터무니 없이 부족함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심오한 뒷 이야기들은 차차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1. 고체역학; Static, Non-rigid system

 면접 문제 중에 흥미로웠던 질문이 있었다. 고등학교 배운 물리와 고체역학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물론 여러가지 답이 있을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정적 시스템이라는 점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물리에서는 동적 시스템을 포함하여 배우기 때문에 강체의 운동을 분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원하신 답은 '변형(Deformation)'에 더 가까웠다. 고체역학에서 처음으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가 바로 변형이기 때문이다. 


 변형과 파괴는 인류의 생명과 직결되어왔다. 혹자는 고체역학을 생명을 지키는 공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대사회의 구조적으로 기괴한 건축물들 속에서도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고체역학의 응력(Stress) 분석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감이 오지 않을 것 같아 건축으로 예시를 들어보자면, Mies Van de Rohe(1886~1969)를 필두로 한 모던 건축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 중반의 건축만 보더라도 대다수는 기둥이 명백하게 드러난 Facade를 보이고 있었으며 facade 전체가 유리로 대체(glass wall)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어려웠다. 물론 미학적 관점에서 그러한 양식이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안정성을 부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응력 해석 분야의 연구는 단순히 경험에서만 도출되는 안정성이 아닌 절대적인 관점에서의 안정성을 부여함으로써 건축가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에서는 컴퓨터 과학의 발전으로 유한요소해석(FEM)을 통해 더욱 더 복잡한 시스템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해체주의 아티스트들의 파괴적인 작품들이 무너지지 않고 있는 데에는 FEM이 큰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2019년 현재 기준 FEM의 수준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상용 소프트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부 라이센스가 있는 연구실에서 학부연구를 하게 된다면 ANSYS, Solidworks simulation과 같은 분석 툴을 다뤄볼 수도 있을 것이다. 


2. 동역학(Dynamics)과 기구학(Mechanism analysis) 그리고 제어공학(Control theory)

 동역학은 참으로 유서깊은 학문이다. 아주 먼 옛날 갈릴레이의 스케치에서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서양 과학사에서 소외되었던 조선에서조차 자격루같은 기구학적인 시스템이 제작되었다. 비기계인들에게도 친숙한 과목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재미로 갖고 놀던 과학상자가 바로 기구 설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20세기 후반 디지털 회로와 컴퓨팅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이후로는 로보틱스가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실제로 KAIST를 포함한 다수의 공대 연구실에서 로보틱스를 다루고 있다.  고전적인 동역학 분야에서는 움직임을 분석하고 기구를 설계하는 것에 많은 연구가 치중되어있었다면  로보틱스 시대가 도래한 이후로는 이 움직임을 어떻게 '구현'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제어 공학으로, 전기적인 신호(input)가 수학적인 처리를 거쳐 실제 역학시스템의 제어까지 도달하는 일련의 과정을 다루는 학문이다. 시스템의 마찰(damping)과 랜덤하게 개입되는 disturbance를 모두 Realtime으로 반영하고 피드백을 주어야하는 만큼 꽤나 많은 기법들이 존재하며 수학도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1980년대 이후 최신 연구에서는 소프트 로보틱스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모든 설계를 강체에만 의존하게 될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복잡한 모션을 설계할 때 자유도-DOF가 급격히 증가하며 이에 따른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를 해결하기 위해 Soft material을 도입한 것이 바로 소프트 로보틱스이다. 크게 3가지 정도의 메커니즘으로 소프트 로보틱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1) 공압식 접근 (2) 열 반응성 소재를 접목한 접근 (3) 직접적인 연결에 의한 tension을 사용한 접근이 가장 보편적인 접근이다. KAIST에서도 여러 교수님들께서 연구 중이시니 홈페이지를 참고해보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 열역학(Thermodynamics) 및 열전달(Heat transfer)

 열역학이라는 과목의 첫 인상은 '엔진'이었다. 특정한 Work input으로 얼마나 효율좋은 터빈을 만들 수 있는지, 아니면 특정한 Heat input으로 얼마나 많은 work을 생산해낼 수 있는지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학부 열역학의 내용은 앞선 한 문장으로 모두 설명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열역학의 세계는 너무나도 넓다. 극저온에서 특징적인 현상, 다상(multi-phase)에서 나타나는 열역학등 현재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정말 방대한 세상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최근 엔진 분야의 어려움에 따른 열역학 위기론에 마냥 동조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연구 방면에서는 넓은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열전달은 포터블한 전자 디바이스의 발전에 따라 큰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포터블 디바이스의 발열은 소비자들에게 민감한 문제일뿐만 아니라 컴퓨팅 성능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이 주 이유일 것이다. 기계공학에서 열전달 교과목은 유달리 어렵다는 평이 많다. 이에 겁을 먹고 수강을 취소하는 학부생도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열전달을 수강하지 않는 것은 학부에서 큰 파이를 놓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전달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열전도 방정식은 수치해석에서 나오는 유한요소해석을 알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수치해석과 병행하여 들으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4. 유체역학

 학부 기계공학에서 가장 직관과 먼 분야를 뽑으라면 나는 유체역학을 뽑겠다. F=ma라는 간단한 지배방정식으로 기술되는 고체역학과 동역학, 열역학 1,2법칙을 기반으로 설명하는 열역학과 달리 Navier-stokes equation이라는 일반해조차 존재하지 않는 난해한 미분방정식을 베이스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N-S eq.역시 결국 뉴턴 역학에서의 momentum conservation에서 유도됨) 여기에 학부 수준에서 맛보기로 등장하는 난류(Turbulence)는 ideal한 문제에 적응되어 있던 저년차 학부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또한 실험의 관점에서도 쉽지 않은 학문이 바로 유체역학이다. 애초에 보이지 않는 것(공기)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유동을 시각화하는 것이 큰 과제이며, 유동을 시각화하더라도 그것을 실험할 수 있는 윈드터널같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이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면 학부 기계공학실험의 원봉 주위 유동 실험을 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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