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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오 Aug 11. 2021

축구산업아카데미, 그리고 '덕업일치'

축구산업아카데미 15기 이야기

8월 18일까지 프로축구연맹에서 축구산업아카데미 16기 수강생 모집을 한다. 지원을 고민하고 있거나 축산아를 통해서 어떤 것을 얻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나의 축산아 경험담이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 바란다.


축산아 재수생

2018년 여름의 한 주말. 첫 직장에서 만 2년이 되던 시기였다. 직장에서 느끼던 무료함 때문이었을까? 문득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축구 관련 업계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도 들을 수 있는 교육과정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검색하다가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주관하는 '축구산업아카데미'에 대해 알게 되었고 곧 축산아 10기를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과정 내용은 꽤 흥미롭게 다가왔으나 가을에 짧지 않은 유럽 여행을 계획했었고 축산아 10기 일정과 겹쳐서 지원은 따로 안 하고 다음 기수를 기약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여유가 없었는지 축산아에 대해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다. 


그러다 1년 반이 흐르고 2020년 새해가 되는 날. 올해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축구 업계에 도전해보자는 새해 다짐을 했다. 대학원 과정도 알아보고 하반기에 있는 축산아 14기 지원 시기에 맞춰 지원서류인 간단한 이력서와 K리그 발전전략 제안서를 준비했다. K리그를 사랑하는 한 축구 팬으로서 K리그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해본적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10 페이지 내로 생각을 정리하려니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혔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지원했으나 결과는 탈락. 스포츠 관련 학과 졸업을 한 것도 아니고 관련 대외활동을 한 적도 없으니 그런가 보다라고 스스로 위로를 했지만 씁쓸함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2021년 2월. 이번에도 떨어지면 인연이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15기 지원 준비를 했다. 이전 14기 제안서를 보니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가 너무 방대하고 축구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얘기였었다. 그래서 15기 제안서는 조금이라도 나의 지식과 경험을 담은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해봤다. 대단하진 않지만, 제안서의 앞부분을 첨부파일로 올린다.

제안서 주제는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중계 경험"이었다.


나름 IT업계 종사자로서 알고 들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리서치를 통해 주제를 잡고 지난번 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간절하게 준비했다. 사실 준비하면서 ‘현타' 오는 순간도 있었다. 2주 가까이 퇴근 후 제안서 매달려 있는 모습에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나. 회사 일이나 더 열심히 해야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축구에 대한 열정과 도전에 대한 갈망이 컸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설렘도 있었다. 


그리고 기분 좋은 합격 소식! 재수에 성공했다. 사실 합격하고 나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매주 토요일 5시간. 15 주. 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내 인생에 얼마나 도움될까? 아마 찝찝함의 가장 큰 이유는 축산아를 통해서 축구, 스포츠 산업에 견문을 넓힌다 한들 내가 지금까지의 경력을 뒤로하고 다른 분야에서 새 출발을 할 만큼의 용기가 없어서일 것이다. 그래도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지않나. 앞으로의 15주 열심히 살아보기로 했다.


축구산업아카데미 15기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엄연히 다른, 독립적인 두 조직이지만 한 건물을 같이 사용한다. 경복궁 근처에 있는 축구회관. 한국에서 가장 큰 두 축구 조직이 쓰는 건물에 매주 방문한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고 매주 가다 보니 마치 내가 연맹 사람이 된 것 같은 소속감도 들었다. 평소 출근길에는 느껴보지 못한 설렘을 안고 매주 토요일 축구회관으로 향했다.


프로축구연맹과 KFA가 함께하는 한국 축구의 성지 '축구회관'

대학생 대외활동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정말 어린 학생들이 많았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몇 년 하고 나서야 '덕업일치'를 향해 도전하는 나에 비해 어릴 때부터 명확한 꿈을 갖고 그 꿈을 좇아 다양한 활동을 해 온 친구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특히, 비행기, 기차를 타고 매주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처음 커리큘럼을 받았을 때 마냥 신났었다. 연맹의 다양한 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직원, 유튜브에서 보던 업계 유명 인사, 평소에 관심 있던 스포츠 기업 종사자, 그리고 전직 축구선수까지. 축덕이라면 들뜰 수밖에 없는 라인업이었다. 특히, IT업계 종사자로서 Catapult, QMIT, 핏투게더 등 축구 관련 IT 기업 강의 날을 가장 기대했었다. 

덕업일치

15주는 정말 금방 지나갔다. 곧 친해질 거라고 생각했던 동기 중 대화 한 번 못해 본 동기들이 많았고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생각이 들 때쯤 축산아 15기는 마무리됐다. 15주가 지난 후 나는 당장 활약할 수 있는 스포츠 마케터가 되지도 않았고 스포츠 산업에 대한 지식이 전문가만큼 깊어지지도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고 단순히 축산아 강의 15주를 통해 이를 기대했다면 욕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스포츠 산업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단순 팬으로서 알기 어려운 실무자들의 고충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평소에 얘기해보고 싶었던 업계 인사들과 명함 교환할 기회도 있었다. 무엇보다 축구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열정적인 29명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매번 밥, 간식, 음료도 준다. “매주 토요일 5시간씩 시간 내서 강의 들으러 오는 여러분 정말 대단합니다.” 축산아 강사분들로 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였다. 모두에게 소중하지만, 특히 직장인에게 꿀 같은 주말 중 하루를 반납하고 주중에도 발표 준비, 토론 준비한다고 조원들과 시간을 보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큰 고생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시간을 쏟을 수 있는 것에 감사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라면 최소한 이 정도의 노력은 들이는게 당연한다고 생각하기도했다. 


'라라랜드'의 한 대사. 열정을 갖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참 멋지고 감사한 일이다.


축산아 15기를 들으며 축구에 대한 열정이 다시 한번 불타올랐고 이쪽 산업에서 꼭 한 번 일 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굳게 하였고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운이 좋게 그리고 운명적으로(?) 축산아 과정 도중에 좋은 결과가 나왔고 지금 나는 어느 정도 “덕업일치"에 성공했다. 축산아 15기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15 주 동안 함께 한 조원들 그리고 15기 동기들, 비전공자에게도 기회를 준 프로축구연맹 교육지원팀, 그리고 축산아 지원부터 나의 도전을 응원해주고 소중한 토요일을 매번 양보해 준 여자친구. 다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축구를 좋아하고 스포츠 산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축구산업아카데미에 지원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같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배우고,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흔치 않다. 이런 자리에서 얻는 열정, 힘, 영감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꿈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지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축산아 15기 동기들, 앞으로 축산아를 들을 수강생들, 그리고 우리 모두 '덕업일치'에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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