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회사원, 밤엔 전공자, 새벽엔 좀비?!

: cw 인천캠퍼스, 새벽이슬의 사계

by 뽀송드림 김은비

2화 장애인복지론, 첫 만남 그리고 작은 용기


1학기, 수강 목록에 낯선 과목이 눈에 띄었다. 장애인복지론. 새벽이슬은 망설임 없이 강의를 신청했다.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막연한 관심만큼이나,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던 동생에 대한 마음이 이끌었던 선택이기도 했지만, 사실 이 과목은 글쓰기 모임 강사님을 통해 인연이 닿았던 담당 교수님이 추천해 준 과목이기도 했다.

첫 수업 시간,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새벽이슬의 시선은 강단에 선 교수님에게로 향했다. 교수님의 표정은 예상보다 훨씬 엄격해 보였다. 날카로운 눈매에 굳게 다문 입술은 새벽이슬에게 묘한 긴장감을 안겼다. 강의가 시작되고, 교수님은 학생들의 수강 학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1학년인데 내 수업을 듣는단 말이야?"

교수님의 시선이 새벽이슬에게 꽂혔다. 신랄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교수님의 표정에는 의아함과 동시에 어딘가 못마땅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새벽이슬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 혼자 쭈뼛거리는 새벽이슬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분명 무서운 표정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낯선 긴장감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진짜 무언가에 도전하고 있다는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

"네…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있어서요.…" 새벽이슬은 겨우 목소리를 냈다. 목소리가 잔뜩 떨렸지만, 그녀의 눈빛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교수님은 새벽이슬을 잠시 응시하더니 무뚝뚝하게 말을 이었다. "듣는 건 상관없어. 다만 1학년이 내 수업을 들으면 학점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졸업에 문제가 생길까 봐 그러는 거야." 교수님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새벽이슬은 추천받아 수강한 과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학년에는 맞지 않는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살짝 당혹감을 느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강의가 끝나고, 새벽이슬은 용기를 내어 교수님께 다가갔다. 망설이는 발걸음이었지만,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꼭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교수님… 잠깐 여쭤볼 게 있어서요."

새벽이슬의 이야기를 들은 교수님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셨다. "동생분이 많이 힘들어하시는군요. 이럴 때는 단순히 병원 치료뿐 아니라, 사회적인 지지와 정서적인 지원이 중요합니다. 지역 복지관이나 관련 단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을 알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생분의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수님의 조언은 따뜻하고 현실적이었다. 새벽이슬의 마음속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그다음 주, 장애인복지론 강의가 끝나자 새벽이슬은 다시 한번 교수님께 다가갔다. 이번에는 손에 작은 쪽지를 쥐고 있었다. 수업 시작 전, 조심스럽게 적었던 글이었다. 교수님의 가방이 살짝 열린 틈을 타, 새벽이슬은 재빨리 쪽지를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총총걸음으로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몇 분 뒤, 강의실 문밖으로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이 쪽지 넣은 사람? 궁금해서 뭐라고 썼나 읽어볼까?"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교수님, 지난주 동생에 대한 따뜻한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 말씀 덕분에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무서웠지만… 덕분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교수님처럼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1학년 새벽이슬 드림'

교수님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멀어지고, 새벽이슬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끄러움과 함께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녀의 새로운 시작은 이렇게 작은 용기와 배움 속에서 조금씩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쪽지, 그리고 교수님의 미소

교수님 가방에 쪽지를 넣고 강의실을 빠져나온 새벽이슬은 뒤에서 들려오는 교수님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누구야, 이 쪽지 넣은 사람? 궁금해서 뭐라고 썼나 읽어볼까?" 하는 중얼거림이 마치 그녀의 등 뒤에 와서 속삭이는 듯했다. 괜스레 걸음이 빨라졌지만, 새벽이슬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부끄러움과 함께 작은 장난을 친 아이처럼,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다음 주 장애인복지론 강의. 새벽이슬은 여전히 긴장했지만, 한편으로는 교수님의 반응이 궁금했다. 수업 시작 전, 교수님은 여느 때처럼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훑어보았다. 새벽이슬과 눈이 마주쳤을 때, 교수님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변화가 있었다. 지난번의 엄격함은 온데간데없고, 아주 희미하지만 따뜻한 기운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리고는 새벽이슬을 향해 아주 짧게, 하지만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새벽이슬의 심장이 다시 한번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놀라움과 함께 벅찬 감동 때문이었다. 교수님의 미소는 마치 '잘했다, 새벽이슬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작은 미소 하나로 새벽이슬은 자신이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과 함께, 낯선 환경에서의 외로움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교수님은 쪽지에 담긴 그녀의 용기와 진심을 알아봐 주신 것이 분명했다.

그날 강의는 새벽이슬에게 더욱 깊이 다가왔다. 교수님의 설명 하나하나가 예전과는 다른 무게로 느껴졌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향한 사회의 편견, 그리고 그들을 위한 진정한 복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교수님의 열정적인 강의는 새벽이슬의 가슴속에 뜨거운 불씨를 지폈다. 이제 그녀는 단순히 학점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진정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돕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의가 끝나고 새벽이슬은 교수님께 따로 찾아가지 않았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듯했다. 교수님의 미소와 그 속의 의미를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집으로 돌아온 새벽이슬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때 멀게만 느껴졌던 '사회복지사'라는 꿈이 한결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새벽이슬의 새로운 시작은 그렇게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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