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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영 Jun 17. 2024

사교육 기관을 운영하는 원장이자 학교밖 미술교사입니다.

늘 봄 정책에 관한 학교 밖 미술교사의 생각


늘 봄  

   


한 기사에 ‘학원 뺑뺑이 대신 늘봄 교육으로 창의성을 키운다’는 글이 올라왔다. 

늘 봄. 공교육으로 늘 따뜻하게 돌봐준다는 교육부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를 입학하면 돌봄 중단을 경험했고, 일을 이어가고픈 많은 엄마들이 아이 돌봄을 위해 일을 중단했다. 나 또한 내 일을 하기 위해 사교육을 보내고 교육하며 보육하는엄마다.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높은 물가로 우리나라에서 아이 키우기는 어려우니,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교육에서 제공하려는 움직임에 반가워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사교육기관을 운영하는 원장이라 이 정책이 솔직히 반갑지 않다. 늘봄의 이름처럼 따뜻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정책은 누군가에겐 차가운 겨울을 줄 수도 있다.

학기초 초등학생의 입학 상담은 대폭 줄었고, 선생님들은 수업이 줄기 시작했다. 교사들의 수업이 줄기 시작한다는 것은 앞으로 근무시간의 변화를 말하며, 교사의 일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일이 준다는 것은 급여가 주는 것, 한창 젊고 일할 나이의 학교 밖 미술교사들은 다른 일을 찾아 줄어드는 급여를 매꿔야 할지 모른다. 또는 업의 전환까지 이루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학원은 어린이들로 운영되는 곳이다. 어린이들이 없어지는 학원의 교사는 수업을 잃고, 수업을 잃으면 일자리를 잃는다. 어린이와 교사가 없는 학원은 그렇게 문을 닫는다.

영어 수학 학원과 달라서 예체능 학원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늘 봄 정책을 잘 정착시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뿐, 이 정책으로 고통받을 다른 편의 모습은 보지 못한다. 아니 보이지 않는다. 

물론 모든 정책이 연결된 모든 사람의 입장과 형편을 고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라지는 학교 밖 교사들, 그들의 일과 꿈은 그렇게 없어져도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원을 운영하는 원장은 학원 문을 닫으면 될 뿐인가. 

그래도 실력있는 학원은 살아남고, 실력있는 교사는 살아남는. 

어쩔 수 없이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 나의 불찰. 또는 자본주의 세상의 이치 정도로 이해해야 할까. 
 

나는 지난 회의 때, 늘봄 및 여러 사정으로 앞으로 근무시간에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교사들에게 말했다.

이 말을 하기 전에도 몇날 몇일 잠을 설쳤고, 회의 날도 괜한 말을 한 것 같아 잠을 설쳤다.

수업 대신 다른 일을 모색해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미술교사가 수업 대신 무엇을 한단 말인가....


학교 밖 미술교사들.

난 그들의 수고와 노력이 더 빛나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미술로 행복히 자라길 바라며, 수업을 연구하고, 준비하고 가르치는 그들. 한명 한명 더 살뜰하게 살피려는 그들의 노고. 학교밖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교육이 존중받기를 바란다. 

학교 밖 현장의 다양한 미술교육 이야기가 축적되었으면 한다. 수직적으로 내려오는 이론이 아닌 어린이와 교사가 상호작용하는 현장으로부터 출발하는 미술이야기가 지식이 되길 바란다.


진작 사라졌을 나의 교육원이 이만큼 버티고 있는 것도 당연히 교사들 덕분이다. 

우리는 학교 밖 현장에서 어린이 미술의 진실, 본질 같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긴다. 어린이들은 우리를 수업을 통해, 더 괜찮은 교사로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우린 어린이와 계속 미술을 하고 싶다. 우린 그들의 미술을 잘 알며, 소중히 여기며, 잘 가르치는 전문 교사다. 우린 준비가 되어있다. 우린 학교 밖 미술교사니까.


빼앗아 간 학교 밖 교사의 일들은 늘 봄은 질 좋은 교육으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학교 밖 교사들의 일도, 다시 오지 않을 어린이의 시간도 빼앗은 게 되버리고 말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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