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발장 Sep 03. 2020

그녀와의 첫 만남

아이 탄생의 감격적인 순간.. 그리고 성장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장미꽃 한 송이를 안겨줄까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머릿속에 가득한 그녀 모습이
조금씩 내게 다가오는 것 같아     
하늘의 구름이 솜사탕이 아닐까
어디 한번 뛰어올라볼까
오늘은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지
용기를 내야지     

-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중에서 -     



이곡은 1991년 발매된 노래지만 언제 들어도 상콤하다.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기 전의 설렘과 달콤함..

그리고 100m 전이라는 낭만적인 상상력과 유쾌함이 함께 녹아들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의 감성처럼..     


“보호자분은 연락드리기 전까지 병실에서 좀 기다려주세요. 괜찮아요.. 금방 끝나니까 너무 걱정 마시구요. 곧 연락드릴게요.”     


노래 가사를 슬쩍 바꿔서..

나의 경우에는 그녀를 만나기 60분 전이었다.

초조하고 긴장되고 설레고 떨리고 온갖 행복한 상상에 나래를 펼치다가도

‘그녀가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온통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둥 마는 둥 천천히 흐른다 싶더니만 이내 경쾌한 벨소리가 마구 울려댔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네?”
“끝났습니다. 505호로 오시면 벨 눌러주세요.”
    “네!”     

짧게 전화를 끊고 505호로 온 나는 문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벨을 눌렀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문 앞에는 난생처음 보는 낯선 아이가

포대기에 쌓여 숨을 쌕쌕이며 자고 있었다.‘     


한번 안아보라는 간호사의 말에

매우 어정쩡한 자세로 왼쪽 팔에 간신히 아이 목을 올리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려니..

뭔가 뭉클하고 뜨거운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앗.. 참아야지.. 울지 말아야지.’

하는데 간호사의 한마디    


“이벤트 신청하신 거 영상 촬영할 거니까 아이에게 메시지 남겨주세요.”

“네.. 음... 토토야 태어나줘서 고맙구... 아빠가.... 흡.. 많이 잘할.... 우어어어... (오열...)  


인생 최초로 만나는 내 새끼.. 세기의 순간..


사실 어찌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미술치료사의 길을 걷게 되면서

현장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되려 ‘내 아이에게 정말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무수히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 심리는 알면 알수록 어렵고

아이 양육은 이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부모가 되는 건 정말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겁이 났다.

어린 시절 가족 안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이 생각날 때면 내가 꾸린 가정에서 그 일들이 되풀이될까 너무 두려웠다.  

    

‘그냥.. 지금 생활에 만족하면서 싱글라이프를 즐기지 뭐..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하고 싶은 공부도 실컷 하면서 사는 거 좋잖아?
멋지잖아? 화려한 싱글! 안 그래??
난 YOLO(you only live once) 하면서 살 거야!‘


하지만, 심리 공부를 통해 점점 나를 발견하고

친조카의 탄생과 함께 누나네 가족의 행복을 지켜보면서 가정이란 단어에 고정적으로 맺혀있던 부정적인 상이 점차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상처였던 것이 조금씩.. 그저 멀게만 느껴지던 것이 그렇게 조금씩..

현실적인 희망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 나도 한번 해보지 뭐!

그리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


깊이 잠든 우리 아이를 바라보며

토끼 같은 아내와 알콩달콩 현실 가능한 가까운 행복을 꿈꾼다.

그리 높지 않은 낮은 문턱의 행복을 하루하루 쌓아가며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것을 실감한다.    

  

시국 때문만이 아니어도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앞으로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우리 아이에게 감사한다.

부디.. 견딜 수 없는 시련은 알아서 피해가 주기를..     


쌕쌕거리며 자고 있는 너를 보며 울음기 뺀 목소리로 다시 한번 속삭여본다.     


토토야 태어나줘서 고맙구..

아빠가 진~짜 잘할게..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낙엽에 대한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