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패. 어느 30대의 인생최대 패배.
어느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패. 누군가의 인생 최장 도전실패.
-실패에서 일어서는 법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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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거래소 창업 이유]
[거래소가 성공하려면]
1. 기술적 구성요소
2. 시장적 구성요소
[거래소 창업 이후]
1. 금융위원회 주도 거래소 탄압시대 개막
2. 거래소 성장 전략
3. 거래소 사건사고 그리고 고통
1) 파트너 자산운용사 배임 및 파산사건
2) 3연속 압수수색 사건
3) FIU종합검사
5) 410 해킹사건
4. 거래소의 규제 대응 및 대관
1) 거래소 자격 획득 및 유지
2) 실명 계좌 확보
3) 대관
5. 그 외 어려웠던 점들
[개인적 회고]
1) 결국 거래소 운영을 포기한 이유
2) 7년을 함께한 사람들
3)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
4) 내가 얻은 것
5) 창업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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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989년에 태어나, 7년간 20대와 30대의 절반을 바친 회사.
최선을 다했고, 성과들도 있었다.
1300억원 기업가치 달성 및 상장사 투자 유치(2024년) (지니언스 투자유치, 핑거 투자유치)
금융사 파트너십 및 공동 서비스 런칭 (우리펀드서비스,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신한금융투자, SK증권 등)
코인마켓거래소 점유율 1위 달성 (2023년)
국내 법인회원 점유율 1위 달성 (2022년)
순이익 300억원 달성(2021년)
국내 4호 가상자산사업자(금융위원회 산하) 자격 취득 (2021-11-19)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성과들이 많았다.
그리고 망한 회사의 최대 채권자이자 파산 신청인은 필자 본인이었다.
무너진 것은 회사가 아니라 나의 믿음이었다.
필자는 2017년 11월, 28세에 지닥(GDAC, Global Digital Asset & Currency)거래소를 창업했고 7년 뒤에 영업을 종료(2024년 7월)하고, 법인폐업했다.
7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여러번의 창업과 투자를 경험했으나, 7년을 송두리째 쏟아부은 실패는 처음이었기에.
고통스럽지만 되짚어보며 회고를 남긴다.
[거래소 창업 이유]
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 법인(주식회사 피어테크)을 2017년말에 설립하고 거래소(지닥, GDAC)를 2018년에 오픈했다.
거래소 창업 이전에 필자는 2013년부터 가상자산 투자자로 활동하면서, 세계 다양한 가상자산 및 회사에 투자를 하거나 컨설팅이나 자문역을 맡으면서 가상자산 기술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2013-2016년까지는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활동을 해외에서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단순히 개인 용병처럼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1) 다수의 사람들이 글로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고, 2)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혁신할 수 있다고 믿게 되면서 가상자산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설립하게 됐다.
당시 가상자산이나 거래소는 법적인 성격이 정립되기 이전이라 다양한 법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김앤장 등 유수의 법무법인에서도 자문을 받았으나, 결론적으로는 불법의 영역은 아니지만, 당국의 기조가 좋지는 않으니 가상자산 거래소를 만드는 것은 매우 높은 규제리스크가 있는 사업이라는 내용이 현실적인 자문이었다.
(하기 [거래소 창업 이후]에서 자세히 서술)
[거래소가 성공하려면]
거래소가 성공하기 위한 구성요소를 기술적 구성요소와 시장적 구성요소로 정의해볼 수 있다. 거래소 창업계획이 있거나 거래소를 이미 창업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여전히 고민하고 있을 사항들인데, 아래와 같다.
1. 기술적 구성요소
1) 원장관리(DB)
고객의 개인정보, 거래정보 등을 위변조 없이 관리하는 부분이다. 유사시 고객의 권리확정에 주요한 근거가 된다.
2) 오더북&매칭(체결)엔진
거래소에만 존재하는 특징적인 기능으로, 고객의 거래정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특히 방대한 양의 거래를 실시간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확정할 수 있어야한다는 점에서 매칭 알고리즘의 역할이 중요하다.
3) 보안
ISMS인증 취득 과정에서 상당부분 다뤄지게 된다. 물론 ISMS인증만으로 보안이 완결될 수는 없고 키관리나 권한관리 등은 회사의 사정에 맞는 섬세한 구현이 필요하다. 2024년도부터는 키(가상자산 개인키 등)관리 부분도 ISMS구성항목으로 채택되어 정식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4) 서버관리
대부분 서비스에서 동일하게 중요한 부분이지만, 특히 거래소는 이슈에 따라 트래픽 등이 불균형적으로 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중요한 부분이다. (요즘은 대부분 IDC가 아닌 클라우드를 이용)
2. 시장적 구성요소
시장적 구성요소는 단 한가지, ‘유동성’ 확보다. 유동성은 특정 거래소에 얼마나 거래물량이 있고, 거래자가 거래를 원할때 얼마나 대량의 물량을 쉽고 빠르게 거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거래소의 ‘물량처리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유동성의 수치적 3요소를 거래대금(총거래량), 예치액(거래소내 입금된 총잔고), 오더북 두께(오더북에 걸려있는 오더액 총량)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모든 거래소(증권거래소 포함)가 이 3요소를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거래소들이 이 유동성을 끌어오는 요소는 대표적으로 3가지이다.
1) 상장
상장이 많을수록 거래종목이 늘어나게 되므로 거래량이 늘게된다. (업비트가 2017년 서비스 론칭 당시 1위였던 빗썸을 제치게 된 핵심요인은 비트렉스와의 제휴를 통해 수백여종의 가상자산 거래를 한번에 취급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2) 수수료 및 거래 혜택 등
수수료 혜택을 통해 대량거래자나 Maker거래자(Market Maker 등 포함) 등의 거래 유도한다. (코빗의 메이커 인센티브가 대표적이다. 거래를 하면 오히려 수수료를 받는 정책이다.)
3) 부가기능
대여/마진, 레버리지, 선물, 파생상품 등 다양한 거래기능들을 구현해서 유동성 유입을 유도한다.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거래소들에서 채택하는 방법이지만, 특이하게도 국내거래소들은 금융당국의 압박 및 정부기조로 인해 현물거래 외 거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빗썸과 업비트는 2025년 7월경부터 ‘가상자산 대여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불과 한달여만에 금융당국의 행정지도(2025-08-19)가 시작되자 업비트는 대여서비스를 일시 중단했고 빗썸은 서비스를 유지하다가 닥사(DAXA)로부터 경고조치 및 금융당국의 견제를 받으면서 ‘사법리스크’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감내할 정도로, 거래소들이 유동성 확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구성요소만으로 거래소의 흥망성쇠가 온전히 설명되지는 못할 것이다. 거래소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외부요인의 영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거래소 창업 이후]
1. 금융위원회 주도 거래소 탄압시대 개막
필자가 2017년말 법인을 설립하고, 2018년 거래소 서비스를 오픈하기 직전에 일명 “박상기의 난(2018년 1월)”이 터졌다.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갑자기 아무런 부처 협의도 없이 독단으로 “부처 간 이견이 없다”라는 발언까지하며 “특별법을 만들어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라고 발표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이 상황에서 ‘거래소 폐쇄는 협의된게 맞다’라고 거들었으나, 몇시간뒤 기획재정부와 청와대에서 거세게 반발하며 ‘그런 협의는 없었다’라고 발표하며 정국은 혼란상태로 접어들었다. 이런 혼란에 대해 국회는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를 질타(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2018-01-11)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마저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부처협의가 없었다며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질책성 발언(2018-01-16)을 했는데 거래소 탄압을 위해 법무부와 금융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고 얼마나 무리한 수를 두었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다.
위 “박상기의 난”으로 인해, 당시 세계 최대 규모 거래량을 가진 한국시장(당시 세계 거래량 순위 업비트 1위, 빗썸 3위)이 폭락하며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게 된다. 2018년 1월초 최고점을 찍으며 2900만원에 달했던 비트코인은 며칠만에 1천만원 아래로 약 70% 폭락했고, 금융위원회의 지속적인 ‘국내 가상자산 유동성 죽이기 정책’으로 인해, 거래량이 급감하며 시장에서 유동성이 사라졌고, 지속적으로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이 내려앉다가 2019년 1월에는 400만원까지 최고점 대비 비트코인 가격이 86% 가까이 하락하게 된다. (이때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을 “거의” 죽였었다.)
필자는 위와 같은 정국에서 2018년 4월 거래소를 론칭했는데, 금융당국의 그림자 규제를 받는 은행들의 협조를 받을 수 없으니, 은행계좌 개설이 불가하여 원화거래소가 아닌 코인거래소를 론칭하게 됐다. 원화를 입금해서 코인을 매매하는 것이 아닌, 코인을 입금해서 코인을 매매하는 형태였으므로, 타거래소에 비해 사용자경험이나 접근성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태였다. 이를테면, 필자의 거래소를 이용하려면 업비트에 먼저 원화를 입금한뒤 비트코인을 사서 필자의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입금해야만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업비트를 이용할 것이다.
결국 정상적인 거래소사업을 위해서는 원화를 입금받을 수 있는 은행계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폐쇄 특별법’ 도입이 실패하며 대통령과 국회의 질타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향성을 바꾸지 않았다. 이번에는 비공식적으로 거래소 폐쇄 작전을 시작한다. 이미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이었다.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몰락 참조)
2018년 1월 23일, 금융위원회에서는 모든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명계좌(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이용하는 거래소가 아니면 계좌개설을 금지하도록 행정지도를 내렸다. 모순적이게도 실명계좌를 이용하려면 은행에 계좌개설을 해야하므로, 당연히 그 이후로 어떤 거래소도 신규로 계좌를 개설하지 못했고 기존의 거래소는 모두 기존 계좌를 해지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가상자산 시장 저지를 위해 정교하게 기획된 행정지도였던 것이다.
2. 거래소 성장 전략
후발주자이자 사실상 가장 중요한 핵심기능(원화계좌)이 없는 거래소를 소생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미션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시작한 이상 반드시 성장해야 했고, 2위는 살아남을 수 없는 스타트업 특성상 작은 시장이라도 반드시 1위할 수 있는 성장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첫번째는 법인서비스 전문화였다.
지닥거래소는 법인전용 서비스들을 론칭해왔는데, 파생토큰 서비스(2019-07-30), 장외거래 서비스 GDAC OTC Desk(2020-06-19), 기존의 파생토큰 서비스를 확장하여 커스터디 서비스를 오픈(2020-02-18)했다. 이후, 커스터디 서비스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취득하면서, 수개월만에 누적 1천억원 수탁고를 달성하게 된다.
전통 금융기관들과 협업도 진행했는데, SK증권,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우리펀드서비스, SK C&C, 신한투자증권 등 여러 금융사 및 대기업들과 단지 협약(MOU)뿐 아니라 실제 서비스까지 공동으로 론칭하는 수준으로 깊은 협력을 진행했다.
특히 사랑의열매를 비롯한 ‘법정 기부금단체’를 대부분 법인회원으로 가입시키면서 가상자산을 통한 기부 활성화 및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참여에 대한 긍정적 의미를 되새기고, 실제 지닥거래소도 직접 가상자산 기부에 참여(2021-04-26)했다. (개인적으로 행복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국내 가상자산에 관심있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을 회원으로 유치할 수 있었고, 법인회원 가입 1위 거래소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법인활성회원을 보유하게 될 수 있었다.
두번째는 과감한 상장전략이었다.
a) AtomX, LunaX: 스테이킹된 토큰을 국내 최초로 상장하면서 국내 최초로 스테이킹된 토큰의 유동화 시장을 선보였고, 스테이킹한 상태에서도 토큰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b) 클레이(KLAY, 현재 KAIA로 개명): 규제당국에 의해 음지화된 코인인 카카오의 클레이(KLAY)를 국내 최초 상장(2020-05-14)하면서 양지화했다. 이후 클레이는 400% 폭등한다. 해당 상장에 대해서 카카오측에서는 가짜코인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블록체인 특성상 직접 정품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논란은 일축되었고 이후 코인원, 빗썸 등 다수의 거래소가 클레이를 연쇄적으로 상장시키면서 국내 시장에 자리잡게됐다.
c) 위믹스(WEMIX): 국내 거래소 연합인 닥사(DAXA, 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에 의해 공동 상장폐지 발표(2022-11-24)된 코인인 위믹스를 지닥에서 상장결정(2022-12-08)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투자자보호 및 재기의 기회라는 대승적 명분으로 상장을 진행했다. 지닥거래소의 위믹스 상장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자 논란은 일축되었고 마찬가지로 이후 코인원, 빗썸 등 다수의 거래소가 위믹스를 연쇄적으로 상장시켰다.
아이러니 한 것은, 약 1년 4개월 후 지닥에서 위믹스가 상장폐지(2024-03-29)됐는데, 이후 마찬가지로 닥사에서 위믹스를 다시 한번 공동 상장폐지(2025-06-02) 시키면서 위믹스는 국내 초유의 ‘재상장폐지’ 사례가 됐고, 이렇게 국내 시장에서 완전 퇴출되면서 큰 논란거리가 됐다.
모두 국내 최초/단독 상장 사례들이었는데, 당연하게도 최초/단독 상장이 아닌 이미 업비트나 빗썸에서 상장된 가상자산의 경우 원화계좌가 없거나 유동성이 적은 지닥거래소에서 굳이 거래할 유인이 없으므로 대부분의 상장을 최초/단독 상장으로 진행해야했다. 그 중에서도 최대한 투자자에게 수익기회를 줄 수 있는 유망한 가상자산을 최초/단독 상장하는 것이 지닥거래소의 방향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거래소에 상장되면 가격이 단기간에 폭락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 가상자산을 위주로 상장한 것이다.
이렇게 후발주자이자 핵심기능(원화실명계좌)이 없는 거래소로써 리스크를 지고 유동성 확보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장내 파급력이 높아지고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으므로, 경영적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능력이 상당히 높게 요구되었다.
3. 거래소 사건사고 그리고 고통
새로운 시도들을 한다고 해서 언제나 성장만이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고, 노력한다고해서 항상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거래소업 특성상 사건사고는 늘 발생하고, 지닥거래소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너무나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일부만 기록차원에서 남긴다.
1) 파트너 자산운용사 배임 및 파산사건
지닥거래소에서는 커스터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중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직접 운영한 것이 아니라 빗썸, 고팍스 등과 동일하게 외부 파트너 자산운용사로부터 운용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당시 해당 자산운용사는 타거래소들에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고 상장사가 모회사로 있어 자금력이나 사고발생시 책임능력도 있다고 판단되는 회사였기 때문에 레퍼런스들을 기반으로 충분한 검토 끝에 계약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테라루나 사태’ 때, 해당 운용사에서 계약상 운용원칙을 어기고 임의로 트레이딩을 하다가 전액을 소실한 사건(2022-05-10)이 발생했다. 약 200억원 이상 규모였다. 게다가 해당 법인에서 계약상의 보상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히려 기존 경영진 및 오너가 주식을 정리하고 도망가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해당 자산운용사 법인은 영업을 중단했고, 모회사는 거래가 일시 정지되고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기도 한다(2022-08-17). 또한 관련 임원은 현재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중이다.
게다가 모회사였던 상장사가 자회사 주식을 다른 주주에게 일괄 이전하면서 자회사를 계열사에서 지워버리고 모회사 회장 본인도 자회사의 이사직을 사임(2022-06-09)하는 행위가 있었는데,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로써 중대하게 지탄받을 행위라고 생각한다.
본 사건은 지닥거래소 측에서 투명성 제고를 위해 모니터링 시스템과 절차를 구축하였으나, 알고보니 해당 자산운용사가 시스템에 거짓데이터를 제공해왔다는 것을 후발적으로 확인하게 되면서 더욱더 큰 충격을 주었다.
이로 인해 200억원 이상의 채권이 부실화되었고, 결국 필자 회사에서는 가용가능한 모든 자산과 필자의 사재를 개인적으로 납입해 자체적으로 전액 회복하게 된다.
해당 사건은 현재 법적조치 진행중에 있다.
*테라루나 사태(2022년 5월)때 글로벌 최대규모의 가상자산운용사를 포함한 수많은 대형 기업들이 파산했다. 국내에서도 고팍스 고파이 사태를 포함하여 수많은 국내 가상자산 회사들이 동일한 문제를 겪으며 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
2) 3연속 압수수색 사건
위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국회에서 테라루나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간담회(2022-05-23)가 열리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해당 간담회에서 필자(지닥거래소 대표)도 참석하여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는데 해당 자리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업계와 정치권의 교감이 이루어지면서, 결국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어서 테라루나가 상장됐던 주요 거래소들에 대한 전면 압수수색이 진행(2022-07-20)된다.
지닥거래소에도 수사관들 10여명이 단체로 강제진입하여 전직원의 컴퓨터 및 문서 등을 확보해갔고 그 과정에서 필자를 포함한 경영진은 개인 메신저 등도 일체 압수당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요청자료들을 만들어 제출해야했는데 수천장 분량의 자료를 추출하고 정리하고 만들어 전달하면서 엄청난 업무량이 가중되었다.
물론 이 정도에서 그쳤으면 기억에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서울남부지검이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를 포함한 관계자 10명을 재판에 넘기면서(2023-04-25), 그 직전에 테라루나의 투자자들에 대한 조사도 시작됐다. 필자도 테라의 초기 투자자 중 일인이었는데, 검찰에서는 필자를 ‘참고인’으로 지정하여 출석의사를 물었고 이에 대해 필자는 ‘서면으로 대체하겠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하다면 출석하겠다. 필요한 사항을 알려달라.’는 답변을 했다. 그리고 얼마뒤 다시한번 출석의사를 물어왔을때도 동일하게 답변했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서면제출이나 출석요청을 안내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구실삼아 출석에 응하지 않는것으로 서류를 만들어 판사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냈고 개인 자택으로 압수수색이 처들어오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추후에 알아보니, 수사관들이 사용하는 흔한 기법이라고 한다. 출석요청에 즉시 응하지 않는 경우, 이를 구실삼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낸다고 한다. 따라서 서면대체 의견을 순진하게 구두로만 전달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의견서로 제출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특히 테라루나 사태때에는 판사에게 신청만 하면 바로 압수수색 영장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집중적으로 사건이 다루어졌고 이로 인해 해외출국정지된 투자자들만 200여명이 넘는다는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른 아침에 자택으로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고, 속옷바람으로 모든 기기와 핸드폰 등을 압수당했다. 게다가 같은 시각 동시에 회사로도 압수수색이 또다시 들이닥쳤다. (2023-04-18)
그렇게 수개월간 개인 핸드폰 및 PC 등을 압수당한채, 출국정지 당한채로 죄인처럼 수사에 협조해야했다.
약 9개월 동안 압수수색을 3번 연속으로 당한 것이다.
결국 별다른 이슈는 없었으나 각 과정이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렸고, ‘참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강압수사가 억울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히 수많은 사적 개인정보가 일체 수사관들에게 넘어가면서, 수사관들이 “목적외에 사용하지 않고 특정 기간 후 폐기한다”고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지만 사회정서상 수사기관이 사건을 통해 알게된 개인정보를 절대 외부 유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대로 믿을 한국인은 없을 것이기에 필자 또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문제될만한 어떤 것도 없었음에도 그러했다.
3) FIU종합검사
위의 충격들이 진행되는 와중에,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의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코인마켓거래소 종합검사 대상 1호로 ‘지닥거래소’를 선택한다.
“이용자 수, 거래금액, 요주의 대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 대상을 선별하고, 원화마켓으로 전환하는 코인마켓 사업자의 AML 체계에 대해 우선 점검할 계획”이었으므로, 당시 코인마켓거래소 중 가장 큰 규모였던 지닥거래소가 종합검사(2023-03-09(목) ~ 2023-03-17(금))를 받게 됐다.
일반적으로 종합검사는 감독기관이 금융사나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경영실태를 점검하는 제도인데, 강도가 매우 높고 범위가 무제한적이라 검사대상들에게는 크게 부담이 되는 절차이다. 이 검사결과를 통해 다양한 행정 제재 등이 가해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회사의 모든 기록을 오픈해야하고 법적책임이 전가되는 절차이므로 피로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서의 종합검사는 금융사들의 반발로 일부 폐지되기도 했다.)
우선, 10여명의 전문 검사반이 몰려와 최소 1주일간 회사내에 상주하게 된다. 경과에 따라서 검사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검사 인원을 응대해줄 인력이 없는 수준의 작은 회사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종합검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 예외상황을 제외하고는 방문 자체가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하루에 6시간 이상은 자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때는 하루평균 거의 3시간씩 잔것 같다. 특히, 당시 회사규모와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할때 대부분의 금융위원회 검사반 응대를 경영진에서 진행할 수 밖에 없었으므로 더욱 그러했다. 검사반에서 요구하는 자료의 기한이 대부분 당일 또는 다음날 오전까지로 현실이 고려되지 않은 살인적인 일정을 요구하였으므로 더욱 그랬다.
그렇게 진행된 검사결과, 일부 오지적은 바로잡았으나 바로잡지 못한 지적들도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검사반의 관점을 존중하고 검사반과 대립하기 보다는 지적사항을 수용함으로써 검사를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종합검사를 받은 코인마켓 가상자산사업자 중 가장 적은 지적사항(가장 적은 제재 및 벌금)을 달성하게 되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경우, FIU종합검사 결과(2025-02-25)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2025년 3월)하기도 했다.
**한빗코 거래소 운영사인 한빗코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FIU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내용 하기 서술)
4) 410 해킹사건
위의 FIU종합검사를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또다른 재난이 터졌다.
2023년 4월 10일, 약 2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해킹당한 것이다. 숨쉴 여유조차 없이 긴박한 시간들이 흘렀다. 수백여개의 기사가 쏟아지며 쉴새없는 기자들과 기관들의 연락을 받았다.
한편, 사이버수사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외부 전문가 및 내부 인원들로 공조팀을 구성하여 사무실내에서 상주시키며 해킹경위 및 해커를 추적하는 동시에, 내부 개발팀에서는 전체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했다. ISMS인증도 다시 받았다.
대응 원칙은 세가지 였다.
1) 추가 피해 차단이 1순위 (전체 시스템 차단)
2) 신고와 증적(증거) 확보를 동시에 진행하고 외부 전문가들과 공조
3) 서비스 정상화는 ‘재개’가 아니라 ‘재구축 완료’ 기준
해커의 자산은 타가상자산사업자들과 공조해서 대부분 동결했다. 그러나 동결했다는 것이 자산을 반환받는다는 의미는 아니었으므로 해커에 대한 추적은 지속됐다.
실제 Mexc, Gate.io 등 해외거래소들은 상당히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사이버수사대의 끈질긴 추적 끝에, 해킹은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이루어졌으며 다양한 더미 계정들이 활용되었고 해킹의 배후가 북한(라자루스)일 수 있다는 사항을 전달받게 됐다.
(북한이 배후인 경우 사실상 체포가 불가능하다.)
해커들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서버를 무기명으로 일부 임대하여 사용했는데, 설상가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국내 경찰측에서 요청한 자료들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범죄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서버가 무기명이므로, 악용될 소지가 높은 무기명 서버는 제공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신원인증을 거쳐야한다고 생각하고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해커들에게 서버를 제공해서 범죄에 사용되게 만들었을뿐 아니라 정보제공 요청에도 비협조적이어서 사후 수사에도 방해가 되었다..)
그 외 해커가 자금세탁을 위해 활용한 타거래소들에서는 즉각적으로 협조에 응했고, 공조체제에 따라 자금세탁을 미처 완료하지 못한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회수가 완료되기도 했다.
게다가 알고보니 지닥이 직접적으로 해킹당한 것이 아니라, 지닥이 사용하던 솔루션사가 해킹당해서, 솔루션사의 솔루션 자체가 침입경로가 되어 이를 통해 해커가 침입한 것도 확인됐다. 참으로 무력했고 황당했다.
이렇게 불가항력적인 시련이 겹치는 시점에서 소위 “운명이 시험”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종교는 없지만 하늘이 더이상 거래소 사업은 하지말라고 계시를 내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책임은 회사와 대표이사에게 있기에, 회사자산과 사재를 통해 수습했고 일부 법적조치도 진행중이다.
해킹 대응에 관한 일체 내용은 기밀이므로 작성은 불가하나, 어려운 과정들이었다.
4. 거래소의 규제 대응 및 대관
24시간 무중단 실시간 금융서비스인 거래소 성격상 돌발상황 및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능력을 요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 이상으로 강도높은 업무가 규제대응 및 대관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처음부터 제도권 내에서의 가상자산 사업을 영위하고자 했으므로, 제도권 진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 거래소 자격 획득 및 유지
법무부가 거래소 전면 폐지를 선언하고 금융위원회가 실명계좌 발급 중단을 강제한 3여년 뒤, 2021년 3월에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되었다.
3년간 높은 수준의 비용(월 수억원 & 최소 1-2년의 준비기간)과 노력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준비했다.
직접 작성한 규정 및 매뉴얼만 백여개에 달하고 대부분 직접 법령/시행령 확인 및 규제담당자들과의 조율을 통해 작성되었다. 방대한 작업이었다. 그리고 제도권 안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계속해서 지속될 작업이었다.
지닥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상의 가상자산사업자 자격이 최초로 시행(2021-03-25)된 이후, 가상자산사업자 자격을 4번째로 취득했다. (2021-11-19, 취득 순서대로 업비트 > 빗썸 > 플라이빗 > 지닥)
당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수리에 성공하면서 자격을 취득한 업체는 2021년말 기준 불과 29곳 남짓이었다. 그 외 수천여개의 업체들은 이 기간동안 모두 폐업하거나 영업을 중단했다.
살떨리는 대청소였다.
2) 실명 계좌 확보
코인마켓거래소 특성상, 근본적으로 원화마켓으로 전환이 되어야만 매출구조를 확보하고, 원화를 활용한 다음 서비스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원화마켓 전환의 필수요건인 실명계좌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실명계좌확보는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얻어지는데, 은행을 설득하고 금융당국의 승인까지 얻어야하는 매우 높은 난이도의 도전과제이고, 실제로도 실명계좌를 확보하고 당국으로부터 승인까지 받은 사례가 전무할 정도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행정상 절차를 거친다. (각 단계의 순서는 바뀌거나 생략될 수 있음)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진행의사 비공식 확인
협약서 및 NDA 체결
은행 내부 절차 진행여부 승인 (준법감시인, 은행장, 담당 부행장/본부장 등)
실사절차 진행
금융당국(금융정보분석원)에 진행사실 등 소통
가상자산사업자 위험평가 진행
가상자산사업자 위험평가 결과에 대한 준법감시인 ‘확인서’ 발급 및 은행내부 최종의사결정자 (공식 또는 비공식) 승인
실명계좌 계약 체결
금융당국(금융정보분석원)에 ‘확인서’ 및 기타 요구자료 제출 및 금융당국의 승인
원화거래 서비스 오픈
위 단계들은 단순 이해를 돕기 위한 요약절차이며, 실제로는 훨씬 더 다차원적이고 복잡한 단계들이 포함된다.
더불어, 모든 것이 이루어지더라도 실무적 절차를 통해 실제 모든 시스템이 정상작동해야하며, 실무적/기술적 환경이 충분히 지원되지 않는다면 계약이 완료되더라도 실제 서비스 오픈까지는 실패할 수 있다.
필자의 거래소는 당시 가장 많은 은행들과 발급진행을 했었는데, 시중은행 중 3곳, 지방은행 중 3곳 등과 상당부분 진행이 됐다. 실사 및 위험평가를 통과하고 계약서까지 작성한 상황에서도, 여러 상황적인 요소 등으로 최종 단계에서 불발되는 등 결론적으로는 실명계좌 획득에 실패한다.
국내에서 코인마켓거래소가 실명계좌를 확보하는 것은, 은행장 및 회장, 담당부행장, 준법감시인, 실무책임자 및 FIU 금융당국(실무책임자, 과장, 원장 등) 모두를 완벽하게 설득해야만 가능한 종합예술로, 단하나라도 미끄러지면 발급이 불가하여 사실상 지금 돌아보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작업을 한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회, 은행장, 준법감시인까지 설득해서 진행하는데에도 진행이 막히는 경우는 허다했다.
지닥은 고객확인제도(KYC), 고위험관리, 의심거래보고(STR), AML시스템 등 다양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FIU의 정기 평가에서 최상위 순위를 지속적으로 기록했고 시스템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 은행이나 공무원 특성상, 당국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안건에 대해, 한명이라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총대메고 추진하는 책임자는 구조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을 5년여에 걸쳐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안타까웠다.
3) 대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대관이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회, 정부 등과 적절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존재를 알리고 각 정책이나 지침들에 대해 방향성 고민을 함께하고 관내에서 필요로 하는 일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일들이다.
주요 사업자들의 경우 다양한 간담회에 참석하여,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당국과 협의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대형 가상자산사업자의 경우, 보통 대관팀이나 응대 개발자가 따로 있을정도로 관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많고 다양하다. 특히 금융산업 특성상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된다.
관에서도 대관을 더 잘하는 사업자를 보다 친근하게 느끼고 신뢰할 수 밖에 없으므로, 대형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대관은 필수적인 셈이다.
무한경쟁 산업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자원도 모자란데 이렇게 대관에 쓰여야하는 자원까지 고려하면 사업자의 운영역량은 크게 시험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고, 언제나 최선의 평가를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5. 그 외 어려웠던 점들
가장 어려웠던 점들은 머리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상황들과 세상의 시선으로 인한 것들이었다. 가상자산사업자를 시작한 순간 내 편은 없었다.
정부와 세상은 시종일관 가상자산사업자들을 혁신을 이끌어가려는 집단보다는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규정하고 대해왔다. 그래서 언제나 감시받고 보고하고 통제받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 누구도 가상자산사업자를 높은 리스크를 짊어지고 도전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 창업자로써의 최대 아쉬움이다.
2018년 투기 과열을 이유로 가상자산 관련 업종이 사행산업·유흥업과 함께 벤처기업 지정 제한 대상(제외 업종)으로 분류되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기업들이 벤처 인증을 취소당하거나 반려당했다.
필자도 벤처기업 인증을 신청하였으나, 정부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업종에는 인증을 주지 않겠다며 반려당했고, 관련 조문을 통해 이의제기 하였으나 결국 수렴되지 않았다.
심지어 잘운영하던 사업자가 가상자산사업자가 되면 벤처인증을 박탈하는 행태가 반복되었다.
가상자산업자 벤처 인증 박탈…새 정부 '40조 투자' 기조와 엇박자(20250408)
그리고 무려 7년 만인 2025년 9월 최근에서야 ‘벤처기업법 시행령 개정안(20250909)’ 통해 가상자산사업자도 벤처기업 인증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막대한 자원을 들여서, 여러 정부 인가 라이선스(이노비즈, 메인비즈 등)를 취득하고 병역특례업체으로 지정받아 여러명의 병역특례 직원을 채용하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가상자산 매매·중개 거래를 하는 업체가 소프트웨어개발 등 업무를 주업무로 하는 정보처리분야 병역지정업체로 우회해 편법 선정”된 것이라며 취소통보가 내려왔다. 일단 선제적으로 취소 통보하고 추후에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2025년부터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눈 높이에 맞게 병역지정업체를 관리하겠습니다.]
“25년부터는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거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선정을 전면 제한하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병역지정업체를 관리하겠음.”
- 병무청 (20240502)
가상자산거래소가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닌 것처럼 속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가상자산사업자 자체가 정부에서 지급하는 인가제도이고 모든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위원회에서 직접 고시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병무청에서 병역특례업체로 지정하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지속된 한국 사회의 병역특혜 비리로 인해,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현장 실사 및 담당자 인터뷰 등이 필수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병무청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가 병역특례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기사에서 가상자산거래소가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된 사실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20240502)하자, 편법을 이제서야 발견한 것처럼 갑자기 해지 통보를 해버린 것이다. 한순간에 병역특례 직원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고 입사예정이던 직원들도 직장을 잃게 되었다. 병무청 규정에서도 병역특례 복무자가 ‘가상자산 매매’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으로 그 범위를 명확하게 한정하고 있는데, ‘일체의 가상자산 업체들에 대한 모든 인력’을 한번에 취소해버리는 것은 역시 군대식 해결법이었던 걸까… 그리고 병무청장은 이를 자신의 실적으로 자랑스러워 하게되는 상황인 것이다.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공무원들의 눈높이가 결국 잠재적 범죄집단 수준에 머물어 있다는 것이 그리고 이러한 업체들을 혁신기업으로 보고 지원하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 자체가 정부의 관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코인사업장=유흥시설?...병무청, 병역특례 업체서 가상자산 제외 추진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유흥 및 가상자산 관련 기업을 선정 대상에서 제한하는 것이다.”
(20240816), 디지털투데이
필자가 운영한 지닥과 동일하게, 한빗코라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있었다. 한빗코는 2023년 6월에 광주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원화거래소 변경신고’를 신청한다.
그러자 FIU에서는 즉시 8월에 한빗코에 찾아가 종합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10월 13일에 무려 20억원의 과태료를 매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불과 2주 뒤인 11월 2일에 ‘원화거래소 변경신고’를 불수리 처리한다(20231102).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까지 체결해냈지만, FIU의 불수리로 인해 원화거래소로 전환 실패한 한빗코는 결국 6개월 뒤인 2024년 5월 16일에 운영을 종료한다(20240516).
이 여파로 한빗코의 전 경영진은 현 최대주주인 티사이언티픽으로부터 계약위반 취지로 내용증명(20231106)까지 받으며 법적조치가 진행된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한빗코가 결국 운영을 종료하고 약 7개월이 지난 2024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FIU의 위와 같은 제재조치가 “처분 대상인 위반 행위를 함부로 유추해 해석하거나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법적 근거가 없는 처분으로 보고 FIU의 제재를 ‘취소 판결’한다.
FIU의 제재를 ‘취소’하면 망한 회사가 돌아오나? 영업종료한 서비스가 다시 열리고 퇴사한 임직원이 돌아오나? 망한 주주들과 경영진의 손실이 회복되나?
FIU는 사업주의 폐업여부를 결정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 결정의 무게가 중대하고 결정한 책임자들의 책임도 막중하다. 사업자들은 이러한 피해에 대해 하소연할 곳도 피해를 구제받을 곳도 전혀 없다. 결국 한빗코에 인생을 갈아넣은 사람들만 애석한 것이다.
게다가, 전체 코인마켓거래소에 대한 2023년 FIU의 종합검사는 모든 코인마켓거래소를 대상으로 한다고 공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닥, 포블, 한빗코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이루어졌음이 밝혀지면서(20240120) 사실상 원화거래소로 전환 예정인 거래소들에만 전환저지를 목표로 종합검사를 수행하고 불수리 처리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혹자는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사업을 저지하려고 다층적 구조까지 활용해서 최선을 다하는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금융당국의 모습을 보며, 단순히 공무원들이 으레 그러하듯 관리요소(업무범위)를 늘리고 싶지 않고 책임질 일(리스크)을 만들기 싫어하는 특성과 연관짓기도 하고, 일부는 이미 대기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독점적 시장지위를 누리는 최상위 사업자들의 로비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한 필자도 정확한 연유는 추정하기 어려우나, 신규 사업자가 들어올 수 없는 시장에서는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므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특히, 2023년 8월 FIU 제재공시 시행 후 2년4개월치 제재건을 전수분석한 내용을 보면, 금융당국의 전체 과태료 부과건 95건 중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부과는 4건에 불과한데 과태료 총액은 77%를 차지함을 확인할 수 있다. (20260113)
전체 금융사들 중 가상자산사업자들에만 금융당국의 제재가 기형적으로 쏠려있는 상황은 다시한번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들에 대한 시각을 통계적으로 확인시켜준다.
고팍스라는 거래소는 현재 기준(2026년 2월)으로 아직 운영중이다. 고팍스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고파이’서비스를 2020년 12월부터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중 일부상품을 미국의 최대 가상자산사업자 중 하나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의 제네시스(Genesis)라는 업체와 제휴하여 공급하고 있었다.
고팍스가 회원의 가상자산을 모아 제네시스에 대여하면, 제네시스는 이자(1~5%)까지 쳐서 반환해주는 형식이었다. 2022년 11월에 테라루나 사태의 여파로, 세계 3대 거래소였던 FTX의 숨겨온 부실이 드러나며 파산(20221111)하게 되었고, 제네시스 또한 FTX의 채권자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파산(20230119)하게 된다.
이 여파로 고팍스가 제네시스로부터 상환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고파이 상품 예치자에 대해 지급불능 사태(20221120)가 일어났고,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고팍스를 인수(20230203)하게 된다.
기업이 기업을 인수한 것이므로,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반대할 법적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한 뒤, 신임 경영자를 금융당국에 신고하게 되어있는데 해당 임원의 신고를 수리하지 않으면서 간접적으로 금융당국에서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임원변경의 신고는 통상 주소변경신고와 비슷하게, 신고할 뿐 이를 수리하거나 불수리할 것이 없는 사안인데도 금융당국은 이를 마치 신고수리여부를 판단해야하는 건인 것처럼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자금세탁방지 문제를 들어,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개입 논란에 대해 판단하겠다”며, 바이낸스에 대해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20230531)
그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의중을 간파한 고팍스는 외국인이 아니라 전원 한국인으로 임원변경신고를 다시 진행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2년반 동안 임원변경신고를 받아들이지 않던 금융당국은 2025년 10월이 되어서야 국회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압박과 법적근거의 부재 및 정권의 변경, 투자자들의 소송제기 등 다양한 변수상황에서 임원변경신고 수리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게 된다. (20251016)
결국 금융당국은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가 늘어나는 것을 반기지 않고 특히 그 업체가 해외의 업체라면 더더욱 경계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필요한때 쉽게 불러들여서 질책하고 지도할 수 있어야하는데 외국의 업체나 외국의 경영진은 이러한 통제가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의 쿠팡 국회 청문회 이슈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가장 큰 죄는 “괘씸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낮추는 자세에 대한 정서적 가치가 큰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2026년 2월 기준으로, 고팍스가 바이낸스에 인수된지 무려 2년, 그리고 임원변경신고가 수리된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금융당국은 바이낸스의 고팍스 고파이 서비스 지급불능 보상금에 대한 이전절차를 승인하고 있지 않다(애초에 승인사항 자체가 아닌데 승인사항으로 가져가는 상황을 금융당국이 만든것이지만).
바이낸스가 금융당국의 길들이기에 빠르게 적응하고 신속히 지급불능된 보상금을 가져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편으로는 수백명의 피해자들과 세계 1위 기업(바이낸스)조차 금융당국을 상대로 아무런 진전없이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해왔는데, 다른 일반 사업자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가혹할지 과연 폐업 안하고 버틸 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가상자산사업자는 필수적으로 보안 인증인 ISMS인증(발급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취득해야한다. 보통 취득기간은 1년, 취득비용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든다. 또한 규모에 따라 필수 고용인원도 최소 5명(CTO CPO 보안책임자 보안담당자 인프라담당자 등)에서 수십명이 된다.
지닥도 이러한 인증을 수년간 수차례 취득해왔는데, 어느날 FIU측에서 인증절차를 변경한다. ‘원화거래소’와 ‘코인거래소’ 인증은 서로 다른 것이라며, ‘코인거래소’가 원화거래소가 되려면 ‘원화거래소’가 명시적으로 표기된 ISMS인증을 다시 취득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화거래소 진입을 하려면 결국 은행 실명계좌와 FIU신고수리 뿐 아니라 ISMS취득이라는 벽도 추가로 통과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화거래소로 인증심사를 진행하려면, 2개월 이상의 ‘운영실적’이 필요한데, FIU의 신고수리 없이 원화거래소를 운영하면 불법이기 때문에 ‘원화거래소’ 인증을 취득할 수 없고 ‘원화거래소’ 인증이 없으면 원화거래소 전환이 불가능한 황당한 규제인 것이다. 결국 ISMS인증을 코인용과 원화용으로 분리하고 코인거래소에도 원화거래소용 인증을 강제하면서, 코인거래소 사업자들의 원화거래소 진입이 원천적으로(제도적 모순으로) 막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금융위원회의 작품은 수개월간 지속됐고, 기존의 코인거래소들이 고사하며 폐업하는 와중에 업계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이런 황당한 제도적 모순이 기사(20220104)를 타고 나서야, 법령 개정에 착수하게 된다.
법령 개정에 착수하고 나서도 상당 기간이 흘러서야 ISMS신고가 가능하게 됐고, 기존 사업자들 상당수가 폐업하였으며, 폐업하지 않은 곳들은 추가적으로 원화거래소 ISMS를 이중으로 취득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비합리적인 일들은 한번 일어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즉시 최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사업진행이 막히면서 기존 계약이 취소되거나 사업자체를 성장시킬 수 없게 되는 막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비용은 기존 최상위사업자들이 아니라, 중소사업자들에 훨씬 가혹하게 부과된다.
이러한 사례들은 몇가지 예일 뿐이고, 위와 같은 상황들은 업무를 해나가는 모든 순간에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타산업에서는 대화를 통해 원활히 해결되고 합리적으로 지원될 그리고 작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많은 업무상 요소들이, 사업자들이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여겨지는 가상자산사업자 산업에서는 매우 경직되고 제도적으로 막힌, 대화와 노력으로는 개선이 불가능하며 싸워서 얻어내야만하는 통제불가한 변수로 남게 되는 것이다.
6. 개인적 회고
1) 결국 회사 운영을 포기한 이유
그렇게 열심히 해왔는데 왜 7년이나 운영하고 결국 포기했을까? 개인적으로는 3년 정도 더 억지로 버텨낸다면, 원화실명계좌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실제로 원화거래소를 런칭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최소 10년은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인생을 바치리라고 생각하고 시작하기도 했었다.
기업은 창업자의 꿈과 영혼이 살아있는 동안은 존속할 수 있다고 믿기에,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의 꿈은 원화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금융망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원화거래소 자격 획득은 시작에 불과했다. 만일 3년 뒤에서야 원화거래소를 시작한다면 이미 꿈과의 간극은 너무나 벌어진 상태일것이다.
원화거래소는 법정화폐와 가상자산을 다루는 인프라에 불과하고, 결국 인프라 위에 금융서비스들(결제, 송금, 이체, 대출, 선물거래, 마진/옵션거래, 증권토큰화 등)을 얹어야하는데,
현재도 국내거래소들과 해외거래소들간 간극은 어마어마하다. 해외의 20위권 거래소만 봐도 국내거래소에 비해 UI/UX 및 취급하는 서비스나 상품의 수준이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즉, 원화거래소가 지금 당장 내 손에 생겨도 금융인프라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라고 판단된다. 어느순간 꿈과 하고 있는 일이 불일치해진 것이고, 이 불일치는 구조적으로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불일치해진지 이미 수년이 흘렀음에도, 그저 관성적으로 작은 성공들을 쌓아가는 것에 빠져 앞을 바라보지 못했던 것일수도 있다. 특히 규제산업 특성상 매일 숙제처럼 요구되는 규제안들에 대한 수용을 하다보면 꿈과 미래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방침에 따라가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대형사업자와 중소형 사업자에 대한 규제비용은 차등 적용되는데, 대형사업자는 전체 자원의 1%만 할당해도 규제순응이 가능한 반면, 중소사업자는 전체 자원의 50% 아니 70%를 쏟아도 따라가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중소사업자는 망하게 된다. 규제비용은 비율적으로 부과되기보다는 절대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규제는 점점 복잡해지기만 할뿐 줄어들거나 단순해질 수 없으므로, 이러한 규제비용의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영원히 증가하게 된다.
적자와 규제비용이 무한하게 증가하는 환경에서 수년을 또 기다린다고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작은 성공 몇번이 잃어버린 기회와 벌어져버린 경쟁환경에서의 격차를 매꾸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모든 문제는 끊임없이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해결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예 다른 방향의 철로 위에 서있다고 느끼는 것은 문제해결을 넘어서는 다른 문제인 것이다.
왜 라이선스나 기존 서비스, 기술, 특허, 인프라, 고객 등이 모두 남아있는데, 형식상의 매각 등 형태로 아름다운 길을 선택하지 않고 그냥 파산을 선택했냐고 묻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창업자 본인이 미래를 보지 않는 기업을 다른 손으로 넘기는게 맞을까 그리고 다른 손으로 넘어가더라도 성과가 날 수 있을까. 창업자의 책임은 회사가 존속하는 이상은 영원히 또는 상당기간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직접 끝내는 것이 가장 책임있는 정공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워서 편히 잠을 자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막막한 철로 위에서 포기를 결정하는 순간까지도 7년을 함께 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2) 7년을 함께한 사람들
7년동안 역사를 함께 나눴던 동료들도 많았다. 떠올리면 애증의 감정이 교차되어 올라온다. 미안했던 기억, 고마웠던 기억, 답답했던 기억, 억울하거나 화가 났던 기억, 내 인생의 가장 긴 시간동안 함께했던 기억들이 머리와 가슴을 무겁게 만든다. 분명히 나쁜 동료들도 있었고 좋은 동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같은 배에 올랐던 사람들 아니던가.
경영자로서 가졌던 원대한 꿈보다 동료들이 쏟아준 열정이 더욱더 컸던 것 같다. 끝내 승전보가 아닌 영업 종료라는 소식을 전해야 했을 때의 무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비록 우리의 역사는 여기서 멈췄지만, 함께했던 긴 세월들은 평생 갚아야 할 마음의 빚과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히, 영업종료 얼마 전부터는 사무실이 얼마나 무거운 분위기로 가라앉아 있었는지 알기 때문에 그리고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고통스러운 기억들 때문에 다시 창업하는 것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질 정도다. 기록으로 남길수가 없다. 이 부분만은 감히 자세하게 회고할 수가 없다. 그냥 가슴에 묻어둔다.
3)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
실패한 원인이 무엇일까? 내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때도, 사람들은 실명계좌 확보를 통해 원화 거래소를 새롭게 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었고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것은 여전히 사실이다. 처음부터 안될 것을 붙잡고 있었던 것일까?
바이낸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고 국내 시장을 교두보로 글로벌 금융망을 만드는 그림을 어떻게 믿을 수 있었을까? 결국 국내 시장도 졸업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글로벌로 시작했었어야 했을까? 국내 시장을 레버리지 하겠다는 것은 국내 규제환경과 산업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생각이었을까?
아마도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시대가 변하고 정부의 기조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즉, 개인의 역량과 앞으로의 산업환경 변화를 기대했던 것 같다.
개인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 자체가 문제였던것 같지는 않다. 무지성적인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믿음은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중 하나일테니.
결국 개인의 역량이 충분치 못했던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역량이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경직된 산업환경을 알아보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아이템으로 금융혁신을 이뤄보겠다는 아이템 선정 자체가 잘못됐던 것일까?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개인역량이 뛰어나고, 잠자는 시간 제외 전시간을 할애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을 것이므로, 결국 사업의 본질적 변수는 운이 90%라고 생각하는데.. 운이 정말 좋아도 대부분의 사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근데 일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중대하고 위중한 고난들이 한두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사업이라는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인생에서 언제나 너무나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그리고 20대 초반부터 벌써 15년 가까이 창업가로써 경력을 쌓아왔지만, 2018년 가상자산거래소를 시작하고부터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언제나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실패해왔고, 언제나 동종 업계(코인마켓 거래소)에서 1위를 해왔음에도 중대한 문턱에서는 미끄러져내렸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노력해도 새로운 리스크가 발현되어 뒤통수를 맞곤 했다. 투입한 노력 대비 세상에서의 존재감이 너무나 미약해 동기부여가 수시로 저하됐지만 이마저도 자가발전을 통해 회복하고 다시 갈아넣기를 반복했다. 일하는게 곧 휴식이었고, 문제가 산적해있는데 휴가를 간다고해서 정신이 편해지지도 않았다.
다른 많은 산업들 중 가상자산 산업은 일반적인 창업에서 경험할 수 없는 위중한 리스크가 너무나 많은 산업이었다. 주변인들이 사망하거나 감옥에 가거나 막대한 자산을 잃는 경우는 허다했다.
어쩌면 나의 시대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때와 장소 그리고 하는 일과 인물이 맞지 않았다는 자조적인 생각을 해본다.
4) 내가 얻은 것
내가 지불한 것은 자산, 시간, 에너지, 기회비용, 젊음과 순수한 열정이다.
남은 것은 늙고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남은 몸과 리스크가 훤히 보이는 예민한 눈, 많이 닳아버린 순수성과 인류애다.
사업은 실패했으나 경험적으로는 성공한 등가교환일까.
알수없으나 결국 미래의 내가 오늘의 경험이 가치있었는지 여부를 결과론적으로 증명하게 될 것 같다.
경험 덕분인지, 다시 무언가를 한다면 훨씬 쉽고 빠르게 그리고 과감하게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축복인지 저주인지 대부분의 문제가 이제는 상대적으로 익숙하게 느껴진다.
5) 창업이란
창업할 때는 누구나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회 안으로 들어간다.
만일, 우물밖에서 우물안을 바라보며 우물안에서 무언가를 건져내려고 인생을 거는 개구리가 있다면 그건 우물밖 개구리일까? 아니면 우물안 개구리일까?
그러다 심지어는 참다 못해 두팔걷고 스스로 우물 안으로 뛰어들어간 개구리가 있다면, 이는 얼마나 미련한 개구리일까?
그 개구리는 본인이 있는 곳이 우물안인지 우물밖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언제 알 수 있을까?
희극이고 비극일 것이다. 그게 창업이라는 행위인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알면서도 또다시 새로운 우물을 찾아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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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오늘 기록된 경험들은 사실 각각 책한권씩 풀어써도 모자랄 내용들이나 극단적으로 축약해서 기록했다. 또한 아예 기록되지 않은 경험들도 너무나 많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회고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너무나도 깊게 몰입해 있었기에, 모든 것을 잊으려 최선을 다한 1년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지금와서 다시 회고하고 어떤 형태로인가 스스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소화해내어야 그 다음 걸음을 힘주어 내딛을 수 있을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