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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Dec 31. 2021

돈 룩 업

적절한 2021년 마지막 영화


돈 룩 업 (Don't Look Up, 2021)

적절한 2021년 마지막 영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서 티모시 샬라메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등장하는 초호화 캐스팅의 영화 '돈 룩 업 (Don't Look Up, 2021)'은 코미디와 극사실주의 영화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아담 맥케이 감독의 장점이 100% 발휘된 영화다. 아담 맥케이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주로 윌 퍼렐 주연의 정통 코미디 영화들을 감독하거나 제작해 온 한 편, 감독으로서는 '빅 쇼트' '바이스' 같은 깊은 현실에 기반한 드라마들을 연출하고 각본을 쓰기도 했는데, 신작 '돈 룩 업'은 이 두 가지 장점을 하나로 버무린 거대한 비빔밥 같다. 재료도 다양하고 영양가도 높은.


우연히 발견한 혜성이 지구와 몇 달 뒤에 충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민디 박사 (디카프리오)와 대학원생 디비아스키 (제니퍼 로렌스)는 이 사실을 정부는 물론, 언론에 알리지만 아무도 이 심각한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전 지구적 재앙을 앞두고 2021년 지금을 사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면면을 아주 디테일하고 깊이 있는 풍자로 그려낸다. 전 지구적 재앙을 그리고 있는 작품답게 풍자의 범위도 전 지구적이다. 거대한 SNL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인데,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풍자의 대상이 될 만큼 풍자의 범위와 깊이도 전 지구적(?)이다. 



제대로 된 풍자는 디테일에 웃지만 웃고 나면 그것이 현실에서 코미디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씁쓸해지게 마련인데, '돈 룩 업' 역시 그렇다. 이 정도면 영화 속 상황이 심하게 과장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보통일 텐데, 현실에 비춰 봤을 때 '심하게 과장되었다'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그저 정도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아담 맥케이가 그려낸 현실과 풍자의 디테일은 날카롭고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시원하게 콕콕 찌른다. 거의 대부분의 코미디 영화들이 그렇겠지만 아마 이 영화의 출연하는 배우들에게도 감독은 최대한 진지하게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력으로는 더 설명이 필요 없을 메릴 스트립을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이 필요했을 것이고. 각본의 디테일함을 더 진짜처럼 만들어 내는 배우들의 명연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볼거리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티모시 샬라메의 만남인데, 어쩌면 그 역사적 협연이 이런 풍자극에서 이뤄진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아담 맥케이가 이 영화의 장르를 코미디로 선택하지 않고 '빅 쇼트'같은 드라마로 만들었다고 해도 결말은 바뀌지 않았을 것 같다는 점이 씁쓸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 자신 있게 코미디 장르로 만들게 되지 않았나 싶다. 단 번에는 아니더라도 문득문득 '맞아! 근데...' 하며 떠올려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어쩌다 보니 2021년 한 해 마지막으로 보게 된 영화가 되었는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해를 맞는 기분이 전혀 안나는 지금. 적절한 2021년 마지막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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