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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봄 Jun 18. 2023

이중섭을 보는, 참 다른 우리 그리고 이중섭.


1. 가까운 누군가들도 모두가 다르기에

가까운 사람들끼리라도 그들은 다르기에, 공간을 즐기는 것도 다르다.

그래서 누구랑 있느냐에 따라서 '공간을 겪는 것'도 달라진다.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에 조예가 깊은 엄말 따라 가족들이 미술관에 갔다.

이중섭 전시를 보고싶어하셔서 예약까지 해서 오랜만에 다같이 갔다.

엄만 그림을 보며, 그림 앞에 멈춰서서 그의 인생을, 그 인생의 순간을 토해내듯 담아낸 그림을,

조용히 느끼는 듯 했다.

그러다 가끔씩 자기가 아는 이야기들을 뱉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은 아님을, 그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음을.

그렇게 그림에 집중하며, 같이 조용히 그림 속 세상과 작가의 마음을 느꼈다.

각자가 느낀 것과 감동받은 것들은 다 다르겠지만 같이 있어 더 풍성히 느끼는 기분이었다.

아빠는 그림을 보는 자체보다는 나랑 수다떨듯 해석하는 것을 좋아했다.

추상적인 그림들을 보며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읽히지 않는다고 시니컬하게 얘기하다가도,

내가 내린 해석에 천재같다며 감동받았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사랑스러운 아빠.

이토록 사람은 다르다. 그래서 혼자만 알고 느끼는 세상이 있고,

그것은 가까운 상대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도 있는 것.

그래도 같이 겪으면 그것대로 재미있는 부분들이 생긴다.




2. 이중섭은 그림 그리기가 가능하다면 닥치는대로 언제든, 어디에든 그렸다.

이중섭 전시를 보며 느낀 것. 그는 닥치는 대로 그렸다.

그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엽서의 귀퉁이에, 해진 면에, 담배 은박지에. 그는 끊임없이 그렸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사랑을, 동물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자유로워지고싶은 자신의 열망을.

유명한 소 그림에서는 신기하게도 소의 꾸준하고 성실한 모습과 강한 기백이 뿜어져나왔다.

그리고 맨몸으로 동물들과 함께 유영하는 그림에서는 그의 순수하고 자유로워지고픈 열망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뒤엉켜 일상을 보내는 모습에서는 가족들과 살을 맞대고 부대끼며 지내고싶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그는 표현하고싶은 열망을 담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표현했다.

은박지에까지도 꾹꾹 눌러담은 그의 그림은 애처롭고 슬펐다.

그러나, 어찌보면 그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야 오히려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살아간다면 어쩔 수 없이 그랬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림은 그에게 그런 것이였을 것이다.

가끔은 우리는 그림과 같은 누군가의 창작품에 여러가지 의미를 붙이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그저 살기 위한 그 자체, 존재하고 살아내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은박지화 중 하나. 해변가의 모래사장에서 여럿이서 뒤엉켜 자유롭게 노는 모습으로(놀고자 하는 열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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