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의 6단계 보고요령
보고를 받는 리더는 어떻게 행동할까? 준비한 보고의 흐름대로 검토하며 혹시 보고자가 오해했거나 누락한 것은 없는지, 논리적 비약은 없는지, 대안은 빠짐없이 고민했는지 등을 살피며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을 것이다.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 A는 요즈음 큰 고민거리가 있다. 그는 조직 내 크고 작은 업무를 맡아 처리하고 있는데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 매번 곤란한 일에 마주하게 된다. 한 번은 처한 상황을 잘 요약하여 리더 또는 선임자(이하 리더)에게 보고하며 이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더니,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네가 맡은 일인데 네가 주체적으로 판단해야지.'라는 핀잔을 들었다. 이에 그는 다음 번 또다시 의사결정의 순간이 왔을 때 이번에는 상황 요약과 더불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까지 정리하여 보고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걸 왜 너 마음대로 정해?'라는 핀잔을 들었다. 자신이 생각한 대처 방법이 매우 잘못되었다면 자신의 식견이 부족했다 생각하며 그러려니 하겠으나, 결국 리더 역시 자신이 생각한 대로 그대로 진행했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 문제는 단지 신입사원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연차 직원들 역시 종종 겪는 문제이며, 현대 뿐 아니라 과거 인물들도 동일하게 겪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인문들은 이 때 어떻게 대처했을까? 방통의 사례를 살펴보자.
유비는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입촉한 후 가맹에 주둔하며 한중에 있던 장로와 대치하고 있었다. 유비는 비록 장로를 토벌할 명분으로 입촉하였으나, 실제 본 목적은 유장 대신 익주를 차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장로와의 전투보다는 지역 백성들의 민심을 얻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 때 유비의 군사마였던 방통은 유비에게 자신들이 익주로 정벌을 온 것은 실제로는 익주를 장악하는 것임을 상기시키며 세 가지 계책을 설명하는데, 정예병을 꾸려 즉시 성도를 공격하는 상책, 형주로 퇴각하는 척하며 양회, 고패 등을 공격해 그 세력을 흡수해 성도로 진격하는 중책, 형주로 퇴각하여 재정비 후 재차 입촉을 시도하는 하책이 그것이었다. 더불어, 방통은 이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아 즉시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알렸다. 이에 유비는 중책을 택하고 양회, 고패 등의 세력을 흡수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이후 성도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방통이 전사하게 된다.
이 일화에서 나타난 방통이 리더에게 보고하는 요령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업무의 방향성과 목적을 설명한다.
2.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조직 실정 및 외부 환경)
3. 실행 가능한 대안을 다수 제시한다.
4. 제시한 대안의 장단점 비교 후 최선책을 제시한다.
5. 언제까지 의사결정을 마무리해야 하는지 데드라인을 설명한다.
6. 리더의 결정을 따른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의 한 가상 시나리오에 이를 적용해보자. 한 회사는 사용 중인 소프트웨어 ABC의 라이선스 만료가 다가오자, 회사원 B에게 ABC의 라이선스를 연장해야 하는지 새로운 제품을 도입해야 하는지 조사 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회사원 B는 충분히 조사한 후 방통의 6단계 보고 요령에 따라 보고한다.
1. 업무의 방향성과 목적을 설명한다.
: 일반 사용자의 업무 효율성 향상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2.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
: 소프트웨어 ABC의 라이선스 유효기간은 XXX까지이며 현재 사용자 사용 수준은 XXX 정도이다. 또한 새로운 툴 도임을 하는 경우 이를 위한 예산은 XXX 만큼 확보되어있다.
3. 실행 가능한 대안을 다수 제시한다.
: (1) 라이선스 갱신, (2) 경쟁제품 XYZ로 교체, (3) 갱신이나 신규 도입 없이 해당 업무 매뉴얼로 처리
4. 제시한 대안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무엇이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선의 대안인지 설명한다.
: 위 세 가지 대안에 대한 각기 장단점 비교하며, 회사원 B가 생각하기에 (1)안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5. 언제까지 의사결정을 마무리해야 하는지 데드라인을 설명한다.
: 소프트웨어 ABC의 라이선스 유효기간은 XXX만큼 남았으며, 만약 경쟁제품인 XYZ로 교체하는 경우 신규 도입 기간을 고려하여 차주말까지는 의사결정이 되어야 한다.
6. 리더의 결정을 따른다.
: (1)안을 추천하였음에도 리더가 (2)안을 채택하였기에, 그 결정을 겸허히 따른다.
위 6단계 보고요령을 따랐을 때, 보고를 받는 리더는 어떻게 행동할까? 준비한 보고의 흐름대로 검토하며 혹시 보고자가 오해했거나 누락한 것은 없는지, 논리적 비약은 없는지, 대안은 빠짐없이 고민했는지 등을 살피며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을 것이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에 대한 보완 요청을 하고, 문제가 없었다면 자신의 일정에 의사결정 데드라인을 기록할 것이다. 따라서 만약 보고서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이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이 주어지기 때문에, 회사원 B가 다음 번 보고 때는 더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원 B는 비록 리더가 자신이 제시한 최선책이 아닌 다른 안을 선택했더라도 묵묵하게 이를 따랐기에, 리더는 회사원 B에 대해 크게 신뢰할 것이며 앞으로도 중책을 맡기기 쉽다.
사실 위 6단계 보고요령을 보며 뒤통수 맞는 느낌을 받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이것은 방통이 희대의 천재였기 때문에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며 누구든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촉박한 일정 등의 이유로 그 당연한 것 중 한두 가지를 놓치기 쉽고, 겨우 한두 가지만 놓쳐도 리더와의 논의가 비생산적이 되거나 리더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보고가 막막하거나 보고에 따른 피드백이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느껴진다면, 방통의 6단계 보고요령 중 빠진 것이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만약, 보고요령에 맞추어 완벽히 보고를 했음에도 리더가 엉뚱한 대안을 채택한다면, 리더의 결정을 겸허히 따르는 것도 보고요령 중 한 축임을 잊지 말자. 방통도 낙봉파에서 전사하는 그 순간까지 유비에게 '그러게 내가 상책으로 하자고 했잖아요.'라며 투정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