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가 밥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세상에 무슨 밥을 돌멩이 씹듯 후물후물한다. 밥은 늘 물에 말아서 먹고 양도 어른 숟가락으로 한두 수저 뜨다가 만다. 성내고 달래며 어르기도 해 보았지만 그냥 태어날 때부터 먹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병원에 다닌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나마 영유아 검진 결과가 항상 하위 10% 미만이었는데 얼마 전에 하위 15%가 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벅차올라 병원에서 소리를 질렀다.
"어머! 선생님! 정말요?"
오늘도 반찬은 안 먹고 밥을 아이스크림 녹이듯 한 시간 동안 깔짝거린다.
엄마는 딸에게 애증 섞인 말투로 응얼거린다.
“제발 꿀꺽 삼키라고!”
이 상황에서 “제발 꿀꺽 삼키라고!” 의미는 진짜 딸 하나 있는 게 엄마를 죄인으로 만드는구나.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래? 나도 할 만큼 했어. 이제 그만두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지금까지 내 노력이 아까워서 이대로 절대 포기 못해. 지금이 아니면 키가 클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돼. 나는 엄마니깐 끝까지 가볼 거야”라는 의미다
그녀는 오늘도 딸아이 때문에 속이 문드러진다. 도대체 누구를 닮은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아이 때문에 오늘도 남편과 한바탕 했다. 할 만큼 다 해봤는데 좀처럼 아이는 나아지지 않는다. 참을 만큼 참다가 폭발해서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질렀다. 사랑하는 딸을 내가 왜 이렇게 미워해야 하는지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이는 정말 딱 살 만큼만 먹는다. 안 먹어도 걱정이고 많이 먹어도 고민이라면 너무 먹는다고 잔소리 한번 해보고 싶다. 먹는 것이 없으니 아이는 영양제를 입에 달고 산다. 그것도 액상 영양제만 찾는다. 그녀는 자신을 위한 영양제도 이렇게까지 꾸준히 챙겨본 적이 없다. 하루만 신경을 안 쓰면 아이는 금세 제멋대로다. 오늘도 '나쁜 엄마'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 그녀는 한숨지으며 눈물을 흘린다.
각자의 기호에 따른 선택
보통 '밥'이라고 하면 우리는 흰쌀밥을 떠오른다. 그러나 1960년대까지만 해도 쌀은 귀했다. 일반 서민이 흰쌀밥을 혼자서 다 먹을 기회는 생일이나 잔치 때였고 평소 식사는 쌀과 보리의 혼식이었다. 조선 시대 양반들은 식사시간에 밥이 듬뿍 담긴 큰 밥그릇이 오면 그릇 위로 올라온 부분만 먹고 남겼다고 한다. 주인이 밥을 남겨야 머슴들이 남긴 그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쌀이 흔해지고 잡곡이 오히려 더 비싸다. 더 이상 쌀밥은 부의 상징이 아니다. 잡곡밥이 오히려 대표 웰빙 상품이다. 사람들이 별미로 자주 먹는 꽁보리밥이 봄철 기근을 버티게 해 준 유일한 식량이었다고 하면 요즘 아이들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하얗고 부드러운 요즘 쌀은 밥맛은 좋지만 영양분이 없는 칼로리 덩어리다. 그래서 흰쌀밥을 먹으면 살찐다고 사람들이 싫어한다. 10번 이상 도정을 거치기 때문에 몸에 좋은 씨눈이 제거된다. 씨눈 속에는 미네랄, 섬유질,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제거된 씨눈이 버려지지 않고 기능성 화장품으로 변신한다. 쌀의 영양분이 먹는데 소비되는 게 아니라 바르는데 애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전에는 대부분 다둥이 가족이었기 때문에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맛있는 반찬을 더 많이 먹기 위한 전장이자 치열한 경합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도 '밥을 안 먹는 아이, 밥을 남기는 아이’는 있었다. 국민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우리의 입맛과 라이프스타일도 변화되었다. 밥을 안 먹거나 남긴다는 것은 생존이 아닌 각자의 기호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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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는 아이는 부모에게 눈물이다
밥을 안 먹는 아이들은 타고나기를 뱃골이 작은 아이가 있고 장이 안 좋아서 소화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앓이를 하거나 유치 때문에 씹는 게 어려운 아이도 있고 처음 보는 식감에 거부감이 앞설 수도 있다. 밥을 안 먹는 원인이야 다양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부모에게 이 문제는 반드시 해소하고 싶은 문제이며 십 년 묵은 체증이다.
'밥 안 먹는 아이'와 관련된 책과 글들이 넘쳐나고 관련 영상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검색창 고정 키워드로 '밥 안 먹는 아이, 어떻게 하죠?'가 있을 정도다. 그만큼 이 주제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매우 높은 편이다. 안 먹는 아이를 한 순간에 잘 먹는 아이로 바꿀 방도는 없다. 꾸준한 노력만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밥을 적게 먹는 것인지 아니면 먹는데 오래 걸리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둘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어떻게 하면 배고프게 만들까 고민한다
관련 카페에 가입을 해서 정보를 검색한다. 기초영양은 균형 잡힌 식단으로 챙기고 부족한 필수 영양소는 영양제로 보충한다. 식사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이기 때문에 적절히 간식으로 대체하고 면역 증진과 세포 재생에 탁월한 식재료를 구비한다. 또한 참신한 음식 레시피로 맛과 영양을 담은 요리를 한다. 그러나 안 먹는 아이는 먹는 양이 당장 변함이 없다. 대식가들의 음식 명언 중 “삼키기 전에 넣어라”라는 말은 아이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 아이는 너무 안 먹어서 만성 변비다. 유산균이 많이 들어있는 요구르트는 항상 쟁여 놓는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열량 소모가 많아 금세 허기가 진다고 해서 수영과 태권도를 기본으로 시킨다. 가끔 아이 컨디션에 따라 밥 먹기 전에 줄넘기와 달리기도 추가한다. 밥 안 먹는 아이의 엄마들은 항상 밥을 먹일 때마다 놀이와 대화로 접근한다. 먼저 목소리 톤을 높이고 호들갑스럽게 몸에 리듬을 준다. 응원과 박수갈채는 그녀들의 기본 장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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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엄마는 이제 와서 포기할 수 없다. 상황이 바뀌면 그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뿐이다. 엄마의 마음을 아이가 몰라줘도 참을 수 있다. 아이가 먹다 남긴 밥을 엄마가 다시 먹다가 살이 쪄도 괜찮다. 아이가 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다 먹는 그 날을 상상하며 미소 짓는다. 어느새 어른의 얼굴에는 시름하다 남은 잔주름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