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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Han 한승환 Dec 21. 2016

플랫폼 경제학 Platform economy



요즘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립니다.

수많은 경영기법이 있겠지만, 조만간 플랫폼 경영기법이 IT시대의 중심 경영기법으로 산업과 인류 삶 전반을 혁신할 것이라 전망합니다. 학문적 정립이나 교육과정 또한 앞으로 많이 이루어져 나갈 것입니다.



플랫폼이란?


플랫폼이란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는 기차역의 승강장을 가리켜왔다고 합니다.

기차역의 승강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다른 지역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 승강장을 통해 기차로 들어가고,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기차에서 나와 승강장을 통해 외부로 나오게 됩니다. 즉 그 지역의 가장 큰 유동인구(트레픽)을 가지게 됩니다. 유동인구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됩니다. 상점이 생기고 건물이 들어서고 빌딩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상권이 형성되고 도시가 확장해 나갑니다. 이렇듯, 유동인구를 통한 확장성은 플랫폼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플랫폼이 온라인으로 이동한다면 어떠한 모습일까요?

G마켓, 11번가, 옥션, 이베이 등이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번가가 뭐하는 곳일까요? 여성분들의 경우, 쉽게 '옷파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11번가는 옷을 전혀 팔지 않습니다. 다만 옷을 파는 사람들을 고객들에게 연결해줄 뿐이죠.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이어주게 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욕망의 주체와 욕망해소의 주체를 이어주게 됩니다. 승강장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한 욕망과 그것의 해소가 공존하고 있었듯이 말이죠.


그렇다면 쇼핑몰 뿐일까요? 인간의 사회적욕구를 풀어주는 SNS는 어떨까요? 페이스북도 플랫폼입니다. 페이스북이 플랫폼이라면 카카오톡도 플랫폼이 될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휴대폰의 메세지 기능은 플랫폼일까요? 그러한 메세지 소통을 이어주는 '언어'는 어떠할까요? 그 언어를 구사하게 해주는 '뇌'와 '혀'는 플랫폼일까요? 뇌와 혀라는 플랫폼을 통해 우리의 소통의 욕구를 풀기도하고 상대의 소통의 욕구를 풀어줄 수 있기도 하겠군요. 그렇다면 '뛰어난 뇌와 혀'는 더 많은 유동인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고요.


즉 플랫폼은 매개물 또는 중개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의 지배성


플랫폼에서 특히 부각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지배성(dominance)입니다.

사람들은 어디에서 비트코인 거래많이 할까요? 하루 거래량 1억인 곳일까요? 아니면 1BTC인 곳일까요?


음식배달 플랫폼 중에 어디를 이용할까요? '배달의 민족'일까요? '배달의 신'일까요? 배달의 신이라는 어플의 존재는 알까요?


우리가 '동네 슈퍼마켓'보다 '대형마트'가 더욱 합리적일 것이라고 추론하는 데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작은 플랫폼보다 큰 플랫폼을 선호합니다. 더 많은 서비스제공자는 더 많은 선택과 경쟁을 의미하고 더 좋고 저렴한 제품을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서비스이용자'는 더 많은 '서비스제공자'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하고, '서비스제공자'는 더 많은 '서비스이용자'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유동인구가 높을수록 임대료 가격이 뛰고, 온라인이라면 광고료가 올라가는 이유입니다.


플랫폼은 초기에는 플랫폼 자체의 힘이 중요할지 모르나, 한번 자리를 잡으면 플랫폼은 플랫폼 주체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제공자와 이용자에 의해 유지되게 됩니다.


따라서 각 산업에서는 자연스럽게 가장 큰 플랫폼 2~3개가 독점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온라인에서는 지역적인 제약이 없으므로, 한 마을이나 도시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의 산업에 두 세개의 동류 플랫폼만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요식중개어플인 '배달의 민족' 또는 '요기요' 단 1개의 플랫폼만으로도 우리가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더 이상의 배달어플의 필요성을 못느낍니다. 하나로 충분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한번 최대규모의 플랫폼이 되고 나면 절대적 지배력을 얻게 됩니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플랫폼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의 유동인구 규모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정말 쉽습니다. 지금 누구나 비트코인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요. 그러나 플랫폼에 유동인구를 불어넣는 것은 2인자로써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플랫폼이 한번 자리를 잡으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과연 중국집이 아무리 부당한 수수료를 요구 받아도, 자신의 업체를 '배달의 민족'에서 내릴 수 있을까요?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던 사람이, 전단지 시대로 회귀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플랫폼이 편해서 사용하게 되었지만, 한번 플랫폼에 힘을 주게 되면, 주도권이 플랫폼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플랫폼 전쟁1


이러한 플랫폼은 필연적으로 '표준전쟁'과 연관이 되어 왔습니다.

지금 인터넷(TCP/IP)과는 다른 표준의 인터넷이 생긴다고 해서 그곳으로 이동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무도 그러한 인터넷의 아성에 도전하지 않습니다. 표준을 통한 '인터넷'의 지배력이 너무나 막강해졌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표준'을 먼저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것 같습니다.

당장은 비디오테이프 표준전쟁이 기억이 납니다.


소니의 베타맥스 방식, 필립스와 Grundig의 Video2000 표준, 도시바가 이끄는 VHS표준이 서로 굽히지 않고 자신의 표준만을 사용을 했었는데요, 이러한 표준전쟁의 승리자는 대부분 자신의 표준을 산업전체의 표준으로 확장하여 로열티 또는 부가제품으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쟁에서 가장 약세로 보이던 VHS표준이 승리하고 소니는 패배하게 됩니다.


충전기 단자도 마찬가지였죠. 지금은 하나의 충전기만 사용하는 추세이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스마트폰 제조사마다 서로 다른 충전단자를 사용했습니다. 사용자는 서로 다른 스마트폰사의 폰을 살 때마다 매번 새로운 충전기를 구입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교체비용을 높여서 고객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기 쉽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죠.


이것이 1세대 플랫폼 전쟁입니다.


현재 구글이 오픈플랫폼인 안드로이드로, 애플이 폐쇠형인 iOS로 그리고 삼성이 타이젠으로 시도하는 전쟁도 1세대 플랫폼전쟁인 표준전쟁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플랫폼 전쟁2


2세대 플랫폼 전쟁은 어떨까요?


동영상(Youtube)이 무료, 신문(인터넷신문)이 무료, 정보(네이버)가 무료, 영화(스트리밍 싸이트)가 무료, 게임(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이 무료, 무료로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서로 무료로 해줄테니 오라고 애원을 합니다. 지금만큼 소비자가 소비를 안하면서 누리는 세상이 있을까요?


전기자동차 업계의 1위사인 테슬라가 엄청난 자금을 투자한 핵심 특허를 무료로 공개합니다.


구글이 메일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15기가의 공간을 무료로 주겠다고 합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자사 컴퓨터에 자신의 운영체제를 모두 설치해 줍니다.

사토시는 자신의 필생의 역작인 비트코인을 코드단위로 전체공개합니다.

이렇게 무료로 다주면 이들은 수익은 어디에서 창출을 할까요?


이들은 해당 서비스/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산업자체'를 키웁니다.


어차피 산업단위가 되면 일개 기업이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짧은 공간안에 모두 채울 수 없겠지만, 산업이 커지면 그 선도기업의 입지도 점점 커집니다.

산업이 커지면 자연스레 서비스 제공자가 늘어납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서비스 사용자들도 플랫폼에 참여하기 마련입니다.

이를 가속화시키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어왔습니다.




인수전쟁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라쿠텐' 회장이 무료 통화어플인 '바이버(Viber)'를 인수합니다. 이 바이버는 전세계 3억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지만, 수익모델이 없으며 수익이 일어난 적도 없고, 계속해서 막대한 적자만을 키워오던 회사였습니다. 이 바이버를 1조원에 인수를 하며, 히로시 회장이 말합니다. "This is a no-brainer(아니 이걸 지금 고민할게 있나요?)" 회원 한 명당 3달러에 불과하다면서 말이지요.


페이스북은 왓츠앱(what's app)을 무려 20조원을 들여 인수합니다. 왓츠앱은 활성유저가 4.5억명 가량인데 고객한명 당 무려 42달러의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고객이 1년에 지불하는 사용료가 1달러에 불과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약 13조원은 고객에게서 회수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페이스북은 수익모델이 없었을 시절부터 100조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트위터는 수익모델이 현재도 거의 없는데에도 20조원 넘는 기업가치를 자랑합니다.

이들은 왜 이러한 막대한 돈을 들여서 고객 머리 수 늘리기에 안간힘을 쓸까요?


플랫폼의 특성 중 하나인 확장성입니다. 고객이 1억명 늘어난다면, 이를 보고 2천만명의 서비스제공자가 달려들며, 이것에서 수 많은 산업이 파생되어 나옵니다. - 멧칼프의 법칙 (Metcalfe’s Law)


이들은 고객을 산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산 것입니다.




지구 최강의 플랫폼


그러면 플랫폼 중 왕중 왕은 무엇일까요?

어떤 플랫폼(매개물)이 유동인구(트래픽)이 가장 많을까요?


자본주의에서는 역시 '돈'이 최고의 플랫폼일 겁니다. 모든 행위가 돈을 거쳐가며 일어납니다. 위에서 언급되었던 '표준전쟁'도 '인수전쟁'도 '플랫폼 설계'부터 '직원월급'까지..

아침식사부터 밤에 들어올 때 이용하는 차까지 우리의 인생은 모두 '돈'이라는 매개를 통해 움직입니다.


이러한 돈을 관장하는 곳이 '은행'입니다.


돈을 이용할 때:

우리는 은행이 발행한 돈을 받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용료를 지불하며, 은행을 거쳐서 노동의 대가를 지급받고, 은행을 통해서 세금을 내며, 은행을 통해 카드결제를 하고 식사를 하며 택시를 탑니다. 은행을 통해 주식에 투자하고 은행을 통해 비트코인을 삽니다.

돈은 자본주의 최강의 플랫폼이며, 은행은 돈이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돈은 자체적으로 수익모델(이자)을 내장하고 있는 데다가, 이 세상에서 가장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매개입니다.


심지어 상기 언급된 플랫폼들조차 돈이라는 매개(플랫폼)를 통해서 사용을 해야하니, 과연 왕중왕입니다.


이러한 돈에 대해,

중앙은행은 화폐발행과 이자율 그리고 시중은행을 통해 돈을 이용하고,

시중은행은 통화승수와 이자율을 통해 돈에 손을 얹습니다.


이 '돈'이라는 '플랫폼'이 막강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이라는 플랫폼은 도대체 인수가격이 얼마나 될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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