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미국에서 경찰로부터 티켓을 받았는데 변호사를 고용해야 하나요?"
미국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경찰에게 티켓을 받은 경우, 혹은 사소한 문제로 경찰로부터 법원 출석 명령서를 받은 경우, 법원 출석 날짜는 다가옴에 따라 변호사를 고용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변호사를 고용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간단한 팁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우선, 바쁜 분들을 위해서 한 줄로 답변을 요약하자면,
"법원 출석 없이 미리 범칙금을 낼 수 있는 단순 교통위반은 웬만하면 변호사가 필요 없고, 대부분의 형사 사건은 변호사가 필요하다"
라고 할 수 있다. 아래부터는 그 이유와 예외의 경우에 대해서 설명할 예정이다.
1. 단순 교통위반에 변호사가 필요 없는 이유
우리가 접하는 가장 흔한 교통위반은 속도위반 혹은 신호위반이다. 여기에서 교통위반은 영어로 traffic infraction/violation을 의미한다. 이들은 비교적 일상생활에서 자주 일어나는 단순 속도위반이나 교통신호 위반이다. 버지니아의 경우 제한속도를 20마일 미만으로 초과한 경우이면서 당시 본인의 속도가 80마일 이하인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 외에는 불법 좌회전/우회전, 불법 차선 변경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사건의 경우는 대부분 경찰관이 단속을 하는 데 있어서 실수할 일이 적다. 그 말은 변호사가 있더라도 사건의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기껏해야 벌점이나 벌금을 줄이는 경우이다. 물론 이것도 항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드물게 경찰이 단속과정에서 명백한 실수를 했거나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는 경우, 변호사가 있으면 사건을 기각시킬 수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흔하진 않다.
무엇보다 비용면에서 차라리 벌금을 내는 것이 변호사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 미국에서 단순 속도위반이나 교통신호 위반은 벌금은 50불~200불 정도인데, 웬만한 변호사 비용은 아무리 간단한 사건이며 가장 저렴한 변호사를 고용한다고 해도 150불~350불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위반 사건에 변호사가 필요한 경우
물론 드물게 교통위반 사건에도 변호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1) 벌점을 최대한 줄이고 싶은 경우, (2) 교통사고가 나서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그리고 (3) 범칙금을 미리 낼 수 없으면서 법원에도 직접 갈 수 없는 경우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과태료에 상관없이 벌점을 줄이고 싶은 경우 변호사를 고용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보통 기존에 벌점이 많이 쌓여서, 벌점 누적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될 위기에 처해있다든지 혹은 벌점 때문에 자동차 보험료가 상승할 경우 변호사를 고용하면 과태료를 조금 더 내는 대신 벌점을 줄이거나 안 받을 수 있다. 둘째, 교통사고가 나서 상대방 운전자와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교통위반 사건에 과태료를 내면 본인의 잘못이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셋째, 일반적인 교통사건의 경우 법원 출두를 하지 않아도 궐석재판(trial in absentia)으로 유죄가 인정되기 때문에 굳이 출석할 필요는 없지만 경우에 따라 추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추후에 사건 기록이 필요한 경우 변호사가 있으면 법원 기록을 얻기도 편하다)
3. 형사 사건의 경우 거의 대부분 변호사가 필요하다
형사 사건은 위에서 말한 교통위반 사건과는 다르다. 경범죄(misdemeanor)부터는 형사 사건(criminal)이기 때문에 변호사가 있는 것이 좋다. 형사 사건 중 일부는 징역형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교통 사건 중에서도 경범죄에 속하는 것들은 징역형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현명하다. 교통사건 중에 형사 사건에 속하는 것들의 대표적인 것은 음주 운전(DUI-Driving Under the Influence 혹은 DWI-Driving While Intoxicated), 난폭 운전(Reckless Driving) 및 무면허 운전(Driving without Operative License 혹은 Driving on Suspended License)등이다. 주마다 다르지만 버지니아의 경우는 음주운전과 난폭운전 모두 1급 경범죄(숫자가 낮을수록 심각한 범죄이다)에 속하며 최대 1년 이하의 징역형 및 최대 2500불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국과 다른 점은 음주 운전과 난폭 운전은 초범인데도 실형으로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아니라는 것이다) 버지니아의 경우 일반적으로 90마일 이상(약 144 km/h)으로 난폭운전을 하거나 음주운전 중에서도 재범이거나 혈중 알콩 농도가 0.15 이상인 경우 실형을 받는다. 즉, 징역형을 피하거나 혹슨 최소화하기 위해서 변호사가 필수다.
그 외에 형사 기록으로 인해 이민법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변호사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일부 마약 및 부도덕 범죄를 제외하면 경범죄가 추방 사유가 될 수 없었지만 요즘은 그 외의 경범죄 전과 기록, 심지어는 기소 및 체포 기록만 있어도 추방 및 입국 거부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아무리 미약한 경범죄라도 기록이 남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이민법상으로 안전하다.
4. 형사 사건이라도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미국 시민권자라서 추방의 위협이 없으면서 초범이면 벌금형으로 끝나는 일부 형사 사건의 경우 범죄 기록에 개의치 않는다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순한 대마초 소지(possession of marijuana)이나 난동죄(disorderly conduct) 혹은 공공 음주 죄(drunk in public)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경범죄에 속하지만 초범이고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대개 벌금형으로 끝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대마초가 합법인 곳도 있지만, 여전히 연방법 및 이민법상 대마초 소지는 불법이고, 특히 이민법상 마약사범은 추방 및 입국 거부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범죄 기록이 있으면 추후 취업 및 전문 자격증 취득 시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벌금만으로 끝날 수 있는 사건이더라도 변호사를 선임해서 범죄 기록이 남지 않거나 혹은 남더라도 비교적 무해한 기록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일반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위험하고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웬만한 형사 변호사들은 최초 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기 때문에 자신의 사건에 변호사가 필요한지 아닌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변호사한테 "변호사가 필요한가요?"라고 질문한다면 십중팔구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니, 중요한 건 "왜 필요한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는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
글: 김정균 변호사(뉴욕/DC/버지니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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