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마케터가 배운 일에 관한 15가지 사실 (3)
일에 관해 배우고 느낀 15가지 사실 시리즈 중 마지막 글이다. 사실 처음에 쓸 때는 이만큼 쓸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한 5가지 정도 쓰면 다행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자연히 생각이 정리되고, 잊고 있었던 것들이 다시 생각나면서 총 15가지의 배움을 쓰게 됐다.
아무튼 1편(뭔가를 배웠다면 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2편 (컨트롤할 수 없는 건 신경 쓰지 마세요)에 이어 배움의 기록들을 이 글에서 풀어내려 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배운 것을 글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깊게 생각하고, 더 많은 걸 봐야겠다.
모든 회사 업무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 회사와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1차 고객들에게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1차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가치를 주는 업무가 아닌 경우, 함께 일하는 팀원, 상사 등 2차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업무를 하며 항상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회의를 하다 보면 서로의 주장과 의견이 다른 다른 경우가 정말 빈번하다. 사실 처음부터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내 주장을 뒷받침할 때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근거는 '고객 관점'에서 제시하는 근거다.
만약 '고객 관점'에서 설득하는 것이 힘든 경우라면, '베네핏(긍정적 예상 결과)'를 주장해야 한다. 나의 의견대로 했을 때, 어떠한 베네핏을 얻을 수 있을지를 논리적으로 말해야 한다. 이때 모든 일에는 베네핏만 뿐만 아니라 인풋과 리스크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베네핏을 근거로 주장을 펼칠 때는 얼마만큼의 인풋이 투입되고 어느 정도의 리스크가 있지만, 베네핏이 훨씬 더 크다는 방식으로 주장을 해야 한다.
유형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유형 분류에 따라 문제 해결 방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형 분류를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깊게 파고들어가야 한다. 유형 분류를 바탕으로 깊게 파고들어가기 위해서 MECE, Logic Tree 등의 기법을 사용하면 좋다. 이러한 논리적 사고 기법은 구글링과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좋다. 처음에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렵긴 하겠지만, 일을 잘하고 성장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간단한 예시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신규 고객 유입이 감소하며 매출이 하락하는지,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가 줄었는지, 고객 유입은 그대로지만 결제 단계에서 이탈이 많은지, 아니면 결제 고객들의 환불이 높은지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달라진다. 이처럼 유형을 분류하고 근본적 원인을 찾아야, 정확한 문제 해결과 업무가 가능하다.
이는 개인적으로 자신과 직무가 얼마나 핏이 맞는지 체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업무가 맞지 않아 힘들다고 느낄 때, 실제 내 성향과 직무가 맞지 않는 건지, 내 성향과 직무의 핏은 맞지만 실제 업무 중에 하기 싫은 일이 있는지에 따라 해결 방법이 달라진다. 전자는 빠르게 직무를 바꾸는 게 답이고, 후자는 왜 하기 싫은지,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 견디고, 할만하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참고로 아무리 내가 원하는 직무라고 해도 하고 싶은 업무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니어, 특히 사수가 없는 스타트업 주니어는 처음에 하는 모든 게 삽질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일 자체도 처음 접해서 낯선데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도 없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으니까. 삽질 자체는 피할 수 없지만, 안 해도 되는 삽질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래야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생산적인 일을 하고, 또 개인적인 시간을 지킬 수 있다.
해도 되는 삽질은 정확한 가설에 기반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실험이다. 아니 이건 해도 되는 삽질이 아니라, 반드시 빠르게 실행하고 배워야만 하는 삽질이다. 정확한 가설이란 정확한 목적과 목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빠르게, 그리고 많이 실험이라는 삽질을 해야 한다.
항상 가설과 실제 결과가 일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슬프게도 그럴 수 없다. 90% 이상이 틀린 가설로 판명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한 것과, 막연히 가설을 생각만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전자는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과 실험, 행동에 도움을 주고 우리가 원하는 답을 더 빨리 찾게 만들어 준다. 반면 후자는 우리가 제자리에서 뱅뱅 맴돌기만 하게 만든다.
반대로 하면 안 되는 삽질이란 정확한 목표나 목적을 설정하지 않은 채, 즉 정확한 가설이 없는 상태에서 뭐라도 하는 삽질이다. 이 경우에는 특정한 결과를 얻어도 내가 뭘 측정하고자 했는지, 내 목적이 무엇이었는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의 활용에 있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성공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성취와 성공을 반복하기 쉽지 않다.
비슷한 맥락으로 업무에 대한 전체적인 구성 요소나 원리를 파악하지 않고 일단 마구잡이로 시작하는 삽질도 피해야 한다. 이렇게 업무를 하다 보면 분명히 놓치는 것이 생기게 되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기도 한다. 만약 놓친 것이 결과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를 장담할 수는 없다. 내가 놓친 것이 결과물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한 한 번 놓친 것은 눈에 불을 켜고 의식적으로 찾지 않는 한 잡기 쉽지 않다.
그러니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업무에 대한 전체적인 구성 요소나 원리를 파악해야 한다.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것은 내 시간을 갉아먹고,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내 시간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업무 시작 전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하지 말아야 하는 삽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어떤 업무를 처음 할 때는 나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내가 일하는 방식과 습관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일해야 내가 한 업무에 대해 회고하고, 보완하고 성장할 수 있다. 기존 가이드라인이 있는 업무라도 나만의 가이드라인, 최소한 체크리스트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나에게 맞게 업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퀄리티를 보장한다. 우리는 사람이라 어느 순간 지치고, 힘들고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를 한다. 이럴 때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실수 확률은 급격히 높아진다. 그래서 실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나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필수다.
분명 컨디션에 따라 일의 능률, 결과물의 퀄리티가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최악의 컨디션에서도 우리는 최소한의 퀄리티가 보장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컨디션에서도 일정 기준치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컨디션, 운에 결과물의 퀄리티가 좌우된다면 그걸 진짜 내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쉴 때는 일에 관한 생각을 모두 내려놓고 확실하게 쉬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마음과 뇌는 재충전을 하고 다시 성장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내 뜻과는 달리 일 생각이 자꾸 휴식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내 경험에 의하면 쉴 때 일이 생각나는 이유는 보통 세 가지다.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고 불안하거나, 지난 일이 아쉽거나. 그것도 아니면 앞으로의 일이 너무 기대되고, 하고 싶은 경우이거나. 마지막 경우는 긍정적인 경우이니,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페이스 조절을 하며 꾸준히 오랫동안 이 마음을 유지하면 된다.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고 불안할 땐, 걱정과 불안에 대한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맞는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 역시도 첫 회사에서 앞으로의 일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사실 내 불안의 정확한 원인은 내 일의 결과물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의 자존감을 깎아먹는 말을 서슴없이 한 상사 때문이었다. 만약 일 그 자체에서 힘들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 그것도 나와 상극이고 내 자존감을 내려치는 사람 밑에서는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해 최대한 빠르게 이직이라는 해결책을 찾았다.
이처럼 불안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엑셀을 잘 못해 업해서 나한테 주어진 엑셀 업무가 하기 싫다면, 엑셀 공부를 하면 된다. 조금의 노력과 시간적 투자가 귀찮아 불안과 걱정을 내버려 두면 내 시간과 감정만 낭비될 뿐이다.
지난 일이 아쉬워 쉴 때도 일이 자꾸 생각난다면, 과감하게 그 생각을 접고, 즐거운 것에 집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일은 이미 지나갔으니, 내가 계속 생각하고 신경 쓰고 스트레스받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나만 더 괴로워질 뿐이다. 그래서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
대신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왜 아쉬웠는지, 그리고 이를 앞으로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반드시 내가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적어놔야 한다. 그리고 다음에 적용해 나가면서 하나씩 발전하고 성장해 나가면 된다. 지나치게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이 감정은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쓰기 전에는 이렇게 많이 쓰게 될 줄 몰랐다.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써내려 가면서 배운 게 아예 없지는 않구나, 조금이나마 성장했구나 하는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배우고 성장하며 글로 남기고 싶다. 또 한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있게 파고드는 글도 쓰고 싶다. 내 성장을 증명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성장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