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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영 Jun 17. 2022

말하지 못했던 미술의 쓸모

          

눈 뜨고 일어나면 바뀌는 세상 속에 놓인 기분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도래한 시대, 전문가들은 창의력과 상상력만이 살길이라 말한다. 시험결과표처럼 숫자와 등수로 수치화되지 않아서 보이지도 않고, 가늠하기 어려운 창의력 말이다. 기

계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능한 능력을 내 아이도 가져야만 할 것 같은데, 우리 아이 미래교육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얼얼하고 막막하다.


유발 하라리는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80~90%는 아이들이 40대가 되었을 때 전혀 쓸모없을 것이라 말한다. 수업시간보다 수업시간 밖에서 배운 것들이 더 유용한 세상이 온다고 한다. 미래세상에서는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며, 인간만이 고유한 영역이 중심 되는 세상이 온다.

그 중심에는 상상, 사유, 창작이 있을 것이다. 이것들을 다루는 가장 쉬운 과목은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예술이다. 그리고 예술 중 쉽고 편하게 어려서부터 접할 수 있는 과목은 ‘미술’이다.      


미술이 좋은 건 알고 있지만, 미술은 아이에게 그렇게 쓸모가 있을까. 하루 일정을 소화하기도 바쁜 아이에게 미술의 시간을 확보해주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우선 미술은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만 하는 게 아니다. 그럼 미술을 하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첫째, 미술은 인간의 본능인 창조하는 속성을 가진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은 기쁘다. 학습만을 경험하고 자란 아이와 창조의 경험을 가지며 자란 아이는 다를 것이다. 일상을 충만하게 느낄 것이며, 단단한 안목을 키울 것이다.      


둘째, 모든 학문은 머릿속 생각을 가시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미술활동이다. 미술활동은 상상하고 생각한 것을 꺼내놓는데 아이디어의 결정뿐 아니라, 과정 내내 재료의 선택, 색의 선택, 기법의 선택 등 활발한 ‘사고 활동’이 이루어진다. 이때 자연스럽게 지식과 과목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결 짓는다. 다양한 영역의 과목을 연결하고 융합한다. 미술을 할 때, 아이들은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지식을 소화시킨다. 자연스럽게 총량의 지식을 꺼내어 끊임없이 문제 해결하고 한 장의 그림으로 압축하여 표현해낸다.  

   

셋째, 미술활동에 몰두하면 남과 다른 생각, 창의적인 생각이 자연히 올라온다. 이것은 미술이 가진 속성 자체가 남과 다름을 추구하기에 ‘창의성’을 다루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남과 다른 생각만을 창의적이라 하지 않는다. 쓸모 있는 생각으로 만드는 과정, 타인에게도 소통되고 이해됨으로써 창의성은 인정받는다. 이것은 곧 자신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미래에는 더더욱 자신의 콘텐츠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세상이 될 것이다. 미술은 자신의 생각과 사유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창작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셋째, 미술의 제작과정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미술이 나를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다. 자기다움을 알아간다는 것은 ‘정체성’을 안다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차리는 표현 과정은 아이가 삶을 살아가며 겪게 될 문제와 고난 속에서도 자신을 튼튼히 지켜줄 것이다.      


넷째, 미술은 학습에서 답답해진 뇌를 이완시킨다.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과 정서를 다루는 우뇌를 활성화시킨다. 사람은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사용해야 어떤 과제든 현명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단편 지식 습득 만을 가르치는 학교와 공부 학습의 반복은 좌뇌만 활성화시키고, 우뇌는 잠만 자게 하는 것이다. 사실 공부하는 학습의 형태는 뇌가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게 그 이유다. 밤늦게 까지 숙제로 채워진 아이의 뇌는 답답하다.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다섯째, 미술은 학습의 공부처럼 등수나 점수를 매기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우게 된다. 미술은 다른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다. 정답이 아닌 다른 답에 공감하고, 비평한다. 한 가지 답이 아닌, 여러 개의 답을 이해하고, 다양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진다. 자연히 다름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읽게 된다.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이 길러지는 것이다.      


여섯째, 미술 하는 시간은 마음을 챙기는 시간이다. 미술제작 과정은 해소의 기능을 가진다. 마음의 진단과 예방, 치료적 속성까지 갖춘 활동이 미술이다. 감정이 이완되고 정서가 안정되는 그 자체로 완벽한 활동이 미술인 것이다.     


일곱째, 미술은 이미지를 읽는 능력을 키운다. 하이데거 역시 미술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이미지를 통한 세계 해석의 과정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로 빠르고 간결하게 대체하는 ‘시각적 문해력’이 필요한 세상이 왔다. 이제 가장 글로벌한 언어는 시각언어가 되었다. 넘쳐나는 이미지의 세상, 시각문화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이미지를 사용하고 해석하고 판단하며 살아간다. 텍스트를 이해하려면 독서가 일상화되어야 하듯, 이미지를 읽을 수 있으려면 미술이 일상화되는 삶이어야 한다.   

   

여덟째, 미술은 뇌와 손이 느리게 활동하는 시간이다. 편한 것을 좋아하는 뇌가 TV나 게임, 스마트기기에 길들여지면 생각하는 활동은 더 힘들고 멀어진다.

누구나 빠름을 외치는 세상에서 천천히 집중하여 관찰하고, 뇌와 손이 느리게 반응하는 미술의 시간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아이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루를 공부 학원 스케줄로 가득 채워 졸업한다면, 세상에서 어떤 출발을 할 수 있을까.


엄마들은 미술을 계속하는 건 미술을 전공하는 경 우만이라 생각했다. 어릴 적 주 과목이었던 미술을 청소년기에 학업을 한다는 이유로 그만두는 것이 안타깝다. 사라지는 과목들과 사라지는 직업들로 바뀌는 세상이 온다. 이것에 우리 아이는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은 빠르게 바뀔지라도 교육은 늘 제자리인 것만 같다. 대치동으로 공부를 배우러 몰리고 학교교육 시간에도 학원 숙제를 버젓이 한다. 정리된 지식을 채우는 교육뿐 아니라, 주요 교과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생각하자. 미래 세상을 보다 지혜롭게 살기 위해 예술 영역의 보완이 절실하다.

생각하고 사유하고 표현하며 자라는 어린이. 미술이 그 길을 도울 것이다.


유대인은 똑같은 공부보다 아이들이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성장하길 당부한다. 유대인들은 아이의 재능으로 아이만의 정체성으로 자라도록 공부 외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유대인은 학습보다 경험을 통한 성장으로 충만한 진짜 지식을 키워갔다.      






나도 공부 학원 보내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엄마이다. 하지만 예술 한 과목은 꼭 삶의 끝까지 아이가 가져갈 수 있도록 챙겨줄 것이다. 난 아들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읽고 쓰며, 생각하고 사유하며 자라길 바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낼 때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리라 믿는다.


아이의 삶에 예술 세포 하나를 장착하게 해주고 싶다. 우리 아이 예술 한 가지 꼭 챙겨가자고. 그래서 이 좋을 걸 함께 하자고 글을 쓴다.

이것이 나의 어린 시절에도 지금도 공부에 밀려 인정받지 못했던 늘 말하고 싶었던 미술의 쓸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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