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전시상황] : 2016.11.~12.
견딞을 미덕으로 삼으며 살아오다가 맞이한 트리거. 미술관에 (그야말로) 사표를 던지고, 일을 잠시 쉬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을 복기하고, 내가 경험했던 '전시상황'을 소상하게 적어본다. 나의 세계에서 일어난 전쟁같았던, 아니 전쟁이었던 9년간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의 전시상황들. 미술 비전공자가 어쩌다가 실기 석사를 하고, 재료비를 벌기 위해 얼떨결에 미술계에서 노동을 하며 놓인 여러 상황, 들었던 마음을 맥락없이 풀어보고자 한다. 늘 자신을 소외로 이끌었던 스스로에게 반성과 치유의 시간을 갖고, 나아가 이 글을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접한 누군가에게도 가깝고도 먼 공감이 닿는다면 좋겠다.
#1.
전시로 처음 돈을 번 것은 2016년 K미술관 도슨트를 했을 때였다. 정확히 말하면 전시장지킴이로 노동을 했다. 당시 작업 재료비에 조금이라도 보태볼 심산으로 지원하여 들어간 그곳은 나의 첫 미술관이었다. (정말 재료비 수준을 벌었다. 이때 현실을 깨달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K미술관은 걸어서 10분정도의 거리에 있던 곳이었지만 거의 와보지 않았던 곳이었다. 집과 학교가 가까울 수록 지각을 하게 되는 느낌이랄까. 공원을 둘러싼 미술관은 화이트큐브 그 자체였고, 한적했다. 내가 노동했던 전시 공간은 경기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살펴보는 전시였다.
도슨트는 작품에 접근하는 관객을 관리하고, 전시실에 앉아 도난을 비롯한 각종 상황에 1차 대응하는 역할이었다. 물론 요즘의 도슨트는 그야말로 작품해설만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나의 경우에는 전시장 방호와 도슨트를 겸한 업무를 부여받았다.
그 당시에는 MBTI가 유행하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자체로 IIII였다. 수시로 작품에 다가가고, (무)의식적으로 작품을 만지는 관객에게는 "어떻게 마음을 상하지 않게 말을 해야 하나" 전전긍긍했다. 미술관에는 규칙과 제도라는 것이 있지만,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감상하고 싶은 관람자의 마음을 십분 공감했던 입장에서 '제지', '금지'라는 강력한 말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미술관의 규율과 전시에 관한 오리엔테이션 후에 배치된 전시실 길목의 나의 의자. 침묵으로 지나가는 관람자를 지켜보던 그 자리에서 나는 배당받은 작품 해설 시간에 관한 부담감으로 한시도 편히 있어본 적이 없었다. 나조차 충분히 공부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에게 작품을 설명한다는 것은 늘 나의 부족함을 덮기 위한 용기가 필요했다. 접이식 스테인리스 의자는 나를 생각의 시간으로 데려갔고, 마음에 동요를 일으켰다.
약 2개월간의 짧은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대학원과 다른 기관의 합격 연락을 받았다.
#2. [나의 전시상황] : 2017.1.~6. 으로 이어집니다.
s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