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상탈 러너의 상탈 런닝 체험기

상탈 런닝 말로 설명하기 힘든 신세계 그 잡채

by 수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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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피트니스 어플을 확인해보니 정확하게 작년 2024년 11월 8일부터 헬스장 트레드밀에서 체지방 감소를 목적으로 실내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 이후 올해 2025년 3월 초, 헬스장 회원권 종료를 앞두고 실외 런닝을 시작했다. 실내 런닝을 할 때는 1주일에 5-7회, 실외 런닝만 하는 지금은 1주일에 2-4회 런닝을 하고 있다.


나는 늘 천세권에서만 살아왔다. 복개천 시절의 성북천 앞에서 나고 자랐으며 성북천이 복원된 후로는 성북천 바로 앞의 아파트에서 살았으며, 약 40년 동안 같은 동네에서만 살다 4년 전 쯤 지금 동네로 이사했다. 지금 사는 곳 역시 50미터 앞에 정릉천이 있다. 그리고 1km 안에 성북천과 청계천까지 있다 보니 더욱 풍족한 천세권에서 살고 있다. 천세권에 산다는 건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에도 유리할 뿐만 아니라 달리기를 하기에도 유리하다는 환경에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도심 속 생활하천은 기본적으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마련되어 있으니 자건거 도로만 피한다면 적어도 자동차에 받힐 일은 없으니.


노을이 지는 시간에 한강 주변에서 로드 자전거를 타는 젊은 한국인 남성의 모….jpeg


이렇게 천 주변에 살다 보니 런닝을 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산책의 걷기 운동 혹은 자전거를 타러 청계천이나 중랑천, 더 멀리는 한강까지 갈 때도 있다. 최근 런닝이 가장 핫한 운동이라는 게 사실이듯,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달라진 풍경들이 있다. 첫 번째로 런닝하는 사람들의 수 자체가 많아졌다. 그 전에도 봄이나 여름, 가을에도 런닝을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뛰고 달리지는 않았던 걸 생각해보면 런닝이 힙한 운동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둘째, 장년 혹은 노년의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달리기를 하시는 분들의 연령대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몇년 사이 슬로우 조깅(slow jogging)의 장점이 걷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으면서 근력 운동의 기능까지 갖추었다는 장점이 알져지면서 어르신 분들 및 달리기 하기에 무리가 있는 계층에게도 달리기를 도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그 전보다 더욱 다양한 연력이 달리기를 하는 걸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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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변화는 상탈 러너들의 증가다. 한동안 자전거로 매일같이 한강에 나갈 때는 한강, 그 중에서도 한남대교 이남이나 청담대교 남단 쪽에 그것도 주로 외국인 상탈 러너들을 볼 수 있었지만 몇 년 전 한강에서 런닝 크류가 유행함에 따라 한 여름에 한강에 상탈한 한국인 러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중량천이나 사근램프를 지나 청계천 하류 지점에서도 상탈한 한국인 러너들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상탈 러너들이 올해 2025년에는 더 많이 청계천, 중랑천에서 보이는데 이 역시 런닝의 유행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1주일에 2-4회 야외 런닝을 하는 나로서는 상의를 탈의한 채 런닝을 하는 남자들을 보면서 상의 탈의하면서 런닝하는 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나는 대단히 더위에 취약하고 땀도 많고 심지어 그냥 조금만 걸어도 빠르게 체온이 올라가 한 여름에는 채 100미터도 못 걸어서 땀에 젖는 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웃옷을 안 입다 보니 더 시원할테고 아무래도 땀이 덜 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땀이 나더라도 보다 쉽게 기화될 수 있을 것이다. 땀 배출을 통하여 체온을 조절하는 인간에게 땀이 빠르게 증발할 수만 있다면 더 효율적으로 체온을 낮출 수 있고 그러면 운동 중에 느끼는 피로감도 덜 느낄 것이고 당연히 운동의 지속성도 더 증가할 것이다. 땀이 빠르게 외부로 증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얇은 옷이라도 옷은 인간의 체온을 유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웃옷을 벗는 것만으로도 내 몸의 열이 외부로 발산되는 장벽이 사라지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이 줄어들게 되니 더위를 심하게 타는 사람에게, 특히 여름 철에 땀을 많이 배출하는 유산소성 운동들은 상탈 런닝은 장점이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럼 상탈 런닝의 단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단점은 민망한 아닐까? 실내 수영장은 남성은 하의 수영복만 입는 게 룰(rule)이기 때문에 오히려 위에 래쉬가드를 입는 게 이상하게 보일 정도지만 수상 스포츠가 아닌 야외 런닝이나 조깅, 헬스는 옷을 챙겨 입는 게 일반적인 공공장소 아닌가? 그 공공장소에서 남들도 다 있는데 상의를 탈의한다는 거에 스스로 굉장히 민망하게 생각해서 꺼려질 것이다. 한편, 남들의 시선도 신경 쓰일 것이다. 수영장처럼 당연히 노출하는 곳이 아닌, 노출을 하는 게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혹은 휴식을 즐기기 위해 도심 속 생활하천을 찾은 하천 이용자에게 피해 혹은 눈갱을 시킬 수도 있고 혹은 런닝이 민폐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벗은 옷을 어디 두르거나 하의에 걸칠 수 없을 정도라서 상의를 버리는 게 아니라면 결국 한 손으로는 그 옷을 들고 뛰어야 하는 데 그렇게 한 손의 부자유로움 정도의 이유가 아니라면 한 여름 상탈 러닝의 단점은 딱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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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지난 일요일 오후 6시 반 정도, 청계천으로 런닝을 하러 나갔다가 처음으로 상탈 런닝에 도전해 봤다. 처음에는 4km를 웃을 입고 뛰다가 시작점으로 턴을 한 후 500미터 정도를 뛴 후 4.5km 지점부터는 상의를 탈의하면서 뛰었는데 뛰는 동안 웃옷을 벗는 순간 옷 안에 갇혀 있던 열기가 확빠지면서 신세계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집에서 처음 나올 때만 하더라도 오늘은 4km로만 뛰어야지 하다가, 몸이 풀려 4km까지 뛴 후 반환하면 2키로 앞 계천 중간에 따릉이 정류소가 있으니 거기서는 따릉이를 타고 가서 6km를 뛰어야지 하다가 4.5km를 뛰었을 때 뛰면서 상의를 벗으니 쉬지 않고 4.5km를 뛰면서 누적된 피로가 단숨에 상쇄되어 버리는 게 느껴졌다. 예상했던대로 옷으로 갇혀 있던 열기는 빠르게 외부로 배출되고 몸에서 나던 땀도 빠르게 증발함으로서 체온이 빠르게 내려감에 따라 오히려 속도도 더 빨라지며 퍼포먼스가 즉각적으로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9.2km를 달렸다. 집에서 처음 나올 때 예상했던 것보다 최종적으로 2배가 더 넘은 길이를 뛰게 된 것이다. 역대급으로 더운 요즘은 10km 런닝은 커녕 3km만 뛰어도 너무 죽을 것 같았는데 그 원인이 내가 너무 컨디션 관리를 못해서인가 헛갈렸는데 높은 기온과 그에 따라 빠르게 상승된 체온을 빠르게 낮추지 못해서 쉽게 육체적, 정신적 프로감을 느껴서 운동 퍼포먼스가 저하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 월요일 또 다시 돌아올 때 상탈 런닝을 하니 3km를 달리는 동안 누적된 몸의 체온과 땀이 달리면서 웃옷을 벗자마자 바로 확 시원한 느낌이 몸을 감쌈으로서 완전히 리셋되는 걸 느낌에 따라 상탈 런닝이 한 여름 런닝 퍼포먼스에 얼마나 유익한지를 다시 깨달았다. 아마 남들은 다 옷을 입고 있는데 나 혼자 상의를 탈의한 채 뛰어다는 것에 관한 민망함 혹은 이게 민폐는 아닐까라는 마음 한 구석의 미안한 감정이 아니라면 아마 상탈 런닝에 한 번 맛들이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제 고작 두 번 상탈 런닝을 한 상탈 러닝 초초초초초입문자이지만 확실한 건 주구장창 쓴 것처럼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 같다.


꾸준히 런닝을 하지만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이 많아서 여름에 런닝하는 게 부담스러운 남성인 당신! 아직 상탈 런닝을 해본 적이 없거나 도전해보고 싶지만 남들 보기에 민망할까봐 마음만 있고 시도하지 못한 채 해볼까 말까 고민만 하는 분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전력 질주가 아니고 빨리 달리지 않더라도 상탈 런닝을 해보기를 바란다. 전력 질주보다 나처럼 다소 느린 속도로 쉬지 않고 5km 이상 계속 달리는 게 지속적으로 체온이 상승하니 오히려 나와 같은 달리기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상탈 런닝이 더 적합한 것 같다. 뭐가 됐든 한 여름 한참 동안 뛰어서 땀에 흠뻑 젖고 몸은 열기로 가득찬 상태에서 달리면서 옷을 벗자마자 몸의 열기가 모두 빠져나가고 몸에 신선한 열기가 느껴지는 그 감정은 뭐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한 번쯤은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조금 더 과감하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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