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슈퍼히어로
오늘 아침을 먹으면서 각자의 방청소를 말끔히 하기가 오늘의 일과인 것을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자유시간은 방 청소를 다하고 나서 가질 수 있다는 조건도 함께 달았다.
며칠 후면 우린 비행기를 타고 한 달간의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낼 계획이기에 방청소의 중요성을 아이들도 동의하는 듯했다.
아침식사 후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 들어가서 책상과 방 정리를 시작했고, 여러 뭉치의 종이류들이 쓰레기통으로 옮겨졌고 빨랫감들이 연이어 나왔다.
방을 정리하던 아들은 처치 곤란한 인형들을 버리겠다며 거실로 가지고 나왔다.
장난감이든 가방을 본 나와 남편은 1~2초가량 순간 멈칫한 서로를 보았다. 놀람이 스쳐 지나갔다.
왜냐하면, 파워레인저 인형들이 버리겠다는 봉투 안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의 첫 슈퍼히어로 사랑은 Red Power Ranger 빨간 파워레인저였다.
10살 무렵 아들이 제일 고통스러워하는 질문은 스파이더맨과 빨간 파워레인저 중 누굴 더 좋아하냐는 질문이었다.
핼러윈데이 (Halloween Day) 복장을 준비할 땐, 핼러윈데이 복장 가게에 가서 여러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고민을 하다가 (슈퍼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등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에는 계산대에 올려놓는 복장은 늘 빨간 파워레인저였다.
난 아들 덕분에 파워레인저의 모든 시리즈를 섭렵하고 가끔 전 시리즈 주인공들이 카메오로 출연이라도 하면 아들과 같이 환호하며 시청을 하곤 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쯤부턴 더 이상 파워레인저를 찾지 않았고 나 또한 앉아서 지루하게 시청을 하지 않아도 되니 기뻐다(?)
허나, 아들의 파워레인저 사랑은 늘 있었으며, 자기 침대에 파워레인저 인형들을 늘 앉쳐두었었다.
올여름이 지나면 한국 학년으로는 중 3학년에 올라간다.
봉투에 누워있는 파워레인저들을 쳐다보며 남편의 한 줄 논평은 “토이 스토리의 우디네”였다.
그랬다. 토이 스토리에서 우디는 아주 사랑을 받는 인형에서 벽장에 놓이는 신세로 바뀐다.
아들의 파워레인저가 그랬다. 아들 침대 옆에 늘 있다가 벽장에 누워있는 신세로 전락한 지 몇 년째 였다.
아들이 방에서 가지고 나온 인형들 중 몇 개의 인형들은 딸의 구조로 딸방 침대 머리에 놓이어졌다.
파워레인저 인형들은 딸의 침대 머리에도 놓이지 못했다.
지금은 아들 방에서 밀려났지만, 성인이 되었을 때 ‘내가 왜 버렸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을까 봐 버리지를 못하겠다.
이 인형들의 새 보금자리로 내 작업방 책장 위를 내줄 생각이다.
내일은 책장 위를 말끔히 정리하고 파워레인저들을 올려두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