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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가는대로 Nov 09. 2023

때로는 파격적인 생략이 더 좋아!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이야.

  오후 네 시에 예정 된 직원 집체교육 수료식을 최대한 앞당기라고 했더니 다들 회사의 지침을 어기면 안 된다고 부정적인 반응이다. 내가 모두 책임질 것이니 최대한 서두르라고 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직접 안내 방송 마이크에 대고 얘기했다. 서둘러 준비하면 한 시간 먼저 이곳을 떠나 집으로 갈 수 있다고.


  그런데 문제는 교육생이 아니라 준비하는 직원들이다. 그들의 행동이 서툴다. 그나마 30분 먼저 수료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집에 빨리 가고자 하는 교육생들의 의지 덕분이었을 것이다. 2박 3일간의 직무 교육, 그것도 인사고과와는 전혀 무관하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인지라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 국민의례까지 생략하고 싶지는 않아 그대로 하고, 모두가 지루해하는 훈시는 아주 짧게 했다. 훈시문으로 A4 세 장을 준비했으나 무시하고, “직원 여러분! 이번 교육에 만족하십니까?”라고 물었더니 “예”라고 가장 크고 가장 또렷하게 답한다. “예, 저도 만족합니다. 내년에도 이렇게 만족스러운 교육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합시다. 이상”으로 끝냈다.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저 친구들 마음속에는 '그동안 불비한 여건 ~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 '등의 상투적인 훈시를 예상하며, 오로지 ‘소장님 훈시 언제 끝나나?’만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에 어떤 이야기가 귀에 들어갈까? 차라리 인상적인 수료식을 각인시키는 것이 내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파격적인 생략 방법을 썼다. 내가 그들에게 준 시간은 겨우 5분에 불과하지만 심적으로 느낀 시간은 다섯 시간 이상이었을 것이다.


  수료식을 마치고 버스로 이동하는 직원들 환송을 끝으로 교육을 마쳤다. 홀가분하여 밖에서 직원들과 환호성을 질렀다. 어쩌면 준비한 직원들이 더 바라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도 홀가분하다. 집에 빨리 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소주라도 한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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