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자가격리가던진 질문 지난 10여 일동 안 코로나 자가격리 대상이 되었다가 드디어 오늘 풀렸습니다.
지지난 토요일, 우리 집가사도우 미분이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고 저는 밀접 접촉 대상으로 분류되어 자가격리 대상통보를 받았던 거죠. 코로나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더군요. 내가 남의 걱정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평소 예방 수칙을 잘 지켰는데집에 온 외부인에 대해 '설마'하며 방심했던 것이 탈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가격리 10여 일을버티며 생각해보니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뒤흔들며 새로운 과제를 던진 것 같습니다.
종교집단 신천지를 파헤쳤고, 한국이 생각보다 훨씬 선진국임을 확인했습니다. 일부 직장인들은 재택근무와 함께 야근과 회식, 2차, 3차 술자리로 이어지던 퇴근 후 삶을 멈추었습니다. 몸은집에 있어도 SNS를 통해 온통밖으로 향하던 오지랖넓은 관심들 대신일상의 소중함을 인식하고나와 내 가족, 내 부족 속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삶으로 자연스레 집중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균의 등장으로 뜻하지 않게 자가격리 대상이 된 나의 일상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3월 14일 (토요일)
“코로나 밀접 접촉자-자가격리 14일”통보 토요일 아침, 한 주간의 분주함을 뒤로하고 봄 주말을 맞아 인왕산,백사실계곡을걷던 오전, 도우미 아주머니의 다급한 문자와 이어지는 전화- '제가 코로나 양성 확진이라 음압병실에 입원했다. 죄송하다. 얼른 검사받아보시라'. 거의 우는목소리였습니다.
"김명신 님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됐으니 지금 당장 자가격리 실시하라"라고보건소 전화가 곧 이어지더군요. 순간머릿속이 띵! 해졌습니다.
일행들이 걱정반, 불안반으로 나를 바라다보았습니다. 불안하고미안한마음에 급히 헤어져 최대한 접촉을 피해 집에도착했습니다.
어수선한 토요일 오후, 해당 보건소에서는 "열이 나거나 증상이 있을 때 오라"는 상식적인 말과 함께 '먼저 검체검사를 받고 싶으면 민간병원을 이용하라' 고 했습니다. 양성반응에 대비해 두서없이 급한마음에병원에 갈 손가방도 싸고, 마음은 바쁘고 비장했지만 검사비 16만 원은 둘째치고 보건소의권유대로 경과를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보건소 측에서 '동거인과는 최대한 접촉을 피하라'라고 했습니다. 남편과 둘이 사는 집이라 외출한 남편을 급히 호출해
침실을 구분하고, 밥도 따로 먹고 식기도 달리 썼지만 무엇보다 불편한 건 집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이정도 불편함쯤이야...'
당일 저녁 무렵"도우미 아주머니가 접촉한 50여 명이 다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연락을 들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였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더군요. 월요일에서울시 역학조사관과 회의를 통해 저를 밀접접촉자인지 아닌지 분류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분이 증상이 없을 때 2미터 이내에서 10여 분간 차를 마신 경우였죠.
우리는 우겨서 월요일에 검체검사를 가기로 예약했습니다.
다음날 일요일 중요한 모임은당연히 불참했지만마음이 복잡하니자가격리 상황에 적응이 안됐습니다.
3월 16일 (월요일) "코로나 19 검체검사"
아침 일찍 검체검사 결과를 받으러 보건소로 향했습니다. ‘자차’로 집에서부터 선별 보건소까지 이어지는 그 팽팽한 긴장감.
검체 검사는 5분 만에 끝났지만
보건소 의료진들은 코로나 환자 대하듯 초긴장해서대하는 통에공포감이스멀스멀!
온종일 초조하게 검체검사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저녁 무렵 검체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와 남편 둘 다 '음성'!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때부터 비교적 안심하고 '코로나 양성반응자 밀접접촉자'로서 본격 자가격리에 돌입했습니다. 코로나상황의 엄중함을 받아들이기로했으나 한편개인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맞게된 십여 일 자가격리로 인한 공백은 낭패 중에 낭패였습니다.질병 공포에서벗어나니 개인적으로 욕심이 올라오더군요.
정말 이번 생은 망한건가요?
3월 17일(화요일) "홧김 비용-소외감을 옅게해 준 온라인 쇼핑"
자가격리 중 집에서 할 일이란 것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하고 운동을하고....새로운 존재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지낼수있을것같았지만 막상 우아하게(?) 명상과요가를하거나 독서만으로 만 이루어지진 않더군요. 생계 걱정 없는 나도 이 정도인데 다른 격리자 분들은 어떻게 지내실지?
갑자기 집에 처박히다 보니 마음이복잡해서찜해놓은 넷플릭스 영화들도 시들했습니다.습관적으로 TV를켜며 한국 및 전 세계 코로나 소식과 격변하는 정치 관련 뉴스를 보며 시간을 죽이는 일이많아졌습니다.물론 거의 모든 뉴스는 불안과 짜증을 북돋는 것이었죠.
시간 여유가 생기니 집안도 둘러보며 수선도 마쳤습니다.
인터넷에서자가격리기간 중 필요한 식품을 보니 " 파 양파 당근 시금치 두부 종갓집 김치 설탕 버터 돼지고기 닭고기 간 쇠고기 (소고기..) 튀김가루 부침가루 밀가루 고형 카레 소면 두루두루 만두 사과 귤 냉동 피자 냉동 채소 (있으면) 흰 우유 바나나 우유/딸기 우유 등 계란 2-3판 화장지(?) 있으면. 과자 (박스 큰 것) "로 나와 있었지만 솔직히 집에 있는 냉장고 냉동실만 털어도 1~ 2개월은 너끈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냉동실에는 실제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지퍼백에 쟁여놓은 식품들이많았죠. 오래된 떡, 고기류까지 있어 맘먹고 하나씩 처치하니 냉장고가 비로소 헐렁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냉동실에 처박힌 식품이나 자가격리로 갑자기 집에 처박힌 나나 같은 신세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나마 외출이 금지된 차에 온라인 쇼핑은 무척 위로가 됐습니다. "홧김 비용"이라고 스트레스를 충동(?) 구매를 통해 풀기도 했으니까요.나는 "충동구매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면 가치가 있다." 고잠시위안을 삼으며각종책과 각종 씨앗과 모종을 샀습니다. 원예에 별 지식도 없는 내가 플라스틱종묘판을 산 것은 분명 홧김 비용이었던 셈입니다.
그래도 답답하면 마당에 나섰습니다. 마당을 나서면 봄이 성큼 다가 온 마당 한 귀퉁이에서 복수초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각자제가 선 자리에서소박하게.
3월 18일 (수요일) "구청의 구호생필품 도착"
코로나를 계기로 난생처음 세금낸 보람도 느꼈습니다.
자가격리 5일째 , 며칠 전 구청에서'10만 원 상당의 자가격리 생필품을보내겠다'라고 연락이 왔었는데‘배송이 늦어져서 미안하다’며 치약 칫솔 등 2주간 사용할 생필품, 쌀과 생수와 다양한 즉석식품과 구하기 힘들다는 마스크, 손세정제 등을 무거운 박스를 두 개나 보내왔습니다. 별 기대 없이 상자를개봉해보니동종 상품중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우수 기업 제품만을 선별해 보내왔더군요.
예전엔 구호물자는 같은 상품이라도 저렴이 상품이 주류였으나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동종 대표상품들로 채워져 있어뜻밖이더라고요.어느덧지자체 행정은 선진화되고 투명해졌다고 새삼 느꼈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 공공의료시스템, 검체검사뿐 아니라 확진자 동선을 인권 배려하며 투명하고 내실 있게 대응해 신뢰를 더해갔습니다.보건소에서는 문자로 증상 여부를 묻던 것이 직접 전화 문의로 바뀌었습니다. 자가격리로 인한 우울증 심리상담을 원하면 상담이 가능하다는 문자도 도착했습니다. 그만큼 국내외적으로 코로나 발병 상황이 심각해진 것이었습니다.
3월 19일 (목요일) "자가격리 중에 얻은 것"
코로나 19 판정으로 인해 누구는 관계가 회복되기도 하고 나는 나의 관계 맺음을 새롭게 보게 됐습니다.
워낙 외부에 안 알리고 시작한 자가격리라 남편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는 밀접접촉자는 아니었지만 출근을 멈추고 24시간 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남편이 설거지를 도와줘도 삼시 세끼는 무리라서 1일 2식으로 하기로 하고 둘이 애꿎은 맥주를 하루 두 차례씩 간단히 마시며 “인생 에일, 퇴근길, 제주 에일, 흥청망청,.......”
“그래 이맛이야. 인생 뭐 있어?”
어쨌거나 코로나 자가격리 이후 이혼상담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음압병실에 입원해있던 우리 도우미 아주머니도 '평소 서먹했던 아들과 코로나를 계기로 가까워졌다'며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무뚝뚝했던 아들이 엄마 코로나 확진 판정에 놀라 전화를 자주 하고 병원에 와서 과일도 놓고 간다며 모자간에 그간 잃어버린 관계가 회복된 것에 대해 진심 기뻐했습니다. 보통 때는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 위기가 닥치니 뭐니 뭐니 자신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 내부족의 위로, 일상의 소중함이가장 와 닿더군요.
3월 20일~3월 23일 “미리 예습한 노년의 일상과 고독 ”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할 때마다 읽히지는 않더라도 소설책을 폈고, 봄이 오는 마당에 나가 내 마음과 내 욕망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마음속에 오고 가는 수많은 생각과 갈등들.
그렇게 십여 일 코로나 자가격리는 새로운 존재방식 특히 고독한 노년을 미리 연습하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노년의 삶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요? 외국사는 곰살맞은 효녀 딸이 과연 내 노후에 한국에나 있을까요? 상상만 해도 가슴이 저려옵니다.글로벌한사고방식을 가진 효녀 딸은 자가격리 중인 엄마보다는 빈국 아프리카 애들에게 닥쳐올 코로나 감염을 더 많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다 각자 사는 방식을 이해해야죠. 어쨌든 자각 격리기간이 끝나면 의료보험공단으로 연명치료 중단 각서를 쓰러 가야겠습니다.
한편 상상해보면 80,90세 노년의 일상은 이렇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고독의 연속이겠지요? 물론 지금보다 더 고독하고 심각하겠지만요.
마침 뉴스에 보니 90여 세 할머니 코로나 환자가 완치되었다고 합니다. 완치된 그분이 돌아갈 곳은 가족이 있는 꿈에 그리던 자기 집일까요? 아니면 그 집단시설 요양원일까요?
베이비 부머 세대, 우리들의 미래일 것입니다.
3월 24일 (화요일) "자가격리를 마치며"
개인적으로 익숙했던 삶을 어느날 갑자기 예고 없이 정지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자가격리 10여 일, 마음만 먹으면 SNS를 통해 세상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했고, 온라인 배달이 있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내 정치상황, 끊임없이 들려오는 세계 각국의 코로나 상황, 금융위기... 답답한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은 우울했습니다. 마지막 2-3일은 내외부적 상황으로 그 당시로서는 '힘겹게 버텼다'는 말이 가장 정확할 겁니다.
그렇더라도 코로나로 얻은 것이 있다면코로나 균이 우리 일상에 틈을 내어 돌아볼 기회를 주었다는 점입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악수를 팔꿈치로 바꿨고, 우리보다 안전하다고 여겼던 선진외국이 속 빈 강정으로 사실은 더 위험하고 내실이 부족하다는 것도 실감하며 해외여행을 멈추게 했고, 전과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평생 저의 무의식에 깔려있는 사대주의에서 해방되었다고나 할까요?
더 나아가 세계는 하나로 이어져있다는 것을 실감했고 외국의 한도시는 약국과슈퍼마켓 빼고 다 닫고 외출증 없이 다니거나 밤에 다니는 차를 통제한다는데 한국사회는 일상이 축소될 뿐 폐쇄되지 않은 '열림'에 대한 성숙함과 자신감이 내 안의사대주의 극복까지 이른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자가격리 동안일이 급변하여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강남에서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서 내가 이루려 했던 일, 부모들의 양육의 고통을 줄이고 부모와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개혁에 기여하겠다는 열망은어쩔수없이 잠시 접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자가격리로 인해 잃어버린 꿈.
많이 아쉽습니다.
애도를 표하며 떠나보내야 할까요?
그 애도의초입에 서서 크게상심했지만 오늘 아침 지난 10여 일을 돌아보는 글을 쓰니그 시간이 정리도 되고 글을 통해 마음의 치유도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잘해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존의 관심과 과거를 정리하고 앞으로 새로운 생활을 준비해야할 시간, 새로운 계기를 맞아 새로운 선택을 하고 일상의 고독을맞아 어떻게 새롭게삶의 방식을 익혀야할지 큰 숙제를 얻은 셈입니다.
새로운 존재방식.
ps. 여러분들도 마스크 꼭 착용하시어 코로나 이겨내시고 혹시 주변에 확진 입원자나 자가 격리자가 있다면 관심 갖고 전화 한 통 해주시면 어떨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2미터 물리적 거리두기"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하루속히 종식되어 제자리 혹은 새로운 자리를 찾게 되기를기도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