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회사원, 밤엔 전공자, 새벽엔 좀비?!

: cw 인천캠퍼스, 새벽이슬의 사계

by 뽀송드림 김은비

4화 코코넛칩에 담긴 진심


새벽이슬의 하루는 늘 숨 가빴다. 오전 9시, 자동차 고무 제품 치수를 재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시작된 하루는 저녁 6시가 되면 퇴근길 정체와 씨름해야 했다. 잰걸음으로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닌 학교, 그것도 야간대학 강의실이었다. 1학년 1학기. 그녀에게 대학 생활은 이제 막 시작된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데 과장님이 불쑥 다가와 물었다.

"새벽이슬 씨, 여권 있어요?"

"아니요, 아직… 해외여행 갈 기회가 없어서요."

새벽이슬의 말에 과장님은 "지금 당장 점심 먹고 구청 가서 여권 사진 찍고 신청하고 와요!"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지시에 새벽이슬은 어리둥절했지만, 이미 과장님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얼떨결에 구청 근처 사진관으로 달려가 여권 사진을 찍고, 구청 여권과에서 신청서를 작성했다. 급하게 찍은 사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 며칠 뒤, 드디어 여권이 나왔고, 회사에서는 5월 2일부터 6일까지 태국으로 떠나는 일정을 통보했다.

태국으로 떠나기 전, 새벽이슬은 한 주 빠지게 될 목요일 저녁 장애인복지론 수업이 마음에 걸렸다. 강의가 끝나고, 그녀는 용기를 내어 교수님께 다가갔다.

"교수님, 다음 주에 회사에서 태국을 가게 되어서요. 불가피하게 수업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회사에서 가는 건 가야지. 잘 다녀와요."

그 따뜻한 한마디에 새벽이슬은 안심했고, 여행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즐거운 순간에도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다. 낯선 곳에서 아들 한월이가 생각났고, 뜬금없이 교수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동안의 팍팍한 삶 속에서 잃어버렸던 웃음과 용기를 교수님의 수업에서 다시 찾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행 중, 새벽이슬은 한월이에게 줄 기념품을 신중하게 골랐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교수님께도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부족한 환전에도 불구하고 코코넛칩을 샀다. 그녀에게 장애인복지론은 단순히 학점을 위한 과목이 아니었다.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자신의 꿈을 상기시켜주는, 고마운 수업이었다.


돌아온 목요일, 그리고 한월이

태국에서 돌아온 새벽이슬은 잠시 잊고 지냈던 자신의 꿈을 다시금 되새겼다. 그녀는 여전히 1학년이었지만, 삶이라는 더 넓은 배움의 길에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었다.

목요일,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을 마친 새벽이슬은 교수님께 다가갔다.

"교수님, 잘 다녀왔습니다."

"오, 새벽이슬 씨. 태국은 잘 갔다 왔어요?"

"네! 교수님 생각도 났습니다."

새벽이슬의 말에 교수님은 껄껄 웃었다.

"세상에, 해외에 가서도 내 생각이 났단 말이야?"

"사람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생각하지 말라고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새벽이슬의 재치 있는 말에 교수님은 감동한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코코넛칩을 교수님께 건넸다. 환전을 얼마 하지 못해 변변치 않은 선물이었지만, 그 안에는 교수님을 향한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교수님과의 유쾌한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새벽이슬은 문을 열자마자 아들 한월이가 달려와 그녀의 품에 안겼다.

"엄마! 보고 싶었어!"

"엄마도 우리 한월이 너무 보고 싶었지. 이것 봐, 엄마가 너 주려고 태국에서 사온 선물이야."

새벽이슬은 한월이에게 태국 기념품을 건네주며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월이는 신기해하며 엄마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한월이의 밝은 눈망울을 보며, 새벽이슬은 다시금 힘을 얻었다.


코코넛칩의 비밀

태국 여행 중, 새벽이슬은 자신과 교수님을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해 시장에 들렀다. 환전한 돈이 부족해 딱 두 봉지만 살 수 있었던 코코넛칩. 한 봉지는 공부하다 졸릴 때 잠을 깨려고 먹을 자신을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한 봉지는 교수님을 위한 것이었다.

며칠 후, 교수님께 코코넛칩을 전달하고 집으로 돌아온 새벽이슬은 공부를 시작했다. 졸음이 쏟아질 때쯤, 자신을 위해 사 온 코코넛칩 봉지를 뜯었다. 그런데 자신이 먹은 코코넛칩은 평범한 맛이었는데, 교수님께 드린 코코넛칩은 두리안 향이 섞인 특별한 맛이었던 것이다.

다음 주 수업 시간, 새벽이슬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교수님을 찾아갔다.

"교수님, 혹시... 코코넛칩 드셨어요?"

"오, 그럼! 잘 먹었지. 그런데 새벽이슬 씨, 코코넛칩에서 아주 독특한 향이 나던데... 혹시 태국에는 코코넛칩에 두리안 향을 첨가하기도 하나?"

얼굴이 빨개진 새벽이슬은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 얼버무렸다.

"교수님, 그게... 태국에는 정말 다양한 코코넛칩이 있어서요!"

그 말에 교수님은 껄껄 웃으며 말씀하셨다.

"허허, 그런가? 근데 말이야, 처음에는 좀 충격적이었는데 자꾸 먹다 보니 묘하게 중독성이 있더구먼! 덕분에 새로운 맛을 알게 됐어. 고마워, 새벽이슬 씨."

안도한 새벽이슬은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코코넛칩은 비록 두리안 향이 나는 뜻밖의 선물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교수님께도 전해졌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의 꿈은 단순히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만이 아니었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어주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향한 야간대학 강의실, 그곳이야말로 그녀의 꿈이 계속 자라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꿈의 가장 큰 동력은 바로, 사랑하는 아들 한월이였다.

작가의 이전글낮엔 회사원, 밤엔 전공자, 새벽엔 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