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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Dec 06. 2023

그냥 되는 건 없다

모든 기능은 명확한 정의를 바탕으로 한 산물이다.

1.

IT 스타트업에서 비개발직군과 개발직군이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는 "이거 안 돼요?", "이거 되는 거 아니었어요?", "이거 당연히 된다고 생각했어요" 등의 말이다. 특정 기능에 대해서 당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 때 주로 이런 표현이 나온다.



2.

IT 업계에 있고, 또 PM일을 하다 보니 편의상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대화 양상은 다른 직군들끼리의 대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IT 업계에서는 PM과 개발자가 이야기할 때, PM과 비즈니스팀이 이야기할 때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3.

자연인이 아니고서야, 모든 사람들은 매일 수많은 IT 프로덕트를 사용하면서 지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구글 등의 IT 프로덕트들은 높은 완성도와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는 프로덕트들이다. 또한 크림, 당근, 토스, 오늘의집 등 빠른 시간 내에 인기를 얻고 대중화된 프로덕트들도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고,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4.

그러다 보니, PM 혹은 비즈니스로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소비자로 다른 IT 프로덕트를 사용할 때 좋게 생각했던, 또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했던 기능들이 신규 IT 프로덕트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 이커머스 프로덕트에서 결제 완료 시 앱 푸시로 알람을 보내주는 기능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해당 기능에 익숙해져 있고, 또 유저 입장에서의 필요성도 충분하니, 새롭게 프로덕트를 만들어도 당연히 해당 기능도 있거나, 혹은 곧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5.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리 사소한 기능이더라도 명확히 기능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사실 좀 더 정확하게는 특정 기능을 구현해야 하는 이유와 공감대, 기능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정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낸다면 플로우차트, 스토리, 정책, 디자인 시안 등의 기능을 만들기 위한 여러 자료들을 의미한다.



6.

개발 측면에서의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끼리 알잘딱깔센 하면 이런 경우는 좀 줄어들긴 할 것이다. 근데 아무리 개발적 지식이 높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알잘딱깔센 한다고 하더라도, "이거 당연히 된다고 생각했어요"라는 말이 완전히 안 나올 수는 없다. 왜냐면 서로가 생각하는 '당연한 기능' 혹은 '유저에게 제공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7.

그렇다고 실제로 기능을 구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딱 정의한 기능만을 생각하고 딱 그 한도 내에서만 기능을 만드는 것도 좋은 현상은 아니다. 그 자체로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한다는 뜻이니까. 실제로 기능을 구현하면서 더 좋은 대안을 낼 수 있어야 하고, 먼저 또 다른 좋은 기능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8.

IT 프로덕트는 겉에서 보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아주 개별 기능들에 대해 아주 디테일한 정의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CTA 버튼을 어떤 타이밍에 활성화시킬 것인지, 에러 메시지의 경우 어떤 조건 아래서 어떤 메시지를 보여줄 것인지 등의 디테일한 정의들이 IT 프로덕트의 각 기능들을 구성하고 있다.



9.

그래서 신규 IT 프로덕트를 만든다면 디테일을 바탕으로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다른 데서 되니까 여기서도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을 진행한다면, 머지않아 "이거 안 돼요?", "이거 되는 거 아니었어요?", "이거 당연히 된다고 생각했어요"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10.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은 하나하나 더 디테일하게 질문해야 하고, 반대로 기술을 아는 사람이라면 묻지 않아도 하나하나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당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능들이 당연히 되지 않는 상황과, 그 상황에서의 "이거 되는 거 아니었어요?"라는 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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