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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Aug 30. 2023

'남들 다하는 그런 일' 나만 어려운 걸까?

사십춘기 일기

사람의 인생 앞에는 왜 항상 숙제가 놓일까?

어렸을 적 친한 친구의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사람이 고민이 없으면 죽을 때가 된 거야.'


당시에는 친구와 박장대소 깔깔대며 웃었지만 돌아보니 이런 명언이 또 있을까 싶다.


생로병사를 원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 앞에 놓인 허들을 넘기기 위해 죽어라 달려 나간다.


인생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다양하고 구한 답도 모두 같을 수 없기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기도 하고 또 앞서간 사람들 보고 배우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생의 어려운 숙제들을 풀어나간다.


우리가 해결해 가는 일들에 옳다 그르다로 판단할 수 있는 잣대는 없지만 우리는 늘 보편성을 따지게 된다. 그 보편적인 숙제, '남들 다하는 그런 일'이 어려워질 때 좌절하게 된다.


나의 20대는 '하고 싶은 일 찾기'에 목말라 있었고

나의 30대는 이직, 결혼, 독신등에 갈림길에서 고민했었고, 나의 40대 숙제의 시작은 '임신'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듯하다.


'남들 다 하는 그런 일'중에 난 지금 '임신'이라는 숙제 앞에 놓여 있다. 30대 때 허리가 안 좋아 찾은 정형외과에서 지금 상태로 임신하기 어렵다는 말을 몇 번 들었을 때는 사실 콧방귀를 뀌고 다녔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었거니와 내가 임신이라니 너무나 가볍게 웃어넘겼었는데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소중한 배란일 앞에 주말부부를 하는 사정의 어려움을 앞세운 남편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한참을  울고 이렇게 글을 쓰고 앉아 있자니 인생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난 '남들 다 하는 그런 일'에 간절히 목을 매며 산적은 없다. 노력보다는 어느 날 하늘에서 떡 하나 뚝 떨어지면 좋은 거고 뭐... 안되면 어쩔 수 없지 뭐.


이러한 운으로 점철되길 바라는 방관자적인 태도와 무심함, 회피성 태도로 어찌어찌 살아온 것 같다.

그렇게 모든 일에 욕심을 내며 아득바득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결혼하고 1년이 지난 지금, 내 나이 마흔,

'남들 다 하는 그런 일'이 자꾸 간절해진다.


'나이가 있으니까, 안되면 어쩔 수 없지'

'우리 꼭 너무 상심하지는 말자'라고 내가 먼저 남편에게 늘 말하지만 내 몸의 규칙적인 호르몬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한 달에 한 번씩 꼭 확인할 때마다 실망하고 상심하게 된다.

 

은쪽이정도 되는 철없는 내가 어쩌자고 엄마가 되고 싶은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조바심이 난다.

이렇게 바뀐 내가 신기하기도 하다.


남편이 지금 퇴근을 하고 미안하다며 나를 달래기 위해 지방에서 달려오고 있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오간다.


나도 모르게 '남들 다 하는 그런 일' 중에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왔고 알수 없는 이끌림으로 또 다른 '남들 다하는 그런 일'을 바라고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고민할 때는 그것만 해결되면 만사태평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늘 무언가를 바라지만 그 해방감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또 다른 인생의 숙제, 고민거리들이 줄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고민과 걱정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이 인생의 맛이겠지만 한편으론 이 문제들을 잘 풀어내고 나면 나에게 남겨진 것들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오늘의 마지막 남은 한 줄, 그래도 희망으로 끝맺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항상 말하는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는 한 정신을 바짝 쪼이고 한발 한발 나아가야겠지.


오늘도 나아간다는 믿음이 나를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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