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아이디어가 미술이 될 때 | (도서리뷰) 혁신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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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과 미술은 어떻게 현대사회를 만들었을까?: https://youtu.be/lYELPhCTZ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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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38억 년 전, 강력한 대폭발 빅뱅(Big Bang)
대폭발을 의미하는 빅뱅(Bic Bang)은 더 이상 과학계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는 아닙니다. 제2세대 대표 남자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며, 유튜브에 그 많은 과학 유튜버들의 영상 중 빅뱅을 주제로 이야기 하지 않는 크리에이터를 찾는 게 어려울 정도로 빅뱅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는 과학, 철학, 인문학 콘텐츠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굳이 과학전문 잡지 《뉴턴 Newton》을 읽어 본 적도,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 1920-1992)의 저서를 읽어 본 적이 없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탄생한 사건이 빅뱅이라는 건 일반 상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빅뱅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이 우주 한 구석 창백한 푸른 점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우리 인류가 어디서 온 존재인지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종착지기이도 합니다. 우리는 빅뱅 이후 형성된 물질들이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만들어진 별의, 더 나아가 빅뱅이 발생시킨 찌꺼기들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138억 년 전 아주 작은 점의 강력한 대폭발, 빅뱅으로부터 현재의 우주가 탄생했다는 빅뱅 우주론이 일반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는 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기원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가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이 본능은 자신을 둘러 싼 외부의 환경에 관심이 높고 자신의 내부 세계를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표출하기를 원하고 그러한 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 일명 예술가들에게서 더욱 강할 겁니다. 그들에게 빅뱅, 우주나 별, 천체 등은 분명 예술적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소재입니다.
2. 현대미술가, 빅뱅을 미술로 재현하다!
영국의 현대미술가 코넬리아 파커(Cornelia Parker, 1956-)는 누구보다 이 관심을 적극적으로 예술로서 승화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한 작가입니다. 그는 천체물리학이나 양자역학에서 제시된 개념들을 미술로 표현하는 데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영국의 테이트브리튼(Tate Britain)에는 그녀의 대표작인 설치미술 <차가운 암흑 물질: 분해된 뷰 Cold Black Matter: an Exploded View>(1991)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파커는 평범한 헛간에 매일 여러 가지 일상 용품들을 가져다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그렇게 잡동사니로 메꿔진 헛간을 보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파커는 군인 출신 폭발물 전문가에게 헛간의 폭발을 의뢰합니다. 헛간은 안전하게 폭파되었고 파커는 폭파된 헛간의 잔해들을 일일이 다시 모은 후 줄에 매달고 그 가운데에는 전구를 설치하였습니다. 코넬리아 파커는 이 작품이 설치될 공간을 일부러 어둡게 연출하고 가운데 위치한 작은 전구의 빛에 전적으로 의지하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전구 주변에 매달린 폭발의 잔해물들은 전구 빛을 받아 그림자를 형성하고 그 모습 자체로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이 설치미술은 한 날 베테랑 군인에 의하여 자행된 폭발에 대한 증언입니다. 하지만 파커는 여기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녀는 이 설치미술을 <차가운 암흑 물질>이라고 명명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차가운 암흑 물질>의 아이디어는 매우 새로운 것이었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내용이었고, 나는 측정할 수 없는 어떤 존재에 대한 아이디어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빅뱅을 상징하는 폭발을 담았다. 이 작품은 폭발을 식으로 표현하고, 분류하고, 분명하게 정의하여 구조를 부여하려는 시도이다.”
이 작품은 그저 한 괴짜 미술가가 잡동사니를 모아 놓은 마구간의 폭발을 의뢰한 개인적 사건에 대한 기록을 넘어 우주적 사건에 관한 미술가로서의 재해석이자 과학이론에게 보내는 찬사(applause)이자 송가(ode)입니다. 과학계는 우주 탄생 즉, 빅뱅을 각종 수식과 연산, 복잡한 기호들로 이루어진 '프리드만-르메트르-로버트슨-워커(FLRW) 메트릭', '허블 법칙', 혹은 '열역학적 공식'과 같은 복잡한 수학 연산으로 표현해냅니다. 그들에게 익숙한 도구가 수학이기에 그들은 빅뱅을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수단을 사용하여 표현한 겁니다. 그렇다면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은 어떨까요? 유튜브 세상 속 과학 크리에이터들은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를 직관적인 영상의 형태로 재현할 겁니다. 텍스트나 언어(verbal)를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는 작가나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표현할 겁니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미술가는 시각미술에 특화된 전문가로서, 자신들이 활용할 수 있을만한 시각적 수단들을 총 동원하여 빅뱅을 표현해낼 겁니다. 대폭발로 알려진 빅뱅에 대해 파커는 헛간이라는 실제 물리적 공간을 생각해 냈고 그 안에 각종 잡동사니를 채워 넣은 후 폭파하는, 일종의 행위예술(performance)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녀는 단지 그러한 행위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재구성해 냈습니다. 가운데 밝은 빛이 빛나는 전구를 설치하고 그 주변으로 폭발 후 수거된 잔해물들을 매달아 작지만 밝은 빛을 내뿜는 강력한 힘을 지닌 작은 점으로부터 물질들이 빠르게 흩어지는 순간으로 폭발의 순간은 보존한 겁니다. 빅뱅은 단지 과거의 특정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서 여전히 우주가 가속 팽창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기 떄문이죠. 파커의 설치미술은 빅뱅 우주론에 영감을 받았지만 과학자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그렇다고 글 쓰는 작가도 아닌 오직 미술가인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빅뱅을 미술로서 표현해 냈습니다.
파커가 과학 아이디어를 미술의 언어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이후에도 지속됩니다. <아인슈타인의 추상 Einstein’s Abstracts>(1999)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에 대한 오마쥬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하여 현대물리학, 천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류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으로서 과학의 아이콘 그 자체입니다. 파커는 1931년 옥스퍼드 과학사 박물관(History of Science Museum)에서 아인슈타인이 강의했던 칠판의 분필로 쓰인 글씨를 최대로 확대하여 사진으로 찍었고 이를 미술 작품으로 발표합니다. 파커는 과학이 미술의 뮤즈라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3. 인간은 단 한 순간도 과학과 떨어진 적이 없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아니 역사 시대 이래로 인류는 한시도 과학과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지금 여러 분들의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이렇게 제 영상이 여러 분들게 전달될 수 있는 유튜브, 스마트폰 속 인스타그램이나 X 등의 소셜미디어,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의 배달 앱들은 과학의 발전이 없었다면 누릴 수 없는 것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집에서 보는 TV, 햇반을 돌려먹는 전자레인지, 직장에 출근하기 위하여 타는 자가용 혹은 버스, 지하철의 대중교통, 그도 아니라면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 서울시의 따릉이와 같은 자전거, 심지어 여러분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와 청바지도 과학의 결과물입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티셔츠, 속옷, 양말, 주말마다 한강에서 신나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는 지금에는 아무 것도 아닐, 오늘날의 고등 과학의 눈으로는 과학과는 상관없는 것들로 보이겠지만 이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공장과 자동화 시스템, 그리고 자전거의 페달 및 바퀴의 크기 등은 모두 과학의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합니다. 인간이 과학을 진보시켰지만 도리어 대부분의 인간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과학의 그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지구상에 태어난 어느 누구도 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집착과 해탈, 열반을 이야기하는 특정 종교에서도 과학에 관심을 두는 겁니다. 일반 대중들에게 불법을 전하는 불교의 스님들 중에는 과학 그 중에서도 천체물리학에 관심이 높으신 스님들이 매우 많습니다. 2,500년 전 샤카무니 붓다의 가르침이 오늘날 하나하나 드러나는 우주의 진실과 양자역학의 발견과 놀랍도록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불교 승려들에게 과학은 붓다의 가르침을 증명하는 증거입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보살행을 실천하고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제도하고 나도 붓다가 되는 게 불교 수도승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과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겁니다. 아마 스마트폰이나 최신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전자기기의 작동 원리에 흥미를 느껴 전자공학 쪽에 더욱 관심이 높겠죠. 컴퓨터가 관심이 있다면 컴퓨터 공학에, 만약 자연이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면 생물학이나 지구과학 분야에 관심을 기울일 겁니다. 굳이 과학자가 아니고 과학계에 몸을 담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과학에 관심을 기울일만한 조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미술가, 예술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우리와 미술가, 예술가들이 다른 건 그걸 미술 혹은 예술이라는 하나의 결과물로서 표현해내고 대중에게 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겠죠.
※ 이 글은 이안 블래치포드 경(Sir Ian Blatchford)과 틸리 블라이스(Tilly Blyth)가 공동으로 집필한 『혁신의 뿌리 The Art of Innovation』(2021)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