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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vertheless Apr 12. 2019

나를 파악하고 바꿔 입는 습관

맘에 들도록 수선해서 입습니다.



(서걱서걱)


나는 수선이 익숙한 인간이다.

그렇기에

더 개성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허리에 맞춘 바지는 기장이 길고

어깨에 맞춘 티셔츠는 팔이 길다.

품을 맞춘 재킷은 엉덩이를 덮는다.


:(


이번 생에 내게 가장 잘 맞는 핏은

"양말" 뿐 일지도..


맘에 드는 옷 한 벌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 같다. 핏이 맘에 들면 가격이 맘에 들지 않는다. 반대로 가격이 맘에 들면 핏이 맘에 들지 않는다. 다음 생엔 좀 길었으면 좋겠다 대충 쓱 걸쳐 입고 싶을 뿐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다.


극한직업의 진선규의 대사

그럼 그냥 치킨을 팔자 처럼  

그럼 그냥 만들어 입자 라고 말이다.


나는 나를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다.


-목이 짧아 깃이 높은 옷을 입으면

 답답해보인다.


-상체가 짧고 몸통이 두꺼운 나는 품이 맞는 재킷을 입으면 엉덩이를 푹 덮어 짜리 몽땅해 보인다.


-바지는 허리에 맞추면 늘 기장이 길어 수선한다.


그렇게 오른손엔 가위 왼손엔 글루건 만을 장착하고 예술 혼을 불태워본다.


갖고 있던 오래된 청자켓을 오리고 붙여(서걱서걱) 맘에 드는 나름의 스타일을 완성해본다. 충분히 갖고 있는 것으로도 나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옷이 만들어졌다.


괜찮은가? 스스로 자문해보며 생각에 잠겨도 보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예쁘다 해주시니 괜찮은 걸 지도. :)


맘에 들지 않으면 맘에 들도록 최대한 만들어보는 습관을 통해 새로운 것에서만 느끼는 순간의 기쁨이 아닌 만드는 과정에서의 기쁨을 느껴본다.


세상엔 이제 하나뿐인 옷이 탄생되었고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렇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피곤했던 지난날이 부끄러워진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세상은 관심이 없는데 너무 움츠러들어있었나 보다.


결국, 상관없다.잘라입던 찢어입던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며 가장 외적인 패션 스타일을 가위와 글루건 만으로도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줬으니 말이다.


그렇게 수선하며 이 순간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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