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쓰고 허유를 처리한 조조
그는 나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미움을 받을 것이고, 결국 다른 사람의 손으로 그를 처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주변에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이다. 또래 친구들 중에 있을 수도 있고 일하는 회사에 있을 수도 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찾아서 누가 잘못을 했는지 단판을 짓고 싶기도 하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아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보고만 있자니 행동이나 언행이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계속 참고 지내기만 하는 것도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의논해 보면 '네가 참아라'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과 '한 번 들이받아라'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으로 나뉘니, 과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인지 분간이 안 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과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
허유는 원소와 조조와 함께 젊은 시절 같이 어울렸던 인물로, 이후 원소가 낙양을 떠나 하북 지역에서 거병할 때 원소와 동행했다. 그 때부터 원소군 내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언행이 불순하고 교만하며 욕심이 많아 주변에 시기하는 사람이 많았었다. 원소가 조조와 전면전을 할 때 그의 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의 탐욕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자, 허유는 결국 원소를 배신하고 조조에게 의탁하여 오소의 위치를 발설함으로써 조조의 승리를 견인하게 된다. 허유는 조조의 젊을 적 친이자 조조의 승리의 일등공신이었기에, 이후 조조군 내에서 거들먹거리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겨 많은 이들의 미움을 사게 된다. 그는 조조 역시 한나라의 승상이 아닌 어릴 적 친구로 편하게 대해 조조의 심기를 거스르게 하였으나, 조조는 그를 그저 내버려 둔다. 그러던 중 허유는 조조 휘하의 허저와 다툼이 생겼고, 결국 그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러자 이 소식을 들은 조조는 허저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그저 장례를 치러주라고만 한다.
불순한 언행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두는 것도 좋다. 그는 나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미움을 받을 것이고, 결국 다른 사람의 손으로 그를 처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조조는 허유가 눈엣가시 마냥 껄끄러웠으나 절대 그를 직접 벌하지 않았다. 물론, 허유의 공적을 참작한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조조와 허유의 일화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예형이 조조를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조조는 그를 유표에게 보냈다. 유표는 처음에는 그와 담론하기를 즐겼으나 점차 예형의 비난이 거세지자, 그를 황조에게 보낸다. 그리고 예형은 결국 황조를 모욕하다 그에게 죽임을 당한다.
누군가 나를 비난하거나 하여 거슬리는 사람이 있는가? 수많은 미디어 매체에서는, 이럴 때 당당히 찾아가서 큰소리치는 모습을 '당차고 멋진 사람'으로 묘사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미디어 매체 속 이야기이며, 현실에서는 그러다 나 역시 또 다른 적을 만들게 될 위험이 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 한 명 제거하자고 더 많은 적을 만들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내가 당당히 맞선다고 그가 확실히 제거된다는 보장도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다. 조조와 유표는 이를 잘 알았기에 허유와 예형에게 절대 직접 손대지 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그 사람을 직접 벌하라고 부추긴다고 여기에 쉽게 동하지 말자. 어쩌면 그 사람은 나를 허저 또는 황조로 이용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