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피곤한 나는 언제나처럼 쉴 수 있는 공간과 카페인이 필요했다. 항상 가던 카페가 아닌, 새로운 곳을 가고 싶어서 지도로 근처 카페를 검색하다가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이동하면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A 카페가 나왔다. 그렇게 A 카페를 가려고 했는데 지도를 확대해 보니 A 카페 곁에 B 카페가 새로 표시됐다. 영업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이는데 특이한 인테리어가 조명받는 듯하여 B 카페를 가기로 변경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는 길이 고되었다. 이게 바로 무사고 운전 경력 10년 넘은 장롱면허 뚜벅이의 일상이다. 뚜.벅.뚜.벅 걸어서 B 카페에 들어갔더니, 사진으로 본 것보다 공간이 협소하고, 빈자리는 두어 개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앉기도 애매했다. 그 와중에, 내부에서는 주변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카페 중심 자리에 앉아 자세를 바꾸며 영상을 찍고 있는 커플이 있었다. 촬영 기사와 모델인 줄 알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용 공간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초상권을 존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다 나오도록 촬영을 계속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자신들 것이고, 타인은 그저 엑스트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도 실내외 상관없이 주변 눈치 보는 나에게는 전방위로 민폐를 끼치는 사람을 보면 그저 혐오스러울 따름이었다.
하나만 봐도 열을 안다고, 그런 식으로 촬영한 사진에서 초상권을 침해받은 사람들을 모자이크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나는 민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늘 에너지를 쓰다 보니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반면,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민폐는 남이 저지르고, 왜 스트레스는 내가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B 카페를 떠나 원래 가려던 A 카페에 갔다. B 카페에선 들어가자마자 무례한 이들 덕분에 엑스트라로 찬조 출연을 하게 되었으니. A 카페는 공간도 훨씬 넓고, 자리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그런 사람도 없어 분위기가 편안했다. 쉴 수 있는 공간은 바로 이런 곳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