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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석]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탕웨이, 박해일 주연

by 모브 mov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일은 박해일(해준)이 경찰로서의 일과 남편으로서 가정을 지키는 방식이자 사회 구조로부터 학습된 것이었다. 동물적 감각과 데이터에 기반한 공식으로 범인을 빠르게 검거하고, 성과내는 것은 그의 기질과 환경이 버무려진 결과물이었다. 그런 박해일에게 약간의 오차범위를 허용케한 사람은 탕웨이였다. 박해일은 자신의 기질을 짐짓 알아봐주는 듯한 탕웨이(서래)의 뉘앙스에 애써 눌러놓았던 무의식들을 검열하지 않고 슬그머니 내비쳤다.


투박한 무전기를 연상하듯 팔목에 녹음하는 탕웨이에 대한 상태 밀착보고는 공적인 증거 확보와 내밀한 일기의 경계를 넘나들며 피의자의 취향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박해일의 일은 마치 속 깊이 다가가는 사랑의 감정처럼, 상대에 대해 몰입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는 애석함이 있다.


중국 국적의 박정민(산오), 탕웨이와 같은 상황은 아마도 꼿꼿한 법률과 원칙으로 해석할 수 없다. 사회 체제는 지금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까끌거리는 존재를 갈아내는 일종의 틀이다. 이들은 박해일에게 돌봄노동에 쓰여지는 시스템 속 이방인이며, 한국인을 위협하는 도망자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들은 사회에서 결코 귀담아주지 않는 말 한마디를 지키기 위해 지속적인 헤어짐을 선택하며, 원초적으로 절박하게 박해일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왔다. 탕웨이는 자신에게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를 쓰는 박해일에게 기쁨, 두려움 등 갖은 마음을 품은 채로 위험하지만 특별한 관계를 형성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등장한 바닷가의 모래무덤은 탕웨이가 박해일에게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묻어버린 진심의 표현이었다. 비록 파도에 의해 모래무덤은 빠르게 휩쓸려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말이다.



s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