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축구 흥행국 '미국', 그리고 'MLS'
미국 (그리고 캐나다*)에는 ‘4대 스포츠 리그'라고 불리는 NFL(미식축구), NBA(농구), MLB(야구) 그리고 NHL(아이스하키)이 있다. 아직 한참 못 미치지만, 이들을 쫓는 ‘신흥 강자'로 부흥하는 MLS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국내의 열렬한 축구 팬에게도 MLS(Major League Soccer; 북미 프로 축구 리그)는 다소 생소하다. 2002년 홍명보의 MLS 진출 이후 이영표, 김기희, 황인범 등이 MLS에서 활약하면서 과거보다는 조금 친숙해진 느낌은 있다. 하지만 아직도 MLS를 베컴, 카카 등 전성기가 지난 선수가 은퇴 직전 경험하는 리그에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축구 불모지인 미국의 평균 이하의 리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올해 25주년을 맞이하는 MLS의 역사와 성장 과정에 대해 알게 된다면 MLS가 더는 ‘그저 그런' 축구 리그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MLS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전 세계 축구팬이 MLS에 주목해야하는 이유 3가지를 간단히 정리해봤다.
*NFL을 제외한 NBA, MLB, NHL, MLS 리그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연고 팀도 존재한다. NBA에는 작년 우승팀 Toronto Raptors, MLB에는 류현진의 소속팀 Toronto Blue Jays 등이 있고 MLS에도 무려 3개의 캐나다 연고팀이(밴쿠버, 토론토, 몬트리올) 함께한다.
1. 눈에 띄는 관중 수 증가추이
특정 구단, 특정 리그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제일 쉬운 방법은 해당 팀/리그의 관중 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2018년 CIES(국제 스포츠 연구 센터)에서는 2003년부터 15년간 세계 각지의 축구 리그 관중 데이터를 분석한 리포트를 내놓았다.
2003-2008 기간과 2013-2018 기간 동안 MLS의 관중 수는 무려 34%나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독일 2부리그 (분데스리가 2), 브라질 1부리그 (Serie A), 네덜란드 1부리그 (에레디비지) 등 세계적인 리그보다 더 높은 증가율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 시즌인 2019시즌의 MLS 평균관중은 21,311명으로 스페인의 라리가(26,811), 이탈리아의 세리에(25,237)와 비교 가능한 수준이다. 참고로 2019년 K리그 1 평균관중 수는 8,013였으며 이는 MLS의 37%에 그치는 수치이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의 팀별 평균 관중 수에서도 MLS가 돋보였다. MLS의 Atlanta United가 51,547명으로 유럽의 도르트문트, 맨유, 바르셀로나 등에 이어 10번째로 많은 관중 유치를 했다. (참고로 Atlanta United는 2018년에 창단한 신생 구단임으로 5년 평균 수치가 아닌 2018 한 해의 수이다.) Seattle Sounders (42,797명) 또한 29위에 랭크하며 첼시, AC밀란 등 유럽 명문구단보다 더 대단한 면모를 보여줬다. 비교 대상으로 2019년 K리그1의 최대 평균관중은 FC서울의 17,061명이었으며 이는 MLS 리그 내에서는 18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MLS의 관중 수 데이터만 봐도 미국은 더는 축구 불모지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MLS는 이미 유럽의 탑 리그에 견줄 만큼 많은 팬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MLS가 성장하고 수익을 내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ajor_League_Soccer_attendance
https://football-observatory.com/IMG/sites/mr/mr44/en/
2. 성공적인 저변 확대
MLS는 1996년 단 10개의 팀으로 출범했다. 첫 10년 동안 2개의 팀을 더해 12개 팀의 리그로 확대됐고 그 이후부터는 가파른 상승세로 리그 저변 확대에 성공하였다. 2009년에는 15개의 팀, 2015년에는 20팀, 그리고 올해 개막한 2020년에는 무려 26팀이 참가하는 리그가 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향후 2년에 걸쳐 4개의 신생구단 창단이 확정 났으니 2022년에는 총 30개의 구단이 리그에 참가하게 되며 이는 4대 스포츠 리그의 구단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NFL 32팀, NBA 30팀, MLB 30팀, NHL 31팀). MLS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긴 역사를 가진 4대 스포츠 리그가 지금의 크기를 갖게 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데 비하면 MLS의 상승세는 놀랍다.
현재 확정된 신생구단 외에도 여러 도시가(라스베이거스, 디트로이트, 샌디에고 등) MLS 구단을 창단하고 싶어한다. MLS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가치에 대해 여러 도시와 기업의 관심도가 높아진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한 대목이다. 물론, 구단 수를 늘리는 것이 리그 흥행의 만능해결책은 아니지만 늘어나는 투자 자본, 잠재적 고객 발굴 가능성 등 다양한 방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Expansion_of_Major_League_Soccer
3. 증가하는 중계권 계약 규모
2015년 MLS는 Fox/ESPN, Univision 두 방송사와 2022년까지 8년/7억2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중계권료 계약(미국 대표팀 경기가 포함된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연간 약 9,000만 달러(약 1,100억 원)에 달하는 액수이며 2015년 이전 계약 금액인 연간 1,800만 달러(220억 원)의 5배나 되는 큰 액수이다. 물론 NFL(연간 70억 달러)이나 NBA(연간 26억 달러)에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액수이지만 새로운 계약의 액수가 5배 이상 인상됐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나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가 합동 연간 250억 원을 목표로 중계 사업자 공모에 나섰으나 실패한 경우를 보면 MLS의 연간 1,100억 원의 계약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을 수 있다.
현 계약이 2년 정도 남은 가운데 MLS는 조만간 방송사와 다음 계약의 협상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4대 스포츠 리그' 만큼의 중계권료를 받는 것은 아직 어렵겠지만 지난 계약 시점과 비교했을 때 MLS는 10팀이 더 늘었고 관중 수, 팬층, 스타 선수의 이적 등 다양한 부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전의 중계권료 액수보다 대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다. 리그의 수준이 올라가 중계권료가 인상되고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리그에 투자해 성장해나가는 선순환 구조는 앞으로 MLS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이며 국내 K리그 팬을 포함해 모든 스포츠 팬이 꿈꾸는 이상적인 구조이다.
자료 출처: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3/2020011303093.html
개인적으로 MLS의 인상 깊은 점은 유럽 축구를 따라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구 선진국인 유럽의 영국, 스페인, 독일 등의 축구 문화를 무조건 모방하지 않고 미국만의 스포츠 문화를 담아 개성 있는 축구 리그로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 유럽 축구 리그의 모든 부분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K리그에 반영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 유럽을 무조건 따라하지 말자, MLS가 최고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K리그처럼 유럽의 리그보다 한 발 더 늦게 시작한 MLS의 성공 요인을 주목하고 K리그도 국내에 어울리는, 우리에게 더 친숙한 문화 등을 고려하여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운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축구, 그리고 미국] 시리즈를 통해 유럽의 주요 리그와 MLS의 다른 점 3가지에 대해 소개하겠다. 유럽에는 없고 미국에는 존재하는 플레이오프, 샐러리캡, 그리고 유럽에는 있으나 미국에는 없는 승강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왜 MLS는 유럽 리그와 다른 길을 택했으며 이 선택이 MLS의 흥행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다.
배경 이미지 출처: https://www.mlssoccer.com/post/2020/03/13/mls-institutes-team-training-moratorium-through-march-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