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4일 작성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고 말하면 적당하겠다. 사실 배는 고프지 않다만, 무언가 안쪽이 허한 것으로서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데 이것이 틀리다고 말하는 샌님에게는 맞지 않는 글이다. 편의점에서 집어 든(무언가 안이 차있는 성질의) 과자봉지라면, 그것이 나의 허함 또한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용물로 인해 부풀어 오른 고기 찐빵을 집어 들어 말미를 장식하여 계산한다 260엔. 일본은 이 고기 찐빵에 간장과 와사비를 뿌려먹는단 말이다, 간장과 와사비를 좀 달라고 하는 내 말에 종업원이 이상한 표정으로 그런 건 없다 말한다. 내가 이곳에서 몇 개월을 일해봤는데 라는 내 머쓱한 대답에 이 대화의 향방이 갈리진 않는다. 쓸모없는 논쟁에도 허함이란 택시미터기의 말처럼 달리고 있는데, 그깟 와사비 조그만 비닐 와사비가 대수라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이깟 비닐봉지에 담긴 과자가, 이깟 300엔어치가 지금 나에게 절실함이 한심스럽지만, 묵묵히 집으로 걸어간다. 고기 찐빵의 따스함이, 과자의 달콤함이 내 목을 간지럽히는데, 목을 넘어가곤 내 뱃속으로 영 들어가질 못한다. 정말이지, 먹을수록 허하단 말이다. 과자를 우악스럽게 씹어넘겨도, 봉투를 비워도, 부질없게도, 나는 너무나도 허하다. 차라리 이 빗속에 300엔 동전을 던지는 게 낫겠다는 상상을, 부질없게도, 한다.
7월의 날씨란, 비로 범벅되어, 빨래도 널지 못하는 기운 없는 날을 이릅니다. 햇빛이 강렬히 내 눈을 공격하는 날이 반가운 것인데, 매섭게 달려들어 안기는 우리네 강아지들처럼요. 그렇지만 이 7월의 날씨는, 축축한 것이 무거운 몸의 활동을 방해하기만 합니다.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뵈는 길에서 찝찝한 소똥 냄새와의 만남처럼 찝찝한 7월의 뭉툭한 정신이 목도한 저의 일상입니다.
와사비가 아닌 고추냉이가 적절한 단어 이겠지만, 이 일상은 일본에서의 일상이었으므로 현장을 고증하는 의미에서 그대로 냅두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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