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종이, 커피

by 뽀송드림 김은비

오늘의 기록은 온통 햇살과 향기로 가득하다.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집 뒤편 오솔길로 향했다. 한 손에는 갓 내린 커피가 담긴 묵직한 머그잔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오래전 사두고 아껴두었던 종이책 한 권을 챙겨 들었다.

숲의 공기는 차갑기보다 싱그러웠고,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빛은 마치 하얀 종이 위에 그린 수채화처럼 투명했다.


벤치에 앉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르르 들리는 종이 소리가 커피의 고소한 향기와 섞여 마음을 간지럽혔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입안에 머무는 따뜻한 커피 한 모금과 발끝에 닿는 흙내음만으로도 충분히 반짝이는 하루였다. 복잡한 생각들은 오솔길 저 멀리 던져두고, 오직 이 평화로운 질감에만 집중했던 귀한 시간.


내일도 오늘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13. 글쓰기 습관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