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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un 25. 2021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아이들은 자란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 (A Quiet Place Part II, 2020)

아이들은 자란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A Quiet Place, 2018)'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건 최근에야 깨닫게 된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다. 그 당시 비슷한, 하지만 사실은 비슷하지 않았던 공포물들이 함께 개봉을 했었는데, 내 착각 때문인지 귀신이 나오는 류의 공포물로 오해했었다.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을 일부러 안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비슷한 (하지만 비슷하지 않았던) 영화들 가운데 굳이 이 작품이 끌리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최근 속편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제야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크리쳐가 등장하는 공포 스릴러물인 동시에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이면서 정서적으로는 아주 깊은 가족영화였다. 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질 못했다니. 그건 속편을 극장에서 보고 나서 더 깊은 후회가 됐다.



이 영화에서도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존 크래신스키는 비교적 저예산을 가지고도 완벽한 크리쳐, 공포, 스릴러 물을 만들어냈다. 보통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면 블록버스터의 형태를 갖기 쉬운데,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저예산이지만 관객이 느끼는 몰입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건 연출의 영리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관객에게 제한된 장면만 보여주면서도 이야기를 충분히 설명하고, 꼭 보여주어야 할 스케일은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주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비슷한 목표를 가졌던 다른 영화들을 떠올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등장인물은 사실상 가족 구성원이 전부로 최소화했지만, 가족만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설득력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무엇보다 이 세계관의 스케일을 전혀 축소하지 않는다. 그건 공포의 대상이 되는 외계 괴물도 마찬가지다.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은 거의 묘사되지 않지만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장면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왜 괴물은 한 마리만 등장하지?'라는 의문은 들지 않는다. 그건 설령 장면에 등장한 괴물이 단 한 마리라 하더라도 관객은 괴물이 소수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도록 만드는 연출의 영리함 때문이다. 



아무리 장르적으로 영리하고 잘 만들어진 영화라 하더라도 감정이 공감되지 않으면 극장을 나오는 동시에 영화의 대한 기억도 마무리되기 쉽다. 그런 면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중심을 이루는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통해 심플하지만 단단한 메시지와 공감대를 전한다. 전편에서도 그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을 극복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극복하는 가운데 가족 구성원들의 (특히 두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간과하지 않았던 영화의 시선은 속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외계 괴물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는 외부적인 고통과 동시에 상실과 자책 등 어쩌면 더 큰 덩어리의 갈등 요소가 되는 내면적 고통의 과정을 장르영화의 틀 안에서 부담 없이 녹여낸다. 그러면서도 그 갈등을 해결하고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심리적 상처로 인한 아픔이 아직 채 흉터가 되기도 전에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강제적인 상황에 놓인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숙하게 한 발 더 나아간다. 특히 아버지와 어린 동생을 잃고 스스로 자책하던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어른스러움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딱 맞는 방식으로 딱 한 발 정도만 성장한다. 영화 속 두 아이 (특히 사실상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여자 아이)의 성장이 공감을 얻도록 만드는 건, 갑자기 영웅처럼 모든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적인 아픔을 극복해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오랜만에 잠시 잊고 있었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의 쾌감을 선사해 준 작품이었다. 이런 심장을 쫄깃하게, 그리고 숨죽여 관람해야 하는 영화를 방구석에 보는 건 역시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나, 그 영화를 즐기려는 내게나 할 짓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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