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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Apr 22. 2020

미국 변호사 윤리규정에 관하여

변호사와 일할 때 알아두면 좋은 팁

제가 2020년 3월부터 미국 워싱턴 지역의 한인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워싱턴(주파수: AM 1310)"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에 형사법 관련 내용을 청취자 분들에게 전하게 되었습니다. 약 25분 정도 제가 형사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점이나,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방송이 나간 뒤에 관련 대본과 녹음 파일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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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3주 차 (4월 15일 수요일 오후 3:30분 방송)

주제: 미국 변호사 윤리 규정에 관한 정보

링크: 다운로드하기(링크 클릭) - 255 MB

대본 (실제 방송 내용과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노던 버지니아 형사사건 및 교통범죄 사건 전문, Asher Kim, 김정균 변호사입니다. 


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드리자면, 저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 후, 워싱턴 디시에 있는 연방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한 후, 버지니아 알링턴 카운티에 있는 국선 변호인 사무실을 거쳐 현재는 형사사건 및 교통범죄 사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주, 제가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청취자 여러분들과 공유하여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 방송을 듣고 궁금하신 점이나 기타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전화번호 571-354-6583으로 연락 주십시오.


*미리 안내 말씀드리자면, 제가 알려드리는 정보는 일반인들을 위해 참고용으로 드리는 것이며, 법적 조언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정보에 근거하여 행동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형사/민사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모든 케이스의 사실관계와 적용되는 법리는 다르기 때문에 개별 사건은 전문가에게 문의하십시오.


저번 주에는 가정폭력 사건 관련 정보를 알려드렸는데, 이번에는 약간 주제를 바꿔서 변호사 윤리규정에 관한 내용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법률가로 활동하면서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들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러한 원칙들이 현실에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변호사는 흔히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고, 돈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탐욕적인 존재로 묘사되는데, 제가 실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항상 그렇지 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꼭 변호사들이 선한 마음만을 가져서 그런 것보다는 변호사 윤리규정, 그리고 이를 집행하는 변호사 징계위원회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높은 윤리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특히, 로스쿨에서 법조 윤리과목은 필수로 들어야 하며, 변호사 자격을 받기 위해서는 윤리 시험을 따로 응시해서 합격해야 합니다. 게다가, 로스쿨을 입학할 때는 물론 졸업 후 변호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신원조회를 거치는데, 이때 범죄 기록이나 기타 학생 때 징계 처분을 받은 기록이 있으면 해당 기록이 변호사 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대학교 때 음주운전 기록이 있었는데, 변호사 시험을 합격하고 나서도 신원 조회에서 이 범죄 기록이 문제 되어 이를 소명하느라 변호사 입회위원회에서 여러 번 소환되어 조사를 받느라 곤욕을 치르신 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절차를 거쳐서 변호사가 자격증을 받은 후,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가장 먼저 받는 교육이 법조 윤리 교육입니다. 게다가 매년 변호사 자격증을 갱신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자격 유지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중 윤리 과목도 일정 시간 이수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만큼 변호사 활동과 법조윤리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개 변호사 법조 윤리규정의 앞부분은 불법 변호 활동에 대해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불법 변호 활동은 해당 주의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그 주의 법을 해석하거나 법률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버지니아/DC/뉴욕 주, 총 3개 주의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은 반대로 제가 만약 메릴랜드에 가면 일반인이나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연방 법원이나 기타 다른 예외 조항에 따라 자격증을 취득한 주 외에서도 제한적이나마 대리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께서 변호사를 고용하실 때 우선적으로 해당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주 변호사 협회에 소속된 변호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변호사 협회 홈페이지에서 회원 명부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변호사의 영문 성명만 알면, 그 사람이 특정 변호사 협회의 회원인지 아닌지, 그리고 징계를 받은 기록이 있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의문 점이 있으면 변호사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여야 하며, 답변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변호사를 선택할 때 변호사 과실 책임 보험가입 여부도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변호사 과실 책임 보험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리하면서 변호사의 과실로 인해 의뢰인이 금전적 손해를 보았을 경우를 대비한 보험입니다. 놀라운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변호사 보험의 가입이 의무가 아니고, 실제로 많은 수의 변호사들이 해당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채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변호사의 잘못으로 인해 손해를 볼 경우, 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책임 보험에 가입한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겠죠. 저 같은 경우에도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의뢰인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사건당 최대 30만 불, 총합 90만 불 한도까지 보장되는 책임보험을 가입하였습니다.


만약 의뢰인의 입장에서 본인의 변호사가 윤리적으로 혹은 도덕적으로 어긋난 행위를 했거나 의뢰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과실 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은 방법 외에, 변호사 협회에 고발해서 이를 조사받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변호사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을 받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깐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샜는데, 다시 법조 윤리규정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제 생각에 변호사의 법조 윤리 중에 정말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비밀유지의 의무입니다. 쉽게 말하면,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한 얘기는 아주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곤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실제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1982년 시카고의 한 맥도널드 지점에서 두 명의 강도가 경비원 두 명을 총으로 쏴서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후 경찰에 의해 두 명의 용의자가 체포되는데 그 이름은 각각 Alton Logan이라는 사람과 Edgar Hope라는 사람입니다. 이 두 용의자는 총상을 입고 생존한 경비원의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체포되었는데, 각각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2주 뒤에 앤드류 윌슨이라는 범인이 다른 장소에서 경찰관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됩니다. 이후에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는데, 이전에 있었던 맥도널드 살인 사건 용의자 중 한 명이었던 에드가 호프라는 사람이 얘기하길, 자신의 공범이 앨튼 로건이 아니고, 바로 2주 후에 다른 경찰관 살인 사건으로 체포된 앤드류 윌슨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를 알게 된 앤드류 윌슨의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의뢰인인 윌슨에게 이 내용이 사실이냐고 묻습니다. 이에 대해 윌슨은 그렇다고 말하며,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운 것에 대해 자랑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맥도널드 살인 사건의 체포된 용의자 두 명 중 한 명 즉 앨튼 로건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죠.


그러나 두 변호사는 윌슨을 대리하고 있으며, 만약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경우, 본인의 의뢰인이 추가로 처벌을 받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 내용을 함구하게 됩니다. 물론 변호사 의뢰인 간의 비밀유지 의무도 있어서, 만약 이를 발설할 경우 변호사 자격증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추후에 진실이 밝혀질 경우를 대비해서, 본인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용을 진술서로 남겨놓고 금고에 보관하였습니다.


결국 로건은 배심원 재판 끝에 유죄 평결과 함께 무기 징역을 선고받게 됩니다. 당시의 그의 나이 28살이었습니다. 윌슨의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의뢰인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유죄를 받고 감옥에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의뢰인인 윌슨에게 이에 대한 자수를 권고했지만 윌슨은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마침내 시간은 흘러 로건이 억울하게 수감된 지 26년이 지나고 나서야 윌슨은 감옥에서 자연사하게 됩니다. 의뢰인인 윌슨이 사망하자 그제야 윌슨의 변호사들은 26년 동안 자신들이 숨겨왔던 진실을 공개합니다. 바로 로건은 무죄라는 사실입니다. 다행히도 로건은 무죄로 풀려나고, 시카고 시 경찰청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약 천만 불의 금액을 보상받기 됩니다. 엄청난 금액이긴 하지만, 과연 감옥에서 보낸 26년간의 고통을 치유할 만한 금액으로 충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이야기가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은 비밀은 지켰던 두 변호사를 비난하곤 합니다. 그깟 법조 윤리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감옥에서 26년간 고통받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고 말이죠. 그것도 이미 살인은 저지르고 감옥에 갇혀 있는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말이죠. 그러나 그 두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을 보호했고, 변호사 윤리규정을 지켰기 때문에 잘못한 점이 없이 떳떳하다고 얘기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만큼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는 강력한 것입니다. 


만약 이들 변호사가 윤리 규정을 어기고, 자신의 의뢰인이 한 얘기를 알려서 로건의 억울한 누명을 풀려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당장 로건 한 사람은 누명에서 벗어 낫겠지만, 이는 변호사와 의뢰인간의 신뢰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일 테고, 그렇게 되면 그 어떤 의뢰인도 자신의 변호사를 믿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변호사란 직업 자체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겠죠. 같은 맥락으로 고해성사를 받는 신부에게 비밀 유지 의무가 없다면 고해성사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 로건의 이야기는 변호사의 기밀보호 의무의 중요성과 얼마나 변호사들이 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저였더라도 아마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형사 변호인의 윤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대중의 비난을 받을지언정 의뢰인을 보호하는 것이 첫 번째 우선순위입니다. 


앞서 변호사의 기밀 유지 의무 때문에 26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할 로건이란 사람의 이야기를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변호사들이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와 같이 의뢰인의 기밀 준수 위반 의무와 타인의 자유를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진 않습니다. 오히려 이보다 일상적으로 자주 접하는 것은 의뢰인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는 변호사에게 맡긴 의뢰인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라고 하면 이해하시기가 쉬울 겁니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맡기는 가장 흔한 재산은 무엇일까요? 바로 변호사 비용입니다. 실제로 많은 변호사들과 의뢰인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착수금의 개념에 관한 것입니다. 영어로는 Retainer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Advanced Fee, 측 선수금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변호사와 의뢰인이 수임계약서를 맺으면서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지급한 돈은 선수금인데, 이 돈은 변호사가 얻기 전까지는 변호사의 돈이 아닌 것입니다. 


제가 주로 다루는 형사 사건의 경우 대부분의 Flat Fee를 받는데, 이 말은 사건을 수임하기 전에 의뢰인에게 총 변호사 비용을 미리 알려주고, 그 비용을 의뢰인이 지불을 하면 그 외에 추가 비용은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절도죄에 기소된 의뢰인을 대리하는 비용으로 제가 3천 불을 제시했다면,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해당 사건이 얼마나 길어지든 상관없이 3천 불만 내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일반적인 민사 소송에서는 Hourly Fee가 일반적인데, 이 때는 합의된 시간당 보수를 정해서, 변호사가 해당 사건을 다루는데 소모한 시간만큼 비용을 받는 것입니다. 이 경우 사건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변호사 비용이 늘어나겠죠.


앞서 말씀드린 Flat Fee의 예시로 들어가서, 의뢰인이 저에게 사건을 맡기도록 합의하고 저에게 3천 불을 선수금으로 준다면, 이 돈은 바로 그 순간 제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직은 의뢰인의 돈인데, 제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돈은 제가 사건에 관련된 업무를 시작하거나 혹은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는 의뢰인의 돈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선수금을 받는 변호사들은 고객의 돈을 입금하고 관리할 신탁 계좌를 따로 개설해서, 본인 소유의 자금과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변호사 윤리 규정 중에서도 아주 엄격하게 다루어지는 부분이며, 만약 이를 어기고 의뢰인의 돈을 무단으로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다 적발 시에는 적게는 변호사 자격 정지, 심하게는 변호사 자격 박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예시로 돌아가서, 저 역시 의뢰인에게 받은 3천 불을 신탁 계좌 즉 Trust Account에 입금을 합니다. 그리고, 이 신탁계좌에는 단순히 이 의뢰인뿐만 아니라 다른 의뢰인의 돈도 들어있기 때문에, 어느 의뢰인이 어떤 사건으로 얼마를 언제 입금했는지 항상 꼼꼼하게 회계장부를 작성합니다.


그러다가 만약 중간에 의뢰인이 저를 해고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앞서 저에게 3천 불을 지불하고 절도죄 기소 대리를 맡긴 의뢰인이 사정상 저를 해고할 경우, 저는 그동안 해당 사건에 투자한 시간에 따른 보상을 제외하고 잔액을 의뢰인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만약 제가 수임을 한 뒤에 해당 사건에 대해서 한 번도 업무상 시간을 쓴 적이 없다면, 전액을 그대로 의뢰인에게 돌려줘야 하겠지만, 만약 5시간을 투자했다면, 그 5시간에 해당하는 변호사 비용을 제하고 나머지를 돌려줘야 하겠죠. 물론 이 경우에도 의뢰인은 5시간 동안 변호사가 정확히 어떤 업무를 했는지 그 내역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의외로 많은 변호사들이 수임 계약서에 착수금이나 선수금은 환불이 안된다고 명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엄연히 변호사 윤리규정 위반입니다. 단순히 수임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변호사가 사건에 대한 어떠한 노동력 투입 없이 의뢰인의 돈을 횡령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변호사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 총 세 가지 중에서 두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한 가지는 형사 사건에서 흔히 쓰이는 Flat Fee, 두 번째는 민사 소송에서 주로 쓰이는 Hourly Fee였고,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던 마지막 방식은 Contingency Fee 즉 성공 보수입니다. 말 그대로 변호사 비용은 사건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이 방식이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개인 상해 소송입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교통사고를 당했고, 차량 파손 및 심각한 신체적 피해를 입은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 변호사를 고용한다면 수임료는 성공 보수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즉, 이 때는 변호사를 고용할 때 착수금이 없는 대신, 변호사가 상대방 측으로부터 받아내는 보상금의 일부를 변호사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이죠. 이 비율은 보통 적게는 15%부터 많게는 50%까지 되지만 보통 30% 내외가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앞선 예시처럼 교통사고 상해 사건에서 상대방 측, 일반적으로는 상대방의 보험사로부터 만불을 보상금으로 받았다면 그중에서 변호사 비용과 기타 제반 비용을 제외하고 나머지가 의뢰인에게 돌아가겠죠. 


이렇든 성공보수 방식은 변호사를 수임할 여력이 되지 않는 의뢰인들에겐 참 유익한 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변호사 입장에서는 성공 보수로 사건을 수임하기 전에 사건의 승소 가능성을 신중하게 예상해야 됩니다. 열심히 시간과 공을 들여 사건을 진행했는데 결국 보상금을 받지 못한다면, 시간을 허비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 보수방식은 승소 가능성이 없는 허위 소송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성공 보수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한 말씀드리자면, 성공 보수방식이 금지된 종류의 사건도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형사 사건과 이혼 사건입니다. 법조 윤리규정상 이 두 종류의 사건은 성공 보수를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주제를 바꿔서, 법조 윤리규정이 형사 사건에서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는 단순히 윤리 규정뿐만 아니라, 형사 피고인의 헌법적 권리 하고도 연관된 주제입니다.

보통 형사 사건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의뢰인은 변호인의 조언을 받고, 대부분 이를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변호인의 조언을 받더라도 의뢰인이 만약 특정 사안에 대하여 다른 결정을 하는 경우, 변호인이 이를 반드시 존중하고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특정 사전 유죄협상 결과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사전 유죄협상은 말 그대로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변호인과 검사가 협상을 벌여서,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면 검사 측에서 형량을 감해 주거나 기소 내용을 경감해 주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피고인의 입장에서 본인이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을 원하는 경우 변호인이 생각하기에 아무리 좋은 협상 제안을 받았다고 해도, 그리고 재판에서 유죄의 가능성이 크더라도 의뢰인의 의사를 존중해 줘야 합니다. 또한 피고인이 배심원 재판이나 판사 단독 재판 중에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이 때도 의뢰인을 따라야 합니다. 한편 형사 피고인 중에서는 본인이 직접 증인석에 앉아서 본인이 왜 무죄인지에 대하여 증언하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헌법상으로 모든 피고인은 본인의 범죄에 대하여 해명할 의무가 없지만 원하는 경우 이러한 묵비권 행사를 포기하고 진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검사가 피고인을 법정에서 직접 신문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자칫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발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형사 변호사는 의뢰인이 직접 법정에서 진술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 윤리규정에 따라 의뢰인이 굳이 증언을 하려고 한다면 변호인이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 외에는 마지막으로 항소 혹은 상고를 할지 말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의뢰인의 몫입니다.


이렇듯 피고인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 변호인은 의뢰인의 의사결정을 존중해 줘야 합니다. 물론 그 외에 사건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의뢰인이 원하는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은 변호사입니다. 예를 들어, 재판에서 검사가 특정 증거를 제출하려고 할 때, 이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지 여부는 변호인에게 달려있는 것이죠. 어떤 경우에는 변호인의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피고인 측에 불리한 증거라도 채택할 경우 나중에 결과를 유리하게 이끌어 낼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의뢰인보다 변호인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법조 윤리규정은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자칫 변호사로부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의뢰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윤리 규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는다면 나중에 비 윤리적인 변호사로부터 피해 입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시간 관계상 오늘의 주제는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고, 다음 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노던 버지니아 형사사건 및 교통범죄 사건 전문, Asher Kim, 김정균 변호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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