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늦가을, 고단함 속에서 피어나는 하루

11월 25일 화요일.

by 뽀송드림 김은비

새벽 공기가 코끝을 시리게 찌른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잿빛이지만, 그래도 늦가을의 정취가 남아있다. 거리에 깔린 낙엽은 이제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소리보다는 축축한 소리를 낼 때가 많다. 곧 싸늘한 겨울이 오겠지. 아침 일찍 일어나 미지근한 물 한 잔으로 속을 달래고 간단히 스트레칭을 마쳤다. "휴,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 보자." 혼잣말을 읊조리며 출근길에 나섰다.


공장의 하루: 고기, 커피, 그리고 시간의 굴레


공장에 도착해 휴게실로 향했다. 따뜻한 믹스커피의 달콤한 향과 밤만쥬의 쫀득함이 잠시나마 고단한 노동을 잊게 해 준다. 달콤한 휴식도 잠시,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현장에 들어선다.


차가운 냉기 속에서 종일 칼을 든다. 삶아진 고기를 손질하고, 다듬어, 차곡차곡차곡 쌓아 냉동실로 보낸다. 반복, 또 반복. 마치 시계추처럼 하루 종일 같은 작업을 되풀이한다. 손목이 시큰거릴 무렵 1시간의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오후 5시경이 되어서야 작업복을 벗고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식당에서 스티커 붙이는 작업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이 아메리카노 한 잔이, 이 지긋지긋한 고기 냄새를 잊게 해주는 유일한 구원이지. 캬."


스티커를 붙이고, 또 붙인다. 오후 6시, 마침내 퇴근이다!


퇴근길의 전쟁과 교육원 지각 에피소드


차를 몰고 송림동 이마트 트레이더스 앞을 지나는데, 역시나 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다. 퇴근길의 정체는 언제나 전쟁이다. 배가 고프다. 꽈배기 두 개와 요구르트 한 잔으로 허기를 달랬다. 내겐 이것이 저녁 식사나 다름없다.


운전대를 잡고 요양보호사 교육원으로 향한다. 6시 10분에는 도착해야 사람이 여유가 좀 있는데,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동안은 이 시간을 맞추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아, 제발... 제발 좀 움직여! 6시 40분이라니, 오늘도 꼴찌 확정이네."


결국 30분 지각이다. 부랴부랴 출결 카드를 찍고, 앱에 들어가 입실을 누르고 강의실로 뛰어 들어갔다. 이미 수업은 한창 진행 중이고,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꽂히는 기분이다. 내가 이 교실의 '만년 꼴찌'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길이 너무 막혀서요." (속으로: 이 공장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데….)


오늘은 노화에 따른 변화와 질환에 대한 수업을 오후 10시 10분까지 들었다. 피곤한 몸이지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다는 희열감과, 이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붙잡는다. 종이 울릴 때마다 앱으로 입실을 누르고, 마지막에 퇴실 버튼과 퇴실 카드도 찍고서야 하루의 학업이 끝난다.


귀가: 키보드 청소와 피곤함의 무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눈꺼풀은 천근만근이다.


"아... 온몸이 다 쑤시네. 칼질을 너무 했나. 등에 돌덩이를 올려놓은 것 같아. 이대로 침대에 쓰러지고 싶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들이 거실에서 키보드 청소를 하고 있다. "너 지금 뭐 하니?" 내가 묻자, 아들이 손에 든 솔을 흔들며 대답했다. "키보드가 너무 더러워서 청소 중이야."


해맑게 자기 할 일을 하는 아들의 모습에 피곤함이 잠시 씻겨 내려간다. 따뜻한 집과, 그 안의 가족. 이 모든 고단함과 지각 소동도 결국 이 평범한 행복을 지키기 위한 과정이겠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소파에 잠깐 몸을 기댄다. 늦가을의 쓸쓸함처럼, 하루의 피로가 온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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