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 그리고 해내다

세 번의 엔진음이 선물한 소소한 행복

by 조우주

벚꽃이 한창이다가 지려는 봄.

4월 16일, 드디어 해냈다.


운전석에 앉아 차가운 핸들을 잡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을 시작합니다"라는 기계음을 들은 지 벌써 네 번째. 마지막 기회라고, 연습한 대로만 하자고 떨리는 가슴을 억눌렀다.

이번에도 탈락한다면, 아무래도 도로의 평화를 위하여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스케줄 문제와 예약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끙끙 고민했던 기억과

인터넷에 많은 '한 번에 성공' 후기들을 보며

운전의 재능여부에 대하여 스스로를 의심하고 돌아보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장장 3개월에 걸친 세 번의 탈락.


첫 시험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필기도 통과했으니 금방 따겠지 싶었다. 하지만 실제 운전석에 앉아 느끼는 중력과 시야, 그리고 시험장의 급박한 공기는 상상하던 것과는 달랐다. 긴장한 나머지 좌측 깜빡이를 꺼야 할 때의 타이밍을 놓쳤고, 가장 어렵다는 직각 주차(T자 코스)에서 검지선을 밟아 점수가 급격하게 깎이기 시작했다. 결국 다 해놓고 나가는 길에 시간 초과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운전 수업을 받을 때 강사 선생님들이 매번 바뀌어서 그런지 누구도 내게 직각주차를 2분 안에 해야 하는 것이라고 아무도 말씀을 안 해주셨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시험은 일정으로 인하여 무려 한 달 반 뒤에야 볼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그동안 익힌 공식과 핸들감은 모조리 휘발되어 있었다. 시뮬레이션을 한 뒤, 추가 연습 시간을 따로 잡지 않고 다른 국가 공인 시험장에서 봤는데 아뿔싸, 탈선의 기준과 경사 구간이 이전 시험장과 현저히 달랐다. 그래서 무지막지한 감점으로 인하여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탈락했다.


위와 같은 탈락의 일대기는 어쩌면 의도된 것 같기도 하다.

연습을 못하는 대신 시험을 예약하여 여러 시험장을 경험해 볼 수 있었으니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 구석은 몹시 쓰렸다.


혹시 실전 연습량을 확보하면 달라질까?


절치부심하여 학원에 다시 찾아가 추가연습을 결제했다.

그와 동시에 네 번째 시험을 예약하고 오래간만에 핸들을 잡을 때는 손이 떨렸다.

차의 움직임과 나의 호흡을 맞추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웠다.


어, 이상하다!

이번만은 달랐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 어깨와 머리가 익는 것 같았지만

핸들링을 계속하다 보니 감이 잡혔다. 예상외로 부드러운 코너링과 운전으로 인하여 처음에는 타박하시려던 운전 선생님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옆자리에서 평온히 졸고 계셨다. 연습 후반부에서 2회 차를 모두 100점으로 통과했다.

이 정도면 뭐 합격이네. 거, 그냥 마음 가라앉히고 천천히 하세요.


가르칠 것도 없으며 당연히 합격일 거라는 말씀이었다. 하지만 실제 시험에서도 그럴지는 의문이었다. 이전의 기억들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고 긴장은 몇 배로 다가왔다.


시험 당일, 대기실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오답 노트를 펼쳤다. 직각 주차에서 어깨선 맞추기, 가속 구간에서의 타이밍, 돌발 상황 발생 시 2초 이내의 빠른 대처. 머릿속으로 수천 번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실격! 불합격입니다.

줄 서 있는데 앞서서 시험 보는 분들의 결과를 눈뜨고 보기가 힘들었다.

나는 과연 연습 때만큼 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탈락하면 어쩌지?


정신 똑바로 차려!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는 순간,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차분해졌다. 엔진 소리가 내 심장 박동처럼 느껴졌다. 기기 조작을 완벽하게 마치고 출발선에 섰다.

먼저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지시 사항을 모두 신속하게 수행했다.

그다음, 드디어 출발이었다. 내가 핸들을 잡는 건지 핸들이 나를 잡는 건지 무아지경이었지만

천천히 정확하게 하려고 했다.

괜찮아, 연습대로만 하자. 80점만 넘자. 당황하지 말자.

첫 번째 고비였던 경사로를 부드럽게 넘어갔고, 가장 공포스러웠던 직각 주차 코스에 진입했다. 공식대로, 하지만 조급하지 않게 핸들을 감았다. 수정 없이 한 번에 빠져나오는 순간, '아, 오늘은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할 수 있어! 겁먹지 말자.

공식대로 핸들을 돌리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내린 뒤 시간제한 안에 여유롭게 통과했다.

마지막 가속구간을 여유 있게 통과하고 도착 지점 가까이에서 우측 깜빡이를 켰다.

안내 요원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라는 안내 멘트가 울려 퍼졌을 때,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한동안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점수는 놀랍게도 100점. 믿기지 않지만 단 한 번의 감점도 없었다.

앞선 한 번의 실격과 두 번의 감점으로 인한 탈락이 무색해질 만큼 완벽한 결과였다.

요원분이 다가오자 기쁜 마음에

"고생 많으십니다. 저 드디어 합격했어요!" 하고 조그맣게 말했다.

사진을 촬영할 정도의 정신은 없었다. 다음 사람을 위하여 빨리 내려야만 했다.

내비게이션같이 생긴 점수판은 여전히 100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100점이라니.

얼떨떨한 마음에 차에서 내리고도 멍했다.


대체 이게 뭐라고, 살짝 눈물이 날 뻔했다.


사실 운전면허 기능시험은 누군가에게는 '한 번에 붙는 게 당연한' 통과 의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이 과정은 단순한 운전 기술 습득을 넘어, 나의 작은 두려움과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그것을 극복해 가는 치열한 '삼고초려'의 시간이었다.


100점이라는 결과보다 값진 '겸손'과 '기다림의 여유'

만약 내가 기능 시험을 필기시험처럼 운 좋게 당일치기로 한 번에 합격했다면, 운전이 얼마나 세밀하고 주의 깊어야 하는 일인지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세 번의 불합격은 나에게 브레이크를 밟는 법, 즉 멈춤의 미학을 가르쳐주었다. 인생에서도 결과만 보고 빠르게 달려 나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속도를 줄이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바퀴가 선을 넘고 있지는 않은지 정확하고 안전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단순히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딛고 다시 내 마음의 핸들을 잡는 법을 배웠다. 이제 도로 주행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비록 초보 운전의 서툰 시작이겠지만, 100점이 준 자신감과 세 번의 실패가 준 겸손함을 싣고 안전하게 나아가 보려 한다.


혹시 지금 남들은 쉽게 통과한다는 기능시험에서 떨어져 좌절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불합격은 당신의 운전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도로 위에서 더 안전한 드라이버가 되기 위한 연습 시간을 더 부여받은 것뿐이라고. 삼고초려, 아니 사고초려 끝의 합격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달콤했다. 이제 남은 건 나의 제갈공명이 되어줄 진짜 면허증을 손에 넣는 일이다.

도로 위에서 굿 드라이버를 넘어 누구보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운전하는 드라이버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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