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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숭아 Oct 30. 2022

배우자 고르는 방법(10)

가치관이 같아야 한다. -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우리 집에는 딸이 5명이다. 그중 내가 맏이이다. 어린 시절에 하도 아들, 아들 하는 집에 딸로 태어나 무시와 멸시를 당했다. 심지어 할아버지는 우리들을 앉혀놓고 아무나 달라는 놈에게 던져준다고도 했다. 웃으며 하신 농담조의 이야기였지만 나중에 보니 거이 그렇게 되어 벼렸다. 달라고 하면 아무것도 알아보지도 않고 바로 오케이 하셨다.  빨리 내치고 싶어 하신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모두 손해 보는 결혼을 했다. 아깝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우리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가장 먼저 남자를 고르는 잣대가 종교였다. 같은 종교를 믿어야 한다는 조건은 충족되었지만 그 조건 외에 다른 건 그다지이었다. 그래도 딸 5명이 모두 그런 선택을 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하신다. 

  "그것 참 신앙 있구먼!"  

 "종교가 같으니 좋지?" 




그런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종교가 같으니 일요일 함께 나선다는 것 이외에 다른 건 모두 맞지 않았다. 직업관, 윤리관, 배우자관,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도 너무나 달랐다. 나는 우리 아버지처럼 공무원을 하든 일정한 직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였는데 상대는 그러지 못했다. 아무 직업이나 닥치는 대로 했다. 종교 우선으로 학력까지 양보한 내가 잘못이었다. 이건 안 맞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종교가 너무 중요했다. 가정에서 귀염 받지 못한 우리들은 종교 단체에서 사랑받았기에 그게 1순위가 되고 말았다. 그게 패착이었다. 결국 각자 갈라섰다. 윤리관도 그렇다. 나는 하느님 앞에 바르게 살아야 한다였는데 그 집은 일요일만 그러면 되는 집이었다. 배우자 관도 그렇다. 좋은 조건의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 집이 산다. 서로 존중하고 잘 맞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아들보다 더 나은 조건의 며느리를 찾은 것이었다. 나 역시 종교를 우선한 게 잘못이었다. 


어느 날 시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말로 기를 죽였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배우자관을 확실하게 말해 주었다. 

  "여자가 암만 잘나도 여자는 여자다."

  "넌 여자니 네 남편이 좀 부족해도 참아라, 넌 여자로 태어났으니 당연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난 어린 시절에 사랑은 못 받았지만 불공평한 대접에 대해  부모님께 따졌다. 

  "왜 공부 잘하는 나는 밀쳐두고 공부도 못하는 아들에게만 좋은 것을 다 주느냐?"

 어머니의 대답은 차가웠다. 

 "계집애가 거세 가지고 쯧쯧!"


  

어떤 가치관을 가진다는 것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느냐를 결정한다. 

돈이냐, 건강이냐, 

친구인가? 아니 명예인가, 권력인가? 

그 무엇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살아갈 것인가이다. 

여러 가치들이 제각각 자기의 중요성을 말한다 해도 그 기준선이 되는 가치관에 따라 삶은 행로는 확연히 달라진다. 

 -돈만 있는 외로운 인생인가?

- 명예는 있는데 텅 빈 가정인가?

 -가난한 명상 전문가를 도우며 살 것인가?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다만 그 사람과 내가 무엇을 제일 순위에 두고 살 것인가는 일치해야 한다.

남편은 돈을, 아내는 사람을 원하면 그 차이만큼이나 힘들어진다. 남편은 그저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좇아갈 것이고, 아내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파티를 열고 거기서 주인공 노릇을 할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서로 다른 말을 한다. 

 "아니, 왜 그렇게 돈을 밝힐까?"

 "아니, 왜 그렇게 사람을 좋아할까?"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신념을 일치시켜두어야 마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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