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는 길
2025년 10월 6일 월요일, 비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오늘은 아버지를 만나러 서울에 가는 날. '밥이나 한 끼 같이 하자'는 그 평범한 말씀이, 내게는 왜 이렇게 무거운 숙제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옆에는 내 아들이 앉아 있지만, 나는 딸로서의 무거운 짐을 진 채 발걸음을 뗀다.
전철 창밖으로 빗방울이 하염없이 흐른다. 교통비는 괜찮다. 하지만 외식 자리에서 혹여 아버지께 조금이라도 부담을 드릴까 봐, 혹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내가 괜히 죄송스러워져 속으로 계속 숫자를 헤아린다. 근처 시장이라도 들러 과일이라도 한 봉지 사가야겠다. 빈손으로 가는 이 길이 왜 이리 죄스럽고 미안한지.
나는 지금 가장 치열한 시간을 살고 있다. 낮에는 직장, 밤에는 야간대학.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잠까지 쪼개가며 버티는 중이다.
학교와 가까운 곳을 다녀야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최저임금 직장을 선택했지만, 이는 내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노력'의 증거인데도, 왠지 그 자리에서 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위축된다. 다들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볼 때, 나만 제자리걸음 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입을 열기가 조심스럽다.
가족 식사 자리에서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는 이름으로 초라하게 드러날까 봐 두렵다. 다들 환하게 웃는 형제들 틈에서, 나 혼자만 그늘진 얼굴로 위축될까 봐 미리부터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문득,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신 건, 내 삶의 점수를 매기려는 게 아니라 오랜만에 딸과 손자 얼굴을 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세상 모든 걱정을 잠시 잊고, 그저 따뜻한 밥 한 그릇 앞에서 마음껏 쉬어가라고 부르셨을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해도, 끝내 돌아갈 곳은 아버지의 마음속 따뜻한 식탁뿐이라는 사실이 나를 울컥하게 한다. 그래, 오늘은 '열심히 사는 나'가 아니라, '딸'로 돌아가자. 아버지의 그 진심 어린 마음에 기대어, 오늘은 마음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돌아와야겠다.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