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팔로워는 허상 지표입니다
이제 SNS를 사용하지 않는 마케팅은 상상할 수 없다. 페이스북의 시대에서 인스타의 시대가 된 것처럼, 가장 인기 있는 SNS만 바뀔 뿐이다. 참고로 사실 일상에서 인스타를 더 많이 쓸 뿐, 여전히 페이스북은 가장 영향력 있는 SNS 중 하나이고, 광고 효율이 가장 가장 잘 나오는 광고 매체다.
그래서 마케터와 SNS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그런데 SNS는 적나라하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SNS를 들어가자마자 팔로워가 얼마인지 숫자로 보인다. 또 콘텐츠를 올리면 실시간으로 좋아요가 찍히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는지도 숫자로 바로 볼 수 있다.
성과와 숫자라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회사에서 팔로워랑 좋아요가 숫자가 바로 보이니 마케터라면 이 두 가지에 계속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팔로워를 1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고, 기존에는 10개 남짓 좋아요를 받다가 50개의 좋아요를 받으면 성과를 잘 내고 있고 마케팅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맞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적절한 타겟들에게 보여줘야 팔로워와 좋아요를 늘릴 수 있으니까. 다만 전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다. 팔로워를 늘리고 좋아요를 많이 받는다고 무조건 마케팅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팔로워와 좋아요 수로 마케팅을 잘한다, 아니다 말한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마케터는 지디 같은 셀럽들이겠지.
마케팅은 회사의 궁극적인 지표와 성과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회사의 궁극적인 성과는 수익이다. 즉 모든 마케팅 활동은 수익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여기서는 매출이라고 대표해서 말했지만,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매출 대신 앱 설치 수, DAU 같은 다른 지표도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SNS 팔로워와 좋아요는 허상 지표다. 회사의 성과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허상 지표다. 팔로워가 많다고 수익이 늘어나지도 않고, 좋아요가 많다고 수익이 늘어나지 않는다. SNS에서의 팔로워와 좋아요가 회사의 성과와 성장을 이끄는 핵심 지표가 아니라는 말이다.
경우에 따라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는 있을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상관관계가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예를 들면, '반바지 판매량은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비례한다'와 같은 느낌이다. 둘 다 날이 더워지면 많이 팔리는 아이템이지, 어느 반바지가 팔린다고 아이스크림이 비례해서 팔리지 않는다. 팔로워 수와 좋아요 수를 핵심 지표와 연관 지을 때, 이러한 착각을 하기 쉽다.
많은 마케터와 스타트업이 SNS 마케팅을 하는 가장 주된 이유로 브랜딩을 통한 코어 팬 확보를 꼽을 것 같다. 틀린 목적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SNS 마케팅을 통해서 브랜딩과 코어 팬 확보를 할 수 있다. 근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SNS 팔로워를 정말 우리 브랜드, 서비스, 제품의 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간단한 예시로, 회사 인스타 계정으로 1만 명의 신규 팔로워를 얻었다고 해보자. 이 1만 명 신규 팔로워 모두가 정말 우리 브랜드, 서비스의 팬일까? SNS 팔로우 이벤트를 진행한 경우, 극단적으로 체리피커 1만 명이 상품을 얻기 위해 팔로우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단순히 상품을 보고 팔로우를 했기 때문에, 이벤트 결과가 나오면 우수수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온갖 계정을 다 팔로우하는 사람이 팔로워가 됐을 수도 있고, 한국을 좋아하는 해외 사람들이 팔로워가 되었을 수도 있다. 정말 나중에 우리 서비스나 제품을 구매할 잠재고객이 팔로우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브랜드의 코어 팬이 아니라서 언제든지 팔로우를 취소할 수 있다. 이들을 정말 우리 브랜드와 서비스의 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서 다음 내용까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서비스의 잠재고객 1만 명이 SNS 신규 팔로워가 됐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이들 전부가 한 동안 팔로우 취소를 하지 않았고, 그 기간 SNS 콘텐츠를 10개 퍼블리싱했다고 생각해보자.
첫 번째 콘텐츠에 신규 팔로워 1만 명 중 1천 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두 번째 콘텐츠에도 1천 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이런 식으로 1천 명이 10개의 콘텐츠에 좋아요를 눌렀다고 가정하자. 그럼 신규 팔로워 중 10%인 1천 명이 진짜 우리 브랜드의 팬이고, 우리 브랜드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좋아요로 나타냈다고 할 수 있을까?
좋아요를 누른 팔로워들이 정말 팬인지 확인하려면, 누가 어떤 콘텐츠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따져봐야 한다. 첫 번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번째 팔로워 ~ 1,000번째 팔로워이고, 두 번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001번째 팔로워 ~ 2,000번째 팔로워, 이런 식으로 열 번째 게시물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해보자. 계산하면 1명의 팔로워가 10개의 콘텐츠를 보고, 1개의 좋아요를 누른 것이다.
콘텐츠 기준으로 봤을 때는 팔로워 중 10%가 좋아요를 눌렀지만, 팔로워 개개인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는 딱 1번 좋아요를 누른 것이다. 한 명의 팔로워가 우리 브랜드 SNS 콘텐츠 10개를 보고 그중 딱 1개의 콘텐츠에만 좋아요를 눌렀는데, 이 팔로워를 우리 브랜드와 서비스의 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 SNS 마케팅 성과를 어떤 지표로 측정해야 할까. 인스타그램을 예로 들면, 프로페셔널 계정 대시보드에서 프로필 방문 수와 웹사이트 클릭 수를 체크할 수 있다. 프로필 방문 수는 인스타 사용자가 내 프로필을 방문한 횟수이고, 웹사이트 클릭 수는 프로필에 연결한 웹사이트 링크를 클릭한 횟수이다.
누가 몇 번이나 클릭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팔로워 수나 좋아요 수 보다 우리 브랜드의 팬이나 관심도를 추산하기 더 좋은 지표이다. 이들은 우리 브랜드의 팬이거나 서비스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에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 인스타 프로필을 방문하고, 홈페이지에 들어온 것이다.
더 정확하게 SNS 마케팅 효과를 측정하려면 우리 브랜드의 홈페이지(앱)에 구글 애널리틱스 같은 추적 코드를 심어, 특정 채널에서 얼마나 잠재고객이 유입되었는지까지 봐야 한다. 특정 채널을 통해서 들어온 사람들의 전환율, 재방문율 등 세부적인 지표까지 볼 수 있으면 더 좋다.
결론은 SNS 마케팅의 성과를 팔로워랑 좋아요라는 허상 지표로 측정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SNS 마케팅의 성과 역시 비즈니스에 궁극적인 성과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느냐, 즉 핵심 지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느냐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100만 명을 얻어도,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
SNS 팔로워 1만 명보다 우리 서비스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100명의 고객이 더 중요하다. 콘텐츠 좋아요 1,000개 눌린 것보다 우리 제품이 장바구니에 100번 담긴 것이 훨씬 중요하다. 우리 브랜드를 팔짱 끼고 바라보는 관중 10만 명보다, 환호를 보내주는 100명의 팬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글을 통해 SNS 마케팅 담당자뿐 아니라, 모든 마케터들이 자신의 마케팅 성과를 한층 더 객관적으로 보고, 비즈니스의 성과를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SNS 마케팅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