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한 달 체험기

요즘 한 달 사용 리뷰가 유행이던데..

by Pluie

매우 즉흥적인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섬광을 맞은 듯 - 남편(Y)의 표현에 따르면 - 나는 노트북을 사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겠다고 선포했다. 이름하여 '치유의 글쓰기'를 하겠다는 것.


Y는 '노트북을 사고 싶으면 그냥 그렇다고 말을 해..' 라고 생각하는 표정이었지만 순순히 나의 쇼핑에 동의했다. 노트북이 총알배송되어 온 그 날부터 나는 뭔가에 홀린 듯 툭툭툭툭툭툭-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사실 최근 약 1년 동안, 나는 지쳐 있었다. 퇴근해도 퇴근한 게 아닌 듯 머릿 속에서 끊임없이 따라 다니는 회사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이 쉼없이 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나와 Y를 동시에 우울의 늪에 빠뜨렸고,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뭔가 나를 사로잡을 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에 생각난 것이, 예전에 가입만 해 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브런치'였다.


서너 편의 글을 작가의 서랍에 쓰고, 약 10초간의 망설임 후 나는 작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암튼 열심히 잘 써보겠다, 사실 내가 끈기와 장인 정신이 없기로 유명하지만 한번 새롭게 태어나 보겠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약 하루 후에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현재까지의 성적표는 브런치 구독자 49명, 매거진 구독자 12명, 총 조회 수 13만 6천 건.


적은 구독자 수에 비해 조회 수가 많은 것은 다음(DAUM) 메인 페이지에 노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가 신규 작가의 글을 띄워 준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 또한 첫 날 글을 발행하자마자 그게 띄워졌는지(!) 5만 건의 조회 수가 파바박- 찍히는 바람에 기함을 했었다. 브런치를 읽는 사람이 이렇게 많단 말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기타'로 유입된 사람들이었다. 찾아 보니 다음 페이지에 노출되어서 그 쪽을 통해 들어온 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의 크고 작은 노출이 두세 번 지나갔고, 그로 인해 깨달은 것은 '조회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구독자 수가 그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물론 노출된 내 글이 '아니, 이건 구독해야 해! 이렇게 갯벌의 흑진주같은 작가가 있었다니!' 라는 감흥을 다수에게 주는 글이라면 문제가 달랐을지도.


물론 아직도 첫 구독자가 생겼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내 글을 정기적으로 보겠다고 버튼을 눌러주는 사람이 있다니. 그 이후로 나름 매일 매일 꾸준히 올라가던 구독자 수가 어느 날, 멈추었다. 한 명의 구독자도 추가되지 않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이 이어졌다. 나는 급격한 우울감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치유의 글쓰기 아니었나?


내 안의 관종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나 이글루스를 사용해서 글을 쓴 적도 있기 때문에, 난 스스로 '내 글이 읽히지 않거나 관심도가 낮은 것'에 대해 초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때는 그냥 글을 쓰는 것이 좋았고 재미있었고, 가끔 달리는 댓글에 만족하며 자족적 글쓰기를 이어갔으니까.


그런데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나는 내 안에 숨어 있던 또다른 면을 발견했다. 내가 표출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 내 관심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이 변화는 어디서 온 것일까? 혹은 예전부터 이런 마음이 있었지만 인정하지 않았거나 혹은 억눌러 왔던 것일까?


아마도, 내가 예전에 비해 좀더 절박하게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를 통한 개인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전의 '아카이빙'에 가까웠던 글쓰기에 비해 지금은 좀더 '나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측면을 반영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물론 나 자체가 '갬성 글쓰기'가 워낙 안되는 인간이어서 '정보 + 개인적 에피소드'를 섞은 류의 글을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 갈수록 나의 자아를 조금씩, 점점 더 많이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랄까.


사실 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많이 봐 주고' '많이 라이킷해 주는' 것이 좋으니, 가끔 야심차게 올렸지만 조회수가 낮은 글을 보면 실망하기도 한다. 자존감이 훅 떨어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럴 때는 '라이킷' 수를 조심스럽게 확인한다. '조회 수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라이킷이 많네?'를 확인하면 또 자존감이 재빨리 회복된다. 습자지처럼 극히 얇고 팔랑거리는 자존감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조회 수도 낮은데 라이킷도 없으면?




일단 브런치 작가 한 달 체험은 만족스럽다. 글을 자꾸 쓰고 싶게 만드는 플랫폼 구성도 마음에 들고, '구독'이라는 서비스로 '아니, 내 글을 자꾸 읽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있다고?'라는 두근거림을 선사하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기존 다른 서비스에서도 활용되는 '라이킷'을 통해 각각의 글에 대한 반응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는 편이다.


앞으로 두 달, 세 달 후에도 글태기 없이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지속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