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들의 그 비밀이라는 것들은 성과 관련된 것이었지만, 결국은 그 비밀을 다루며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생긴다.
그 비밀들을 다루는 데 있어 관통하는 무언가는,결국은 '사람'에 의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치유되거나 변화할 수 있다는 것. 타인에 의해 내 불완전함과 혹은 반대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불완전함이라 함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에 있어서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거나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어떤 면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내가 몰랐거나 애써 외면했던 점, 그러나 사실은 나를 구성하는 어떤 중요한 부분이었던 점인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사람에 의해 내가 가지고 있는 반짝이는 어떤 면을 알게된다. 나아가 일부는 그것들을 사람들에게 '표현'하게 됨으로써 성장하게 된다.나는 이것을 성장이라고 믿는데, 왜냐하면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관점은 폐쇄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의 힘에 대해 모르거나 혹은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나 자신의 장점이 정말로 장점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으로 퍼뜨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되는 것에서부터 실제로 '무언가를 할' 용기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티스가 사람들의 문제를 스스로 되돌아보고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뛰어난 상담가로서의 면모가 있다는 것을 알아봐준 것은 메이브였다. 그리고 메이브가 문학을 통해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남다르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매우 가치있는 장점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준 것은 오티스였고, 이에 그녀는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타인들에게도 당당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나를 '알게 되는'것에서부터, 타인과의 관계도 한 걸음 나아가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이미 한 번 자각해버리면 그것을 알기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첫번째 상담 커플
오티스가 처음 상담해주는 커플의 경우는 서로가 문제라고 인식한 것은 둘의 성관계 문제였지만, 그것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관계 자체에 있었다. 상대의 장점이나 매력에 빠져있던 그들이었지만, 여자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낮다보니 서로의 애정표현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자신이 자존감이 낮았다는 것, 하지만 상대는 나를 너무나 가치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내가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던 나의 어떤 면 일부를 너무도 귀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둘의 문제는 해결되며 관계는 더 단단해진다.
#애덤 에피소드
애덤의 에피소드는 처음에는 좀 자극적이고 가볍게 풀어나가긴 했지만, 여러 생각이 들게끔 하는 에피소드였다. 그는 외모나 체력도 좋은 편이고, 아버지가 교장선생님인 등 여러 사실들로 인하여 표면적으로 보아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교내 유명인사다.
그러나 너무나 강압적인 아버지의 밑에서 종속적으로 살아가다보니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방식에 있어서도 미숙하고(자기를 받아주지 않으면 폭력적으로 변한다거나), 육체적 관계에 있어서도 자신이 상대를 크게 만족시켜줘야만하는 부담을 느끼다보니 스스로 전혀 그것에서 어떤 재미나 희열, 안락함마저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 것 같았다. 아버지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하여 지나치게 노력하나 전혀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해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에서처럼 말이다.
그런데 오티스의 조언을 통해 본인이 느끼는 그러한 괴리감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불가피하게 놓여진 상황일 뿐이라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그러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애덤과 에릭이 갈수록 여러 면에서 반대되는 측면이 많았고, 둘이 엮여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애덤은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자신은 아버지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받을 수 없다는 괴리감을 느끼나,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로부터의 억압에 맞설 용기도 없다. 사실 애덤은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만 하느라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이고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으며, 아버지가 자신에게 바라는 모습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에 괴로워할 뿐이다.그렇다고 제대로 반항해 본 적도, 그러니까 '제대로 괴로해본 적'도 없다.
그러나, 에릭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는 자신이 여자의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이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반대를 겪는다. 아버지가 바라는 모습의 자신이 아니라는 것에서 때로는 큰 상처도 받고, 아버지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시도도 해보지만, 결국은 용기있게 자신을 드러내고 아버지도 사랑으로 아이를 인정해준다.
아버지와 따스하게 포옹하는 에릭을 보면서 애덤이 지었던 복잡한 표정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 듯 했다. 애덤 자신은 그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르지만 어찌됐건 아버지가 원하는 사람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거기에 대항할 용기가 없는 사람인데,에릭은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찾아가고 아버지에게 당당히 이를 이야기하는 사람인 것이다. 애덤은 에릭의 그런 모습을 볼수록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싫어서 에릭을 계속해서 괴롭혀온 것 같았다. 나중에는 거기에 동경이나 사랑의 감정이 피어나고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런 감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역으로 그의 그 끈질긴 괴롭힘도 이해가 갔다.
그런 괴롭힘을 포용해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애덤이 시즌2에서는 에릭을 통해 스스로 변화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단순히 성정체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버지가 바라는 모습이 아닌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을 고민하고, 그 모습을 아버지가 반대하더라도 그것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지가 기대가 된다. 에릭이 자신의 괴롭힘 및 그 외 무수한 방해요소를 뚫고 더 단단한 에릭 본연의 모습을 찾은 것을 보면서그리고 결국은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되면서스스로도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밀리 에피소드
에밀리는, 간혹 인기 많은 그룹의 애들한테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나 결정적일때는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행동할만큼 자존감도 높고, 예쁜 외모와 상냥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은 사람이다.
본인이 관심이 가는 상대는 금방 남자친구로 만들고 항상 남자친구가 있는 사람이지만, 평소에 데이트를 할 때에나 육체적 관계를 맺을 때에도 자신도 모르게 학습된(?) 반응을 하는 게 익숙해졌다. 그러니까 좋은 척, 만족하는 척, 이 정도면 괜찮은 척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 전까지는 그런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남자친구를 만나 그 친구가 '그렇게 연기하지 말고 니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말해달라, 나는 니가 정말로 기분좋고 만족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충격을 받는다.
오티스에게 상담하며 한 이야기가 엉뚱한 듯 하나 허를 찌르는 듯 했던 것이,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게 뭔데? 그런게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거였다. 평소에 관계의 맺고끊는 시점에서 칼같이 입장을 표명하는 등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밝히는 주도적인 그녀였는데, 성과 관련해서는 본인도 놀랄만큼 상대에게 맞춰서 행동했던 것이다.
그녀는 오티스의 조언대로 스스로에 대해 탐구해보기 시작하면서 정말로 본인이 어떨 때 기분이 좋은지, 만족스러운지, 관심을 갖고 알아보기 시작하고 그것을 남자친구한테 당당히 요구하게 된다. 이 에피소드도 재밌었던 것이,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에는 특히 여자들의 경우에는 에밀리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욕망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그런 것들을 너무나 부끄럽고 조금은 음침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자기 의견을 명확히 밝히는 당당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도, 자신의 욕망과 애인과의 그 욕망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깜짝놀랄만큼 소극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성에 있어서는 어릴 때부터 그런 것들을 나도 모르게 부끄럽고 두렵고 음침하고 그래서 최대한 자제해야하는 그 무엇으로 생각하도록 학습되어온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우리 부모님도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고, 우리 나이세대 또한 대부분의 친구들은 부모님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 자체를 가진 적이 없는 편이다.
사실은 육체적인 성과 관련한 것들은 순수한 욕망이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것 자체가 기피되는 주제로 삼아오다보니 관련된 모든 것들이 다 불편하고 음침한 무언가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만족을 느끼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도해보고 그것을 상대인 애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서로가 더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경험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에피소드는 여러모로 재미있게 느껴졌고, 에밀리처럼 몇일동안 탐구한다고 해서본인이 어떤 때 제일 기분이 좋고 희열을 느끼는지에 대해 바로 알 수는 없겠지만, 무조건 매력적인 애인이 있다고 해서 그러한 욕구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 나 자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돌아보고 경험해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결국은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나 자신이 더 행복하고 성장하기 위해 관계를 맺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무엇보다 그런 태도를 이해해주는 상대방을 만나, 서로가 각자의 욕망을 잘 이해하고 있고, 이것을 상대방과 함께 풀어가며 "더" 만족을 느끼는 것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