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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r 23. 2024

시작하는 글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 브런치 매거진을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 물었다. 


' 연방정부 변호사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 하는가?'


결론은, "기록을 남겨, 누군가가 나와 같은 길을 걸으려고 할 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애초에 내가 블로깅을 시작한 이유도 그랬다. 어느 지방대 학생이 미국 로스쿨 유학의 꿈을 품고, 미국에 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 내용을 일기장 형태의 글로 남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 로스쿨을 졸업하고, 바 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로 경력을 쌓다가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시민권을 취득하고, 연방정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제 벌써 2년이 지났다. 물론 연방정부에 근무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다행히 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걸어온 길이 처음은 아니지만,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그때 내 글이 그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유익한 등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인간의 기억은 놀랍도록 휘발성이 강하고 부정확하다. 어쩌다가 내가 몇 년 전에 썼던 글들을 보면, 내가 이런 글을 썼나 싶은 적이 꽤 많다. 물론 당시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크게 다른 적도 많다.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내가 아주 예전에 썼던 포스팅을 보면서, '그땐 그런 생각을 했지' 혹은 '그런 일이 있었지'하면서 잠시나마 추억에 잠길 수 있다.


게다가 호모 스크립터(homo scripter)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본성 중에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내겐 호모 스크립터로서 여가 시간에도 무언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 신기하게 그 본능이 영어가 아닌 한글로 발현되는 것을 보니, 이건 아마도 모국어를 사용하며 유지하고 싶어 하는 욕구와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요리사가 직장에서 요리를 할 때는 정확한 계량과 초 단위로 시간을 맞춰 요리를 하지만, 퇴근 후 집에 와서 혼자 먹을 저녁을 준비할 때는,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대충 편한 재료로 해 먹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한국어는 나에게 집밥과도 같다.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요리로 외식을 하더라도, 결국은 집밥이 좋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연방정부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생각했던 내용과 겪었던 일들을 적을 예정이다. 포스팅마다 다르겠지만, 그 글들은 개인적인 일기와 정보글 사이의 어느 중간 지점을 겨냥하게 될 예정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쓰는 모든 글을 내 개인적인 의견과 경험을 적은 것이며,  그 어느 것도 내가 근무하는 기관, 혹은 미국 정부의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확실하게 밝힌다. (The views and opinions expressed here are solely on my own and do not reflect the official position of my agency or the U.S. federal gover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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