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핸썸이와 파이 그리고 하나

아이도 고양이도 행복한 삶을 위해

by 아쉬타카

[하나. 42일]

하나를 갖기 전부터. 그러니까 핸썸이가 가족이 되고, 파이도 본격적으로 같이 살게 되면서부터 운명처럼 기다렸던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내 아이와 고양이들이 함께 알콩달콩 지내는 일.


일단 강아지와는 달리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집사와 주종 개념이 아닌 고양이를 아주 어린 신생아 때부터 함께 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운 일인 것은 사실이다. 그에 앞서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장모님을 비롯한 몇몇 식구들은 털이 많이 날리는 고양이를 어여 누구 줘버리라고 은근히 압박을 주시기도 했는데,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건 솔직히 애초부터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없는 지점이었다. 털이 많이 빠진다고 가족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IMG_5484.JPG 핸썸이는 하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도 무작정 아무런 걱정도 준비도 없이 냥이들과 아이를 함께 키우려는 것은 아니었다. 털이 많이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가 조금 더 커서 고양이들한테 적극적으로 달려들게 되었을 때, 핸썸이와 파이가 만에 하나 할퀴거나 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핸썸이야 뭐 강아지처럼 품에 안기고 아무나 보고도 부비부비 하며 들어 눕는 대표적인 개냥이고, 파이도 우리 집 와서는 본래의 성격을 찾고 귀염 떠는 고양이가 되었지만, 그래서 함께 지내는 일이 크게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정말로 만에 하나 조심스럽긴 했다.


일단 하나가 태어나기 한 달 전쯤에 핸썸이와 파이는 마취 없이 미용을 했었는데, 미용을 하고 나서는 바로 좋아졌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지켜보는 것이 더 고통스러움 ㅠㅠ) 또 미용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미용을 하면 확실히 한 동안은 털이 거의 빠지지 않는데, 정말로 빠른 속도로 자라기도 하고 애들이 너무 고통스러워하기도 하고.


그래서 일단 몇 개월 간은 안방에 고양이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격리를 하고, 하나도 아주 가끔만 거실에 안긴 채로 외출(?)하는 것으로 천천히 친해지는 것을 진행하고 있다.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는데, 핸썸이나 파이 모두 하나한테 생각보다는 큰 관심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가끔 하나가 고구마가 될 정도로 울음을 멈추지 않을 땐 겁도 내고 반대로 조금 관심도 갖지만, 얼굴을 익히게 하려고 가까이 다가가도 호기심은 있는데 큰 반응은 아직 없는 편이다. 그전까지는 안방에서 같이 자는 경우가 많아 문을 닫아 두면 들어오려고 엄청 문을 두드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말을 잘 들어서 밖에서 자는 것에 금세 익숙해진 건 참 다행이다.


IMG_5536.JPG 하나랑 파이의 조우


하나도 가끔 핸썸이나 파이를 가까이서 마주하게 될 때 빤히 쳐다보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은 신기함을 느낀다기 보다는 그냥 쳐다보는 수준인 것 같다 ㅎ

하나를 돌보다가 가끔 너무 힘들 땐 나나 아내나 농담처럼 핸썸이를 보면서 '핸썸아, 이젠 니가 하나 좀 봐라'하곤 하는데 (비슷한 얘기로, 택배 좀 받아라, 청소 좀 해 놔라 등등 핸썸이한테 '이제는 좀 할 때도 되지 않았니?'라고 말할 때가 많다 ㅎ), 하나가 조금 더 크면 핸썸이랑 파이랑 어떻게 잘 지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IMG_5524.JPG
IMG_5569.JPG


아,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나만의 꿈이 있는데, 마치 '정글북'의 모글리나 TV 동물농장에 나왔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처럼, 하나가 인간의 말을 배우는 동시에 (혹은 더 먼저) 고양이 말을 배워서, 우리와 고양이들 사이에 통역사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ㅎㅎ 그래서 가끔 핸썸이나 파이가 뭐라고 하는지도 물어보고 싶고, 또 핸썸이랑 파이가 우리한테 어떤 이름을 지어주었는지도 물어보고 싶고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1. 모빌아 좀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