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 어플에 접속하니 상단 쇼츠 부문에 2025년 세상을 떠난 유튜버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자동 추천되어 보여졌다. 썸네일로는 내가 익히 알고 있고 오랫 동안 시청했고 한 때는 구독했지만 구독을 취소했던 모 헬스유튜버의 얼굴이 보였다. "설마 그가?"라는 생각에 쇼츠를 보니 그는 2025년 올해 초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그의 가족이 해당 유튜버의 부고를 소셜미디어에 알림으로서 그의 사망이 알려졌다고 한다. 약 9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할 정도로 대형 유튜버였던 그는 결국 2025년 1월,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이다. 그가 사망한 원인은 무엇일까에 대하여 사람들의 추측이 난무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거라는 것부터 약물 부작용에 의한 사망일 수도 있다는 애기도 있었다.
사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몇 년 동안 그의 행보를 지켜봐 오던 구독자들 및 시청자들은 그의 죽음이 충격이지만 아마 마음 속으로 그가 어느 한 순간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쇼츠가 없었던 시절 그는 피트니스와 관련된 여러 주제들에 관한 긴 길이의 영상들뿐만 아니라,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긴 길이의 영상들은 그나마 정제되었기 때문에 나았지만 스트리밍에서 그는 대단히 불안한 심리를 보였다. 늘 외롭고 우울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모습을 토로했다. 위험할 수준의 자기비하와 자기 파괴적인 자포자기한 심정은 전혀 구독자 90만 명으로 100만 구독자를 목전에 둔 성공한 유튜버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구독자 90만 명이지만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고백했다. 사람들은 구독자가 그렇게 많은데 왜 생활고에 시달리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아무리 구독자 수가 많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 되지 않고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유튜브로 인한 수익을 가져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튜브 수익을 얻기 위한 일종의 방어전처럼 몇 개월만에 영상을 올린다고 근근히 근황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그럴 때마다 폐인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살기 위해 영상을 켰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사람답게 살겠고 영상이든 스트리밍이든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는 또 심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자기파괴를 일삼았다. 내 인생도 개차반인데 내가 구독한 유튜버는 매 영상마다 나보다 더 힘빠지는 말을 늘어놓으니 피로감이 상당했고 나는 어느 순간 그의 채널을 구독취소했고 그가 오랜만에 활동을 한다는 소식이 들어도 무시했다. 어차피 그는 그런 걸 반복할테니까. 결국 그는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는 그저 그런 단순한 유튜버가 아니었다. 그는 피티니스/웨이트 트레이닝/보디빌딩/헬스 계의 혁명가와 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거대한 근육 사이즈와 운동 퍼포먼스를 예고편처럼 보여주면서 이는 다 불법 약물에 의한 것이며 자신이 보디빌더이지만 불법 약물을 쓰는 인물이라는 걸 한국에서 최초로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였다. 그는 그가 여태까지 사용한 혹은 알고 있던 불법 약물에 관한 부작용으로 사람들의 경각심을 줄 뿐만 아니라, 웨이트 트레이닝과 관련된 보디빌더들이나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불법 약물이 암암리에 대단히 널리 퍼져 있다는 걸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조각같은 몸매는 노오력과 인내의 산물이 아닌 불법 약물의 결과라는 걸 알려주었다. 심지어 대회에 나가는 전문 보디빌더가 아니고 동네 흔한 헬스장의 트레이너들, 심지어 일반 회원들도 이 불법 약물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려줬다. 그렇게 그는 헬스 문화의 어두운 심연을 사람들에게 들쳐서 보여준 인물이었다.
그의 일명 약투 운동이 벌어지기 전, 나는 5년 동안 나는 gym rat이었다. 주6일,7일을 꼬박 1시간 반에서 2시간을 정해진 시간에 핸드폰은 아예 락커 안에 쳐박아들 정도로 열심히 출근 도장을 찍는 나름 열운러였다. 그 이전 운동이라고는 도저히 싫어하던 나로서 내가 운동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나의 참된 자아를 발견하게 된 건 헬스를 시작한 30살 정도가 되어서부터였다. 그렇게 매일 매일 5년 여 년 동안 헬스장에 꼬박 시간과 에너지를 태웠지만 이내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헬스장은 보디빌더들 및 운동 꽤나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성지와도 같았던 서울 성북구의 모 헬스장이었다.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근육남들이 서로 메이트가 되어 운동을 하고 광배를 펴고 활보하던 그 헬스장에서 나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나타나지만 비루하기 짝이 없는 몸과 운동 수행 능력을 지닌 왜소한 남자였다. 그래, 같은 남자끼리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그 헬스장에는 여성 회원들도 많았다. 여성 트레이너나 남성 보디빌더와 함께 운동하는 몇몇 여성 회원들은 남자 못지 않은 근육량으로 가공할만한 중량을 치고 2시간을 꼬박 고강도로 운동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근육량이나 운동 수행 능력에서 더 우위이지만 그녀들은 아니었다. 왠만한 남성 회원들을 압살하고도 남았다. 그렇게 약 5년의 노력 끝에 나는 결국 운동에 소질과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다시는 웨이트 트레이닝 따위를 하겠다고 헬스장을 가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그렇게 발길을 끊었다. 그렇게 헬스장과에 발길을 끊은지 1년 8개월 정도가 되었을 즈음 근육으로 중무장하며 벤치 프레스 200kg를 무리없이 소화하는 그가 자신은 불법 약물 사용자라는 걸 밝히고 나섰다. 그의 작은 날개짓은 큰 파장을 일으켜 자신 역시 불법 약물 사용자라고 밝히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였다. 그 유튜버는 남성뿐만 아니라 보디빌딩의 여성 종목에 출전하는 여성 선수들이나 심지어 비키니 선수들 역시 약물을 기본적으로 사용한다는 걸 폭로했고 모 전직 여성 선수는 그의 채널에 출연하여 자신이 불법 약물을 사용하게 된 경위와 그 부작용을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노력과 재능, 스킬의 부족 등 모든 걸 나 스스로에게 탓했던 나로서는 그와 그의 동료들의 고백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나는 불법 약물의 실태를 알고 다시 헬스장이라는 곳에 발을 들일 결심을 하게 됐다.
혹자는 말한다. 불법 약물을 쓰는 게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 혼자 조용히 운동하면 민폐도 아닌데 왜 그걸 비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정말 그들은 남들에게, 나와 같은 약물은 쓴 적도, 약물이라는 걸 쓸 생각조차도, 아니 그런 게 그렇게 쉽게 구해질 수 있는지조차도 몰랐던 일반 헬서들에게 과연 아무 피해를 안 주는 걸까? 그들의 근육질의 뛰어난 몸, 압도적인 운동 수행 능력은 그들이 젖꼭지가 드러나는 민소매를 입든 혹은 몸에 딱 달라붙는 테크핏을 입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피해를 줄 수 있다. 왜 그들과 나는 같은 성(sex)인데 이렇게 다를까? 그 역시 직장이 있는 엄연한 직장인 인 것 같고 나와 같은 시간에 오히려 내가 더 자주, 더 많이 이 공간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변화가 없고, 남들이 봤을 때 이게 운동한 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고 저 사람은 저럴까? 자괴감을 선사할 수 있다. 물론 본인은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러겠지. 아니 비교 하라고 누칼협을 했냐 왜 스스로 비교해서 자괴감에 빠지냐? 자괴감을 느끼는 것까지 책임져야 하냐? 등등으로 반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혹은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관찰당한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조정하고 규율화(regulation)한다. 타인의 행동과 태도에 반응하는 게 집단의 무리 생활을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 본능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물러하고 자신을 비교하라고 누칼협 한 것도 아닌데 왜 스스로 비교질해서 자괴감에 빠지냐, 그건 니 잘못이다 라는 건 애초에 모순이 있는 반발에 가깝다. 그들이 나에게 주었던 본의 아닌 피해로부터 내가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건 그 유튜버의 용기 있는 콘텐츠 덕분이었다.
그가 처음 헬스 업계에서의 불법 약물 사용을 폭로한 지도 6년째이다. 그 사이 불법 약물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일반 사람들 역시 약물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후로는 오히려 "너 약 쓴 몸 아니야?"라며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로무새까지 등장하였다. 어쨌든 그는 그 이후 한국에서의 헬스 및 피트니스 계에 상당한 족적을 남겼다. 그 이후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인식하고 완전히 약물을 끊고 anti-chemical의 전사가 되고, 선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는 그러지 못하였다. 그의 삶은 비극을 끝났고 사람들은 희극보다 비극,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어쩌면 그는 비운의 혁명가로서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기억되고 회자될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2025년 7월 30일, 내가 유튜브를 시작한지 이제 13개월 정도가 지났다. 긴 길이의 영상만 거의 60개 정도 업로드를 했지만 구독자가 아직도 200명이 안 되는 나에게 구독자 90만의 유튜브 계정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실버버튼은 커녕 9만명, 그 10분의 1인 9,000명, 아니 지금은 900명 구독자만 되어도 바랄 게 없을 정도이다. 내가 900명의 사람들에게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누군가는 내 얘기에 깊이 공감하고 내 영상을 통해 그 전에 관심 없었더 분야에 관심이 새롭게 생기거나 혹은 전혀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수도 있을 정도만 되도 감지덕지하는 마음으로 유튜빙(youtubing)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이런 마음인데 그는 자신이 영향력을 끼칠, 아니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줄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을 90만 명이나 모은 그는 어째서 그렇게 마음을 잡지 못하였을까? 아마 그에게는 구독자 수는 애초에 아무 의미가 없었을까? 그가 자신의 불법 약물 사용을 오픈하고 그 바닥의 실체를 폭로함으로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변화를 일으켰는지는 그에게 별다른 위안이 되지 못하였을까? 아니 애초에 본인은 이 지긋지긋한 약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유튜브에 자신의 불법 약물 사용을 오픈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갑작스러운 비난뿐만 아니라 응원, 거기다가 사람들의 과도한 기대와 관심이 그를 결국 무너뜨린 원인이 된 걸까? 그의 정확한 마음을 나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와 나의 삶의 어느 한 부분도 겹치는 것도 없으며 그렇다고 내가 그처럼 구독자 90만 명의 대형 유튜버가 될 일은 절대 없을테니 그런 대형 유튜버가 되었을 때 그가 느낀 감정이 무엇일지는 그저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다.
어쨌든 그는 9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던 유튜버로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있다는 거다. 그는 사람들의 소외를 받으며 숨을 거두었겠지만 그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래도 내가 이 세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기억해주는 사람이, 그저 내가 존재했다는 자체가 아니라 그 자체로 상당한 족적을 남겼다면 어쩌면 그의 삶은 비극이지만 비극이 아니지 않을까? 그곳에서는 그가 부디 평온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