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털은 남아나질 않고 몸은 멍이 들었다.
정말 괴롭고 순간이동 하고 싶고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있어서 고통을 지워줬으면 좋겠다. 비명을 지르는 몸을 이끌고 다시 스케줄을 소화한다.
이것은 의지일까, 아니면 필사적인 도망일까. 어쩌면 쉼 없이 움직여서라도 정신적 고통을 잊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슬픔인지 아픔인지 저림인지 모르는 이 정체불명의 덩어리를, 바쁨이라는 소음 속에 던져 넣어 기어이 소멸시키려는 몸부림.
나를 돌보는 법은 잊었지만, 멈추는 법은 더더욱 알지 못하기에. 오늘도 나는 부서진 마음을 겨우 추슬러 안고 다시 나를 필요로 하는 세상 속으로 말없이 걸어 들어간다.
내 몸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살을 뚫고 들려오지만, 그저 이 고통이 무뎌질 때까지 버티고 또 버틸 뿐이다.
정말 하나님이 계신다면, 이렇게 멍든 몸으로 꾸역꾸역 걷고 있는 나를 보며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애처로워 눈물지으실까, 아니면 이제 그만 내 손을 잡고 멈춰 세워주실까. 나를 이대로 소멸하게 두지 않으실 거라고, 단 한 번만이라도 대답해 주셨으면 좋겠다.밉다.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