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8. 화
알람이 울렸다. 귓가를 찢는 소리였지만,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딱 10분만. 그 악마의 속삭임에 매번 굴복하고 만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시간은 이미 지각의 경계선. 간밤의 피로 때문에 미뤄뒀던 설거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다닥 찬물에 그릇들을 헹궈 정리하고,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치며 죄책감을 덜어냈다. 급히 샤워를 마치고 옷을 걸쳐 입는 순간, 출근길 고단백 초코 두유 한 팩으로 잊고 있던 에너지를 충전했다. 달콤함 뒤에 숨은 단백질이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해 줄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문을 나선 순간, 가을의 찬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폐 깊숙이 스미는 그 상쾌함이 잠시나마 늦잠의 찜찜함을 날려주는 듯했다. 잰걸음으로 걷다가 만원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짧은 평화를 누렸다. 버스에서 내린 후에는 가방 속에서 꺼낸 쿠키를 오독오독 씹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어제의 피로와 오늘의 분주함 속에서도, 이렇게 소소한 순간들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일터에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물 한 잔으로 몸을 녹였다. 바쁜 오전 업무를 해치우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소내장탕 라인에 합류했다. 든든한 점심 식사 후 다시 업무에 몰입. 그리고 다시 설거지. 몸은 고되었지만, 퇴근 시간 6시를 알리는 시계를 보는 순간 모든 피로가 일순간 잊혔다.
곧장 강의를 들으러 3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는데, 멀리서 3학년 선배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름에 따라 간 휴게실에는 뜻밖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선배님들이 다 함께 바삭한 통닭을 드시고 계셨던 것이다. 염치 불구하고 섞여 앉아 통닭을 함께 먹었다. 따뜻하고 맛있는 통닭에 시원한 요구르트까지. 힘든 하루 끝에 찾아온, 예상치 못한 위로와 정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진심을 담아 인사하고, 든든해진 배를 안고 수업에 들어갔다.
두 과목의 강의를 모두 듣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 늦은 시간이었지만,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결국 냉장고 대신 찬장으로 향했다. 작은 참깨라면 컵라면 하나를 뜯어 뜨거운 물을 부었다. 꼬들꼬들한 면과 고소한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이 시간에 먹는 라면은 언제나 꿀맛이다. 거실을 지나치니 아들은 이미 저녁을 먹고 자기 방에서 온라인 EBS 강의를 듣고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가족의 모습. 이 익숙하고도 소중한 풍경을 보며 나도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