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30-20170901
2017년 8월 30일 - 9월 1일, 총 2박3일간 제주도를 다녀왔다.
EMEAP(Executives’ Meeting of East Asia-Pacific Central Banks)의 연례미팅에 초대받음.
이번 호스트는 한국은행.
예약받은 호텔의 전경이 훌륭. 식사도 훌륭했다.
제주도 도착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구두는 필수라고 해서, 매장들려서 구매 후 호텔이동
호텔 전경이 훌륭. 물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흑돼지삼겹이랑 성게알 미역국. 매우 훌륭. 우도땅콩막걸리라는걸 마셨다.
한국은행과 EMEAP에서 받은 선물. 능력자 강현정님과 참석
각국의 중앙은행 고위직들이 약 40여명 모였고, 소규모의 프라이빗한 행사여서 사진 등은 찍을 수 없었다.
여러 주제들이 있었지만, 본인은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이나 동향을 규제적 관점으로 풀어서 발표했다.
역시 상당한 관심이 집중된 주제였고, 질문도 많이 받았다.
그 중 몇가지 부분을 기억나는대로 아래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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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시장규모가 엄청난 수익률에 힘입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시장의 속도를 규제기관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규제기관이 이를 이해하고 적절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또는 빠르게 도입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포기하고 그냥 무조건적 불법화로 넘어가게 될까봐 우려된다.
암호화폐나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한 경제활동은 완전히 규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규제를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그 어떤 규제안을 만들더라도 언제나 빠져나가는 방법은 있다. 따라서 불법화를 중심으로 한 규제를 도입할 경우, 블록체인/암호화폐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해당 자본은 합법화를 중심으로 하는 규제를 도입한 국가나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이동한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적인 기술경쟁에서 해당 국가만 혼자 빠지고 뒤쳐지는 결과만 일어날 수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화폐(Currency)적 속성’과 ‘재산(Property)적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한 ICO라는 장치를 통해서 자본을 모집하거나 유동성 확보에 사용되는 ‘증권(Security)적 속성’도 함께 갖추고 있다. 이전에 우리가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특수한 상품을 위해 해당 상품에 특화된 분류를 만들고 관련법을 만든 것처럼, 암호화폐도 전혀 새로운 암호화폐만의 분류와 관련법이 필요하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꿈꾸는 것처럼, 이 세상 모든 경제가 암호화폐 기반으로만 이루어진다면, 암호화폐에는 KYC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AML이 불가능하다. 법정화폐는 주로 세금을 내거나 은행의 ‘부분지급준비금(fractional reserve)’로 쓰여 신용을 창출하는데 사용되는데, 이런 법정화폐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 결국 중앙기관이나 국가의 통제력이 상당 부분 소실된다.
물론 현실에서는,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중앙화 된 거래소들을 쓰고 있고, 거래소들은 은행이나 규제기관에 관련 내역을 주기적으로/필요시마다 보고하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법정화폐로 세금을 내고 있고 국가의 비호 아래 합법적인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 모든 경제활동이 암호화폐로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가치사슬 어딘가에서는 결국 법정화폐를 사용하게 되고, 이런 부분이 단 한 부분이라도 있다면 국가가 이를 연쇄적으로 추적하여 관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암호화폐 시장 규모 자체가 아직은 그 어떤 산업도 담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으로 작으며, 암호화폐만으로 경제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직 갈길이 멀다.
질문을 받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부 질문과 답변:
질문1] 암호화폐의 유동성은 어떻게 제어되는가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개발 당시에 애초부터 발행량이 코드로 정의되어 있으며 해당 코드에 맞춰 발행된다. 따라서 발행량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기 보다는 미리 정해진 발행량을 알 수 있는 식이다. 물론 요즘 거버넌스를 탑재한 블록체인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참여자들이 합의를 통해 발행량이나 이자율을 직접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질문2] 그러면 경제위기시나 경제규모가 급진적으로 확장돼야 할 때는 어떻게 되는가
법정화폐는 추가 발행을 하거나, 이자율을 극단적으로 낮추어 신용규모를 늘리고 시중에 유통되는 자금을 대폭 증가시키는 식으로 확장성을 꾀한다. 암호화폐는 1) 거버넌스로 사람들이 직접 이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고 2) 암호화폐가 비트코인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적인 유동성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다른 여러 화폐들이 자유롭게 탄생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만 사용해야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누구든지 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시장경제에 맞추어 시중통화(currency in circulation) 규모는 변화한다. 3) 또한 사실, 현재 모든 경제가 암호화폐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며, 중앙화된 법정화폐 기반의 경제가 훨씬 거대하기 때문에, 굳이 암호화폐만으로 경제규모를 확장하는게 제한적이라고 해도 문제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질문3]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과 같은 극심한 가격변동을 어떻게 제어하는가
일반적으로 세 가지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
1) 역사적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바이마르제국(독일)이나 브라질의 헤알화 개혁 같은 경우, 조정과정에서 화폐개혁이 이용됐다. 이 방법은 한 국가의 경제가 단일한 화폐를 쓰고 있었고 동시에 해당 화폐가 단일한 경제시스템(각 국가)에 종속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근거해 제시되었다. 그러나 여러 나라에서 여러 통화가 자유롭게 유통되면 국가단위의 화폐 개혁은 의미없어 질 수 있다.
2) 새로운 수많은 다른 암호화폐가 언제든 만들어질 수 있으며,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특정 화폐의 유통량을 대상으로한 정책이 효력을 잃을 수 있다. 화폐가 아니라 경제자체를 부흥시키는 조금더 깊은 수준에서의 접근이 필요해질 수 있다.
3) 특정화폐를 제어하고자 하는 경우, a) 제어하고자 하는 주체가 해당 화폐의 절대적인 수량을 확보하거나, b) 아니면 추가 발행되는 수량에 대한 권한이 있거나, c) 아니면 이자를 도입해서 이자율을 통해 시중에 도는 화폐의 수량을 조정할수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특정 세력이 50% 가까운 절대적 수량을 확보한다면 유의미한 수준의 가격조정이 가능할 수 있다(특정 가격구간 위와 아래에 거대한 매도/매수 벽을 만듬). 지금 대부분의 국가는 주로 3번째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3번째 방법은 첫번째와 두번째 방법을 계속해서 약화시키는 방법이다. 3번째 방법을 쓰면 쓸수록 절대적인 전체 화폐 수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게 되며, 국가 스스로 가진 지급준비금이나 외환보유량으로도 이를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게 사실 현재 국가들이 마주한 문제이기도 하다.
암호화폐적 접근방법은 간단할 수 있다. 시장에 맡긴다. 화폐의 가치가 아니라, 생성하는 경제가치(부가가치)에 집중한다. 단일 화폐에 의존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유롭게 발행권과 선택권을 가진다.
질문4] 이런 기술이 앞으로 계속 발전하면 중앙은행의 역할약화로 존재가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닌가
현재 비트코인은 단순히 이체만을 할 수 있는 전세계적 결제망에 불과하다. 모든 비트코인은 ‘현물’이며 그렇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이체 그 자체로 결제의 완결성(settlement finality)을 지닌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자본을 공급하고, 시중은행을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화폐경제정책 수행에 참여한다. 은행에서 이체는 아주 작은 업무 부분일 뿐이다. 이체 외에도, 신용창출, 대출, 추심, 신용평가, 시민들의 예금 보관, 금융상품 제작 및 유통 등 매우 다양한 업무들이 존재한다. 이를 모든 것이 현물로 이루어진 암호화폐가 대체할 수 없다. 또한 암호화폐는 단순한 이체 기능만을 가지고 있고, 예금 기능이 없다. 누군가 비트코인을 산다는 것은, ‘구매’이지 자신의 이미 구매해둔 비트코인을 ‘예금’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다. 이런 기능은 결국 특수한 신뢰기관(주체)에서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질문5] 규제의 올바른 접근 방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규제가 없다는 것은 무엇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규제는 합법화와 불법화를 합친 개념이다. 무엇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규정함에 있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본인과 같은 사람들은 환영할 것이다.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법적인 사업을 세금을 내며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너무 불법화에 치우친 규제는 독이 된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는 적정 선에서의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많은 규제는, 사람들이 오히려 따르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사람들이 따르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규제가 필요하다.
중국중앙은행 패널 분이 설명해주셨는데, 사실 중국에서 거래소의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 거래를 중단시켰을 때, 중국인들은 거래를 멈춘 것이 아니라 암시장에서 거래하고, 스위스 OTC시장에서 거래했으며 한국의 거래소에 계정을 만들고 이주해왔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ICO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있는데 이미 중국의 수많은 친구들이 내게 ICO를 한국이나 유럽에서 진행하도록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 점점 추적하기 어려워질 뿐이다. 규제는 반드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규제는 글로벌한 암호화폐 시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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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여러 논의가 오갔다.
중앙은행 규제국은 암호화폐 경제에 대한 상당한 관심이 있고 적극적인 규제의사도 있어보였음
저녁에 만찬회에 갔다. 한국은행 부총재의 인사가 있었다.
양식/한정식이 나온다고 해서 중간에 제주도 정통 식사를 하기위해 나옴.
제주도 바다
해물파전이랑 해물된장국? 등을 먹었다. 제주도는 막걸리 특산물이 많았음.
다음날 산책 및 통갈치 정식. 먹어봤으니 이제 미련이 없어짐
택시타고 가다가 테디베어 박물관보여서 들림
곰인형이 아주 많았다.
내륙으로 출발
훌륭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규제적 이슈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이 진통을 겪고 정말 큰 시장으로 편입되기 위한 과정이 시작됐다.
중요한 길목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규제에 대한 생각:
1) 규제는 필요하다.
2) 규제는 합법화와 불법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쪽의 조화가 중요.
3) 규제당국이 이에 대한 역량이 없다면, 결국 선제적 합리적 규제가 아니라 일차원적 금지령으로 시장자체를 일단 막아두고자할 수 있다. 규제당국과 산업이 밀접히 소통하여 시장에 규제대책이 있음을 이해하게 돼야 한다.
4) 중국에서 거래소의 비트코인/라이트코인 거래를 막았을 때에는 암시장/스위스 OTC시장/국내 거래소로 중국자본이 이동했으며, ICO규제 의사를 밝히자 많은 중국친구들이 한국과 유럽에 ICO를 연결해달라고 연락이 옴.
5) 무조건적 불법화는 국가간 기술시장에 대한 경쟁력만 악화시킬 뿐, 실제로 막아지지도 않는다. 단지 자본만 다른 규제국으로 이동하고 해당 나라는 뒤쳐질 뿐.
6)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 다른 곳으로 숨어들거나 이동할 뿐이다. 규제는 반드시 자발적 순응을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규제는 글로벌한 암호화폐 시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7) 중국은 ICO규제에 대한 의사를 내부적으로 8월 초부터 밝혀왔고, 9월 2일에는 기사(http://m.finance.caixin.com/m/2017-09-02/101139644.html?from=groupmessage)가 나온다. 9월 3일에는 베이징에서 예정이던 ICO관련 행사가 중국정부의 명령으로 취소된다. 동시에 ICOAge와 같은 ICO참여 플랫폼도 중단된다. (물론 ICOAge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탈중앙화된 플랫폼으로 이전이 시작되고 있다) 갑자기 9월 4일 한국으로 기자들이 소식을 전하자 시장이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8) 이번에 중국은 모든 ICO에 대한 금지를 한 것이 아니며,, Public Presale에 대한 금지를 한 것. Private Presale은 가능하며, 어떤 것이 Private Presale인지에 대한 정의는 더 자세한 안이 발표될 예정이나, 알려진 바로는 200명 미만의 투자자(자격조건도 있을 수 있음), 대중적(공개적) 마케팅 금지, KYC와 AML의무 수행 등.
규제는 합법과 불법 어느 하나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선제적인 잘 다듬어진 규제는 산업부흥의 기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