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락호의 자서
나는 바람이요
세상의 틈에 자유로 비행하는
유랑의 혼이오
누구의 품에도 머물지 못하고
그리움의 껍질만 벗겨 낸 채
다시 흩날리는 자이오
오래된 이야기를 불어내면
돌멩이도 굴러가니
흔들지 못할 마음은 없다오
연약한 것과 아픈 것들은
손끝의 온기에 위로를 얻고
모든 걸 잊은 듯 품에 안기오
꽃도, 수풀도, 나무도
내게서 흔들리는 일을
멈출 수 없소
모두 다 내게 휘말리고
고인 물도 파문을 일으키지
나는 멈춘 적이 없소
흐르는 모든 것들의
숨결을 흩뜨리며 살았소
그렇소, 바람—
내 다른 이름은
파락호이외다
세상의 법도와 사랑의 질서를
모두 탕진하고서야
비로소 자유라 부르는 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