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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티 May 14. 2024

프로덕트 디자이너 레퍼런스 체크, 어떻게 준비할까

IT 스타트업은 처음이라서


대기업 공채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나에게 레퍼런스 체크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외국계 기업 입사를 앞두고 있다면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절차이다. 누구에게 연락을 드리지? 어떻게 연락을 드리지? 고민이 많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쓰는 글.





1 레퍼런스 체크 요청을 받다



레퍼런스 체크를 앞두고 있다면 우선 축하부터! 레퍼런스 체크는 보통 인터뷰 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입사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어느 정도 섰을 때 '마지막 검증'을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인터뷰 합격 통보와 함께 레퍼런스 체크 요청을 받았다. 요청받은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 

이름

소속

직책

근무 당시 함께 진행했던 업무

연락 가능한 번호

연락 가능한 날짜와 시간       


마지막 인터뷰 막바지에 레퍼런스 체크에 대한 사전 안내를 받았었다. 이 인터뷰에서 합격할 경우, 내 이력서에 기재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근무를 했었던 분들에게 레퍼런스 체크가 있을 예정이라고. 그 순간 내 머리에 이런 생각들이 슥- 스쳤다.


어떻게 연락드리지? 너무 오랜만에 연락드리는 건 아닌가?

잘 말씀해 주실까? 잘 말씀해 주시긴 할 것 같은데... 아니면 어쩌지?

레퍼런스 체크로 입사 취소되기도 하는 건가?


tip. 메일을 받는 사람이 읽기 편하도록, 표를 활용하여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맨 윗줄 제목에는 색깔도 넣어주면 더 센스 있는 지원자가 될 수도?





2 레퍼런스 체크를 부탁할 인원 선정하기



하나, 내가 했던 업무나 나의 성향에 대해 잘 알고 잘 말씀해 주실 수 있는 분

나에 대해 누가 제일 잘 아실까?를 생각했을 때 바로 떠오르는 그분! 꼭 오래 함께 일했다고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더라. 기간을 막론하고 얼마나 깊고 밀도 있게 경험을 나누고, 가깝게 지냈는지가 중요하다. 업무 외적으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당시 나의 성향이나 관심사, 업무 방식 등을 잘 알고, 또 이런 것들을 유연하게 잘 풀어서 말씀해 주실 수 있는 분들로 선정했다.


둘, 레퍼런스 체크를 요청받으실 분의 상황도 한 번쯤 고려해 보자

첫 번째를 충족(?)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쭉 나열해 보니 대충 몇 명으로 추려졌다. 하지만 그중 한두 분은 휴대폰에 번호도 없었고,,, 퇴사하셔서 연락하기 어려운 분도 계시고,,, 또 한 분은 최근 출산하신 걸로 알고 있어 레퍼런스 체크를 부탁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최대한 아는 선에서 요청받는 입장에서 레퍼런스 체크에 응할 수 있는 상황인지 한 번 더 체크해 보고 최종적인 인원을 선정하자.





3 레퍼런스 체크를 부탁하자!



대부분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정말 오랜만에 연락을 드리는 분들이라 카톡을 먼저 인사를 드린 후 전화로 부탁드리는 방법을 택했다. (솔직히 이때 제일 떨렸다. 나는 직무 전환이라는 배경도 있고, 오랜만에 나의 소식을 전하는 거라 긴장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카톡으로 안부 묻기

(연락드리는 분)님, 안녕하세요! (근무 연도) (당시 소속팀)에서 (담당한 업무)했었던 (내 이름)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아침이라 바쁘실까 봐 이렇게 연락드리는 게 조심스럽지만 긴히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편하신 시간에 잠깐 전화드려도 될까요? 

주요 내용은 채용 인터뷰의 레퍼런스 체크에 응해주실 수 있으실지 여쭤보고자 합니다! 편하신 시간을 말씀 주시면 그때 유선으로 잠깐 이야기 나누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



유선으로 부탁드리기

(근황 공유) 채용 인터뷰에서 (당시 다녔던 회사)에서 근무 경험들을 말씀드렸더니 회사 쪽에서 레퍼런스 체크 진행을 원해서, 괜찮으시다면 (연락드리는 분)의 연락처를 회사 쪽에 제출하고 레퍼런스 체크 요청을 드려도 괜찮을지 여쭤보려 연락드립니다. 번거로우실까 우려가 되지만, 당시 (근무 내용)을 통해 (연락드리는 분)께 여러모로 배웠던 부분들이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 이렇게 부탁을 드립니다!


레퍼런스 체크가 가능하시다면, 연락이 가능하신 날짜나 시간을 알려주시면 그때 전화를 드리라고 요청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근무한 지가 벌써 많이 지나서 전화받으시기에 수월하게끔 당시 맡았던 업무와 역할을 정리하여 사전에 보내드리겠습니다.


tip. 맨 마지막 멘트를 원하시는 분들이 은근히 많다. 몇 개월 전, 몇 년 전 팀원의 레퍼런스 체크란 흔쾌히 응해주고 싶은 일이면서도 은근 부담이 되는 일일 것이다. 그때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하시기 어려우실 테니 조금이라도 떠올리실 수 있도록 간단하게 정리해서 보내드렸다. 무엇을 보냈는지는 아래 내용을 참고해 보자!





4 레퍼런스 체크를 위한 참고자료 보내드리기


전화를 끊은 직후에는 메일, 혹은 카톡으로 간단히 참고하실 만한 자료를 보내드렸다. 포함하면 좋은 내용은 : 


예상 연락 날짜 및 시간          

레퍼런스 체크를 위해 연락받으실 전화번호

나에 대한 간단한 정보 (전공 및 특이사항)          

내가 지원한 회사와 직무 소개 (특히 어떤 역량이 요구되는 직무인지)

근무 내역 (기간, 역할, 담당 프로젝트, 주요 성과 등)          


내가 지원한 회사와 직무 소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무가 생소해서 단번에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셨기 때문에 그분들의 눈높이를 고려해서 최대한 풀어서 설명드렸다. 그리고 당시에 했던 일과 어떤 점이 비슷한지 한 번 더 짚어드리면서 이해도를 높이려고 했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에요.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앱을 쓰시면서 어떤 부분에서 제일 불편하신지를 찾고, 어떻게 하면 이런 불편사항들을 없앨지 고민하고요. 그걸로 새로운 기능을 만들기도 하고 화면을 좀 바꾸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전에 했던 일이랑은 (이런 부분)이 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인과관계를 잘 찾아야 하니까 논리력도 많이 필요하고, 개발하시는 분들이랑 소통도 많아서 커뮤니케이션이나 일정관리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tip. 감사의 인사는 절대 잊지 말자. 시간 내서 이런 내용을 읽고, 숙지하고, 제시간에 전화를 받아주시는 일이 얼마나 귀찮은 일일지 항상 생각하자!






5 레퍼런스 체크를 끝내고


레퍼런스 체크가 진행되기로 한 당일, 정말 감사하게도 다들 먼저 연락을 주셨다. 레퍼런스 체크를 위한 전화를 방금 마쳤다고! 아마도 절차상 큰 이슈 없이 제시간에 전화가 왔고, 잘 받으셨고, 다 잘 이루어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다했다. 남은 건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일뿐!





레퍼런스 체크는 생각보다 더 긴장되고, 어려웠다.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말할까? 아무리 큰 문제없이 잘 지내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함께할 팀원 채용에 신중한 조직의 입장에서는 지원자를 검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레퍼런스 체크만큼 좋은 기회도 없는 것 같다. 내가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려고 해 볼 것 같다.


이번 레퍼런스 체크를 준비하며 대학생 때 처음 회사에서 일하며 만났던 차장님께 몇 년 만에 연락을 드렸다. 이제는 같은 지역에 있어 금방 찾아갈 수도 없고, 그 회사를 방문할 일도 없어 오랫동안 만나 뵙지도 못한 분이었기 때문에 연락 전에 많이 망설였었다. 하지만 이 차장님께 용기를 내어 연락드린 이유는, 당시 차장님께서 해주셨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날 만큼 생생하다. 함께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에게 정말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시며 '앞으로 미래에 언젠가 나에게 본인이 필요한 날이 온다면 꼭 연락을 달라'라고 하셨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휴학생이자 계약직 신분이었던 나에게 레퍼런스 체크 같은 일은 너무나 멀게 느껴졌고, 그냥 웃으며 '감사합니다' 대답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정말 그 연락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연락드려도 되는 걸까? 하면서 연락드렸더니 너무 반가워하시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봐주시며 '꼭 해줘야지'하시며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너무 감사했고, 또 감사했다. 나 그래도 지금껏 잘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한 절차로 시작한 레퍼런스 체크인데 어째 배운 많은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잘' 살아야겠다 싶었다. 내 일도 '잘'하고,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 그리고 더 먼 훗날에는 후배들의 좋은 일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시면서 흔쾌히 도와주는 여유를 가진 선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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