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회사원, 밤엔 전공자, 새벽엔 좀비?!

: cw 인천캠퍼스, 새벽이슬의 사계

by 뽀송드림 김은비

1화 이름처럼 빛나는 모자.


새벽이슬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한 건, 뜻밖에도 '글쓰기 모임'이라는 평화로운 곳에서였다. 중2 아들 한월이를 키우고 낮에는 자동차 품질관리라는 박진감 넘치는(?) 일에 몸 바치던 그녀에게, 글쓰기 모임은 오아시스이자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떠나는 보물섬 탐험과도 같았다.


“새벽이슬 씨, 혹시 숨겨둔 마법 스킬 중에 '만들기'랑 '그리기' 있으세요? 그거 완전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에 최적화된 재능인데! 아직 젊으시잖아요, 더 늦기 전에 대학 가서 전문가가 되어보는 건 어때요?”


모임 강사님의 한마디는 새벽이슬의 심장을 저격했다. 잊고 지냈던 '그때 그 꿈'이 봉인 해제되는 짜릿함과 동시에, '내가 감히?'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런데 강사님은 새벽이슬의 동공 지진을 읽기라도 한 듯, 초고속으로 담당 교수님께 그녀를 소개했고, 며칠 뒤 교수님으로부터 입학 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비장한 마음으로 대학을 찾은 새벽이슬. 낯선 캠퍼스의 활기 넘치는 기운과 풋풋한 학생들의 모습은 잊었던 젊음의 DNA를 꿈틀거리게 했다. 교수님은 새벽이슬의 인생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시더니, 그녀의 숨겨진 재능이 사회복지 분야에서 '치트키'가 될 거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 새벽이슬의 발걸음은 마치 아이돌 직캠 찍는 팬처럼 가벼웠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새벽이슬은 아들 한월이에게 조심스레 운을 띄웠다. “엄마가… 다시 대학에 가볼까 하는데… 야간 대학이래…” 한월이는 게임하다 튕긴 줄 알았는지, 의외로 덤덤하게, 아니 오히려 그녀의 도전을 응원하는 눈치였다. “엄마, 하고 싶은 거 해! 내가 밥값은 벌어올게!” 아들의 든든한 지원 사격에 새벽이슬은 날개를 단 듯 용기를 얻었다. (물론 밥값은 새벽이슬이 벌었다.)


그날부터 새벽이슬의 일상은 첩보 영화처럼 바빠졌다. 낮에는 회사에서 품질관리 '장인'으로 빙의했고, 퇴근 후에는 숨 쉴 틈도 없이 입학 원서와 씨름했다. 늦은 밤까지 서류를 분류하고, 혹시 빠진 서류가 없는지 확대경까지 동원해 검사했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서류 더미와 함께 한월이가 던져준 진한 아메리카노가 놓여 있었다. "엄마, 힘내!"라는 쪽지와 함께. 그 쪽지에는 '엄마 대학 가면 맛있는 거 사줘'라는 깨알 같은 문구가 숨겨져 있었다는 건 비밀이다.


마침내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며칠 뒤 새벽이슬은 드라마 같은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직장인 야간 산업대학 입학이라니! 꿈꿔왔지만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새로운 나'로의 거대한 도약이었다. 그녀는 합격 통지서를 품에 안고 활짝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설렘과 기쁨, 그리고 알 수 없는 뭉클함과 함께 '나, 이제 인싸 되는 건가?' 하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포스트잇에 적은 아들의 글귀

합격 통보를 받은 날 밤, 새벽이슬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데, 지난 세월의 파노라마가 스쳐 지나갔다. 젊은 날의 막연한 꿈, 출산으로 잊고 지냈던 '나' 자신, 그리고 글쓰기 모임에서 다시 불씨처럼 타오른 열정까지. 이 모든 것이 오늘을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니, 괜히 뿌듯해져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다음 날, 새벽이슬은 아들 한월이와 함께 집 근처의 작은 문구점에 들렀다. 합격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였다. 물론, 이 기회에 아들에게 떡볶이라도 얻어먹을까 하는 흑심도 약간 있었다. 아기자기한 학용품들을 구경하던 중, 한월이가 새벽이슬의 손을 이끌었다.


"엄마, 이거 엄마한테 딱이다! 시험 볼 때 이거 보면 절대 안 졸릴 거야!"


한월이가 가리킨 곳에는 꽤나 큰 글씨로 '엄마, 졸지 마! 한월이가 보고 있다!'라고 쓰인 커다란 포스트잇 묶음이 놓여 있었다. 새벽이슬은 포스트잇을 집어 들었다. 평소 공부하다 졸 때가 많았던 그녀를 위한 아들의 기발한(?) 선물이었다. '아니, 얘가 날 뭘로 보고!' 싶었지만, 포스트잇의 글귀를 보니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안에 담긴 아들의 진심이 느껴져 마음이 뭉클… 하기는 개뿔, '이 자식이 날 감시하려고?' 하는 생각에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포스트잇은 단순한 메모지가 아니었다. 앞으로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지칠 때, 이 포스트잇을 보며 아들의 재치 있는 응원과 사랑을 느끼는 동시에, 아들 앞에서 졸았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졸음과 싸워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월아, 엄마가 이거 덕분에 밤새 공부해서 수석할지도 몰라! 너 때문에 웃음이 나서 졸 수가 없네. 진짜로 감시하는 거 아니지?”


새벽이슬의 말에 한월이는 태연하게 씨익 웃었다. 아들의 따뜻한 마음과 유머러스한 배려… 인 줄 알았는데, 뭔가 섬뜩한 감시의 눈길이 느껴져 새벽이슬은 웃음과 함께 식은땀을 흘렸다. 이 특별한 포스트잇 묶음은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자,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할 든든한 동반자… 아니, 어쩌면 든든한 감시자가 될 것이었다.


특별한 이름에 담긴 사랑

어느 날 저녁, 새로 산 포스트잇을 들고 흥얼거리는 새벽이슬을 보며 한월이가 물었다.


"엄마, 근데 엄마 이름은 왜 새벽이슬이야? 혹시 맨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에 이슬 맺히는 거 보려고 지은 거야?"


새벽이슬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한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음, 외할머니가 엄마를 낳으시던 새벽,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을 보셨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맑고 깨끗해서 '새벽이슬'이라고 지어주셨대. 이름처럼 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살라고 말이야."


한월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잠시 후, 그가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엄마, 내 이름은 왜 한월이야? 나도 내 이름 이야기 해줘! 혹시 내가 맨날 밥 한 그릇만 먹고 달덩이처럼 살찌라고 지은 거야?"


새벽이슬은 밥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한월이의 손을 잡았다. “한월아, 너를 낳으러 병원에 가던 날이 보름달이 환하게 뜬 날이었어. 엄마는 그 달을 보면서 ‘우리 아기가 저 달처럼 크고 밝은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지. 그래서 ‘하나뿐인 밝은 달’이라는 뜻으로 한월이라고 지어줬단다. 넌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보물 같은 존재야.”


새벽이슬은 한월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너를 보면서 늘 힘을 얻어. 너는 엄마 인생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달이니까. 네가 돈 많이 벌어서 엄마 호강시켜줄 것 같아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한월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나도 엄마가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새벽이슬이야. 엄마 이름처럼 매일 아침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사람. 그리고 가끔 엄마 등짝 스매싱은 너무 아파. 그건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새로운 고통이야.”


그의 말에 새벽이슬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름에 담긴 소중한 의미가 아들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그녀의 마음을 채웠다. 이슬이 맺히고 달이 뜨는 밤, 서로의 이름이 되어준 모자의 이야기는 그렇게 깊은 사랑과 새로운 시작의 빛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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