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딩 박사 Jul 16. 2020

색상으로 소통하다, 팬톤  

올해의 컬러, 컬러 트렌드 예측, 컬러 컨설팅, 호텔까지...색채전문기업

매해 12월이면 팬톤에서 발표하는 '올해의 컬러'. 이는 세간의 관심이며 세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주역이다. 패션, 뷰티, 인테리어, 음악의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유행을 선도하며 마케팅 필수 툴이 된 '올해의 컬러'. 팬톤은 어떻게 '올해의 컬러'를 성공시켰을까? 팬톤의 역사, 2000-2020년까지의 올해의 컬러의 의미, 팬톤 호텔까지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의 브랜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팬톤, 역사의 시작...

화학과 출신으로 미술이나 예술에는 문외환이었던 창업주 로렌스 허버트(Lawrence Herbert). 그는 한국 전쟁(1951-1953) 참전 후 당시 광고회사였던 팬톤의 인쇄부에서 일하며 색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 계기로 의과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던 그는 마음을 바꿔 1962년 팬톤을 인수했다. 이어 1963년 그는 직접 개발한 500개의 색상을 이용해 컬러 식별 및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PMS(Pantone Matching System)를 개발했다. PMS는 누구나 표준화된 언어로 색상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로렌스는 '만국 색상 언어 (색상 공통어)'의 창제자가 됐다.


팬톤의 역사 (출처: 팬톤 공식 홈페이지)

색채 연구소이자 색으로 돈을 버는 색채 전문기업인 팬톤의 색상 시스템은 만국 공용어로 활용되고 있으며, 그래픽 디자인용, 패션용, 제품용 시스템의 3가지로 크게 분류된다. 또한, 색상을 보다 손쉽게 찾아보고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개발한 ‘팬톤 색 일람표(Pantone Color Specifier)'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색상 공통어' 필요한 이유?

'노랑'하면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는 색이 있다. 노랑색을 직접 물감이나 페인트, 그래픽으로 표현하게 되면, 같은 노랑이라도 하단의 사진처럼 명도와 채도에 따라 색상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같은 색상의 범주에서도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제공합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예를 들면, 삼성, 트위터, 링크드인, 드롭박스는 모두 '파랑'색 범주의 색을 대표색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색상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색광의 3원색인 빨강, 녹색, 청색인 RGB값에 따라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색상 차이는 브랜드의 느낌을 결정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 


파란색 계열의 색상은 이성적인 느낌과 깔끔함, 신뢰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의 색상은 링크드인에 비해 채도가 높고 더 이성적이며 단단한 느낌을 제공한다. 링크드인의 색상은 채도가 높은 삼성과 드랍박스 로고 사이에서 약간은 답답한 듯 부드러운 느낌이다. 그런가하면 드랍박스의 색상은 삼성에 비해서는 가벼운 느낌이다. 하늘색을 사용하는 트위터는 4개의 색상 중에서 가장 가볍고 발랄하면서 친근한 느낌이다.

파란색 범주의 브랜드 로고
빨간색 범주의 브랜드 로고


지금은 HEX값이나 RGB값으로 소통이 가능하지만, 1950-60년에는 회사나 사람마다 색상을 다르게 정의하여 혼선을 가져오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렌스는 만국 색상 언어인 PMS를 개발하고자 하는 비전을 설정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전 세계에 있는 누구와도 색상 이름을 말하면 정확히 똑같은 색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었다.


뉴욕에 있는 누군가가 도쿄에서 인쇄한 제품을 원한다면,
그들은 단순히   권을 펴고 '팬톤 123 (daffodil yellowㆍ수선화 노란색)으로 인쇄해주세요' 주문하면 된다.

- Lawrence Herbert-


이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본인의 전공인 화학을 살렸다. 기본 색소로 색의 배학을 만들고 이후 잉크색을 10개로 단순화해 각각의 색상에 특정 이름과 번호를 부여했다. PMS는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며 세계 컬러 언어의 시초가 되었으며 잉크 제조사들로부터 로열티를 받기 시작했다. 그 덕에 기업 로고 색상을 이야기할 때, 팬톤의 고유 색상 번호 하나면 어디서든 같은 색으로 소통이 가능했다. 


전 세계 기업 로고 팬톤 PMS 시스템 활용 사례 (출처: 色으로 돈 버는 회사…‘팬톤’의 반세기 富의 역사)


LG는 PANTONE 207C, 스타벅스는 PANTONE 3425C, 삼성은 PANTONE 300C, 현대차는 PANTONE 288C.여기서 C는 Coated를 의미하는 것으로 코팅한 유광 색상을 의미하고, 무광의 색상 칩은 Uncoated로 별도 제공되고 U로 표시된다.

팬톤의 컬러 가이드, ‘코팅한’, ‘코팅안한’색 일람표 (출처: 팬톤 공식 홈페이지)


로렌스 허버트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색상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Pantone은 색상의 설명하는 기준을 소유한다.

 - 'The Color of Money', Forbes -



마케팅 전략의 필수품, 인싸들의 필수템 '올해의 컬러': 2000-2020


'올해의 컬러'는 팬톤 연구소의 트렌드 전문가에 의해 매해 12월에 선정된다. 선정 방식은 전 세계의 대중문화와 사회현상, 소비자들의 호불호 등 다양한 지표의 분석을 통해 예측한 향후 2-5년의 컬러 트렌드를 기반으로 시대적 타당성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세밀하고 지속적으로 트렌드 분석을 통해 색상 선정을 해온 결과, '올해의 컬러'는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색상이 발표되면, 다양한 브랜드가 팬톤과 협업한 결과물을 내놓고, 각종 이벤트가 이루어지며, 사람들은 관련 색상 아이템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니 구전 효과까지 톡톡히 누린다.


'올해의 컬러'는 2000년부터 선정 및 발표하기 시작했지만, 다양한 분석을 통한 색상의 의미부여가 본격화된 것은 2007년부터로 추측된다. 이는 2007년부터 색상 선정 이유와 배경에 대한 트렌드 선문가들의 설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팬톤에서 선정한 '올해의 컬러' 2000-2020

팬톤의 전문가들이 선택한 '올해의 컬러'의 특성과 키워드

2007 Chili Pepper: 대담함이 매력적으로 눈길을 끄는 세련되고 유혹적인 색상 / 외향적, 자신감, 디자인에 정통한 태도(Design-savvy attitude)

2008 Blue Iris: 파란색과 보라색이 적절히 결합된 복잡한 세계에서 안정감과 동시에 미스터리와 흥분을 더하는 색상/ 안정감, 신뢰, 평안, 우아함, 명상적

2009 Mimosa: 따뜻하고 매력적인 색상 / 상상력, 혁신, 희망, 빛

2010 Turquoise: 청록색의 고요함과 녹색의 상쾌함을 결합한 치유와 영감의 색상 / 일상에서의 탈출, 회복, 웰빙, 환상

2011 Honeysuckle: 역동적인 붉은 분홍색 색상 / 활기, 자신감, 용기, 대담함, 도전

2012 Tangerine Tango: 석양의 빛나는 음영을 연상케 하는 화려하고 열정적이며 친근한 색상 / 진취성, 열, 에너지, 화려함, 따뜻함, 재충전

2013 Emerald: 우아함과 아름다움의 색상 / 조화, 웰빙, 치유, 번영, 재생

2014 Radiant Orchid: 창의성과 포용력을 상징하는 매혹적인 마법 같은 색상 / 따뜻함, 큰 기쁨, 사랑, 건강

2015 Marsala: 강렬하고 풍부한 질감의 토양 색상을 기초로 한 숙성된 와인을 의미하는 우아한 색상 / 안정감, 자신감, 풍요로움

2016 Rose Quartz & Serenity: 누적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안락한 장미톤 평온한 블루톤 컬러 / 심리적 안정, 웰빙, 포근함, 따뜻함, 침착함, 평온함

2017 Greenery: 상쾌한 활력을 주며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색상 / 소생, 재생, 번성, 활력

2018 Ultra Violet: 창의적이고 상상력의 신비한 색상 / 도발적, 독창성, 미래지향적, 예술적

2019 Living Coral: 활기차고 부드러우며 편안함을 주는 색상 / 활기, 편안함, 따뜻함, 사교적, 친밀감, 낙관적

2020 Classic Blue: 심플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시대를 초월 (Timeless)하는 색상 / 차분함, 신뢰, 안정, 평화, 평온함


'올해의 컬러'로 선정된 색상은 각종 산업에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선보일 때 반영되며, 2013년부터 팬톤에서는 선정된 색상과 배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추가 색상들도 제공하여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2011년의 사랑스러운 Honeysuckle은 웨딩 패션 전문점 데시(Dessy)와 신부 들러리 및 화동 의상과 웨딩 악세서리 활용되기도 했고, 비씨카드와 콜라보로 핑크색 신용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주목성이 높은 2012년의 Tangerine Tango 역시 다양한 패션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로 봄 컬렉션 출시됐으며, 2014년의 신비로우면서도 우아한 난초 색상인 Radiant Orchid는 미소니(Missoni), 막스 마라(MaxMara), 구호 (Kuho)등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러브콜을 받아 그들의 컬렉션에서 활용한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2019년의 활기차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Living Coral은 가전제품, 뷰티, 패션, 인테리어 소품, 벽지, 직물류 등 다양하게 적용됐다. 화장품 전문 브랜드인 세포라(Sephora), 버터 런던(Butter London), VDL(Vivid Desires comes to Life)은 매해 팬톤의 '올해의 컬러'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올해의 컬러'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

매 10년 사이클로 시작하는 첫 해(2000, 2010, 2020년)는 파란 계열의 색이 '올해의 컬러'로 선정이 되었다. 밀레니얼 시대의 시작은 희망찬 느낌의 Cerulean, 2010년은 신비로운 느낌이 가미된 치유와 영감의 색상 Turquoise, 그리고 올해에 선정된 Classic Blue. 2020년의 클래식 블루는 평온하고 차분한 느낌으로 선정되었지만,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만큼 왠지 차갑고 음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도 한 것을 보면 의도치 않게 '올해의 컬러'와 올해의 분위기가 잘 들어맞는 느낌을 받는다. 2009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자 밝은 느낌의 Mimosa가 선택된 것처럼 내년의 2021년 색상은 희망과 용기를 주는 따뜻하고 밝은 색상이 선정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을 해본다.


Stay in Color, 팬톤 호텔

인테리어 디자이너 올리비에 아나에르(Olivier Hannaert)와 건축가 미셀 펜망(Michel Penneman)이 팬톤을 위해 디자인한 호텔로 벨기에 브뤼셀에 있다. 팬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색'을 강조한 이 호텔은 총 7층 59개 객실로 구성되어 있고, 층마다 다른 색상을 주조색으로 활용하고 있다. 생생한 또는 차분한 분위기의 독특한 색조의 객실을 고객의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건물 외관에서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팬턴 호텔 (출처: 팬톤 호텔 홈페이지)


로비는 무채색인 흰색과 검정, 회색 바탕에 따뜻하고 선명한 색상을 배색하여 밝고 화사하며 통통 튀는 느낌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천장의 단차를 활용하고 파인 부분에 검은색을 활용하여 공간감을 부여하였고, 통창을 활용하여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 공간의 단점을 보완했다.

팬톤 호텔의 로비 (출처: 팬톤 호텔 공식 홈페이지)


객실에서도 팬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데, 흰색 캔버스를 상징하는 흰색 벽과 침구, 린넨류에 객실마다 특색 있는 주조색의 러너로 포인트를 주고 있다. 또한 주조색과 어울리는 팝아트 작품을 침대 맡에 장식하여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있다. 바닥의 카펫은 짙은 회색으로 무겁게 눌러주어 전반적으로 객실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화장실 역시 색상을 활용한 화병과 작은 소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흰색으로 꾸며 청결함을 강조하고 있다.

팬턴 호텔 객실 (출처: 팬톤 호텔 공식 홈페이지, Dezeen)


호텔 내 기물과 어메니티는 팬톤 컬러를 활용한 액세서리나 소품,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인 팬톤 유니버스(Pantone Universe) 제품이다. 호텔 전체가 팬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쇼룸인 호텔 팬톤! 팬톤 머그잔, 커피메이커, 문구류, 자전거까지 고객은 투숙하는 동안 직접 사용해보고 로비 한편에 있는 기프트샵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팬톤만의 차별화된 서비스인 컬러 컨설턴트가 호텔에 상주하고 있어 투숙객에게 색채 상담이나 컬러 치료를 진행하며, 컬러 세미나와 트렌드 교육도 이루어진다고 하니 이 호텔에 투숙하면 특별활동이 많아 부뤼셀 시내 구경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

팬톤 호텔 소품, 팬톤 유니버스 제품 (출처: 팬톤 호텔 공식 홈페이지)



팬톤은 2007년 디지털 이미지 시장에서 색상 관리 설루션을 제공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던 색상 계측 장비회사인 x-라이트(x-rite)에 인수되었다.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에 따른 똑똑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인수된 후, '올해의 컬러' 선정 및 타 업체와의 협업도 더 전문화된 모습을 보이고 건물 외관에서부터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까지 팬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팬턴 호텔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성공적으로 구축해가고 있다.


고객들이 팬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직접 체험하고 즐기기 안성맞춤인 호텔 팬톤, 브뤼셀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들려보고 싶다. 참고로 팬톤 호텔 공식 홈페이지의 '올해의 컬러'가 2018년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니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가 지속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Reference

- 팬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pantone.com/

- The Color of Money https://www.forbes.com/global/2003/1124/056.html#3a185b517b0d

- Who Made That Pantone Chip? https://www.nytimes.com/2013/02/24/magazine/who-made-that-pantone-chip.html?_r=0

- 色으로 돈버는 회사…‘팬톤’의 반세기 富의 역사 http://superich.heraldcorp.com/view.php?ud=20160406000006&sec=01-74-01

- What Is the Pantone Color of the Year and Why Is It Important? https://visme.co/blog/pantone-color-of-the-year/

- 팬톤 호텔 공식 홈페이지  https://www.pantonehotel.com/

- Pantone Hotel by Olivier Hannaert and Michel Penneman, Dezeen https://www.dezeen.com/2010/05/26/pantone-hotel-by-olivier-hannaert-and-michel-penneman/

이전 04화 매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경험을 풍부하게, 아이스호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